기사입력시간 22.12.13 12:18최종 업데이트 22.12.1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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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 야간진료·응급진료 중단...길병원 입원 진료 중단까지 '일파만파'

고질적 저수가에 보호자 상대하는 감정 노동까지…지원 기피에 중도포기로 심폐소생도 불가한 지경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올해 전공의 지원율이 16.6%로 떨어지고, 지원자가 0명인 병원이 속출하면서 당장 내년도 소청과 진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이미 연말부터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의 진료 마비가 현실화되고 있다. 24시간 소아 응급진료를 중단한 병원에 이어 아예 소청과 입원을 중단한 병원들도 발생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이미 지난 10월 24일부터 소아 환자의 응급실 야간 진료를 중단했고, 이대목동병원 역시 지난 9월 1일부터 소아 환자의 응급 진료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인천권역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길병원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중단했다.

의료계는 내년에는 더욱 극심한 소아진료 공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병원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내년 전공의 4년차는 전문의 시험을 위해 진료 일선에서 물러날 예정이고, 매년 5~7%대의 전공의 중도 이탈률을 생각하면 사실상 소청과의 대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 지원 기피 속 중도 이탈률 평균 6.3% 수준…야간진료이어 입원진료까지 중단 병원 속출
 
사진=가천대길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2023년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이 16.6%로 집계됐다. 전국 수련병원에서 모집하는 소아청소년과 정원 199명 중 실제로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한 전공의는 단 33명이었던 것이다.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 급감 현상은 2019년 80%, 2020년 73%에서 2021년 38%, 2022년 27.5%로 2020년과 2021년 전공의 모집 때 뚜렷하게 드러났다.

극심한 저출산 고령화 현상과 더불어 2017년 말에 일어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으로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구속된 사건 이후로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 된 것이다.

이처럼 전공의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청과 전공의들의 업무 강도는 높아져만 갔고, 소청과를 선택한 전공의 중에서도 수련을 포기하고 중도 이탈하는 이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공개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소청과 전공의 이탈률은 5.6%에서 2019년 7.1%, 2020년 6.8%, 2021년 5%, 2022년 7월 6.7%로 평균 6.3% 수준이다. 따라서 2023년 전공의 모집에 소청과를 지원한 33명 중에서도 1~2명의 중도 이탈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전공의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당장대학병원 네 곳 중 세 곳은 당직을 서는 전공의가 부족해 교수가 당직을 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 80개 수련병원 중 24시간 소아 중환자 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29개로 36%에 불과하다. 이는 수도권, 서울도 마찬가지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이미 지난 10월 24일부터 소아 환자의 응급실 야간 진료를 중단했고, 이대목동병원 역시 지난 9월 1일부터 소아 환자의 응급 진료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인천권역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길병원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중단함으로써 인천 권역의 소아 진료에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13년동안 동결된 필수예방접종 수가…부모·조부모 등 보호자 상담에 '감정 노동'으로 부담 커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과의 암울한 현실이 수년째 개선되지 않는 '저수가'와 소아 환자 특성상 부모와 조부모 등 보호자까지 상대해야 한다는 감정 노동 그리고 의료 분쟁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야간에 아픈 아이들은 이제 전공의를 채운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으로 몰릴 것이다. 하지만 두 개 병원이 서울과 수도권의 아픈 아이들을 모두 감당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못하다"며 "이미 늦었다"고 비관했다.

그는 "열이 나는 아이를 입원시켜 주는 곳이 없어 5일 만에 겨우 입원했다는 이야기가 이미 8월부터 나왔다. 내년 2월, 3월부터는 그래도 입원할 곳이 있어서 다행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소청과가 이렇게 된 책임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있다고 꼬집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소청과의 위기를 예견하고 정책 수가 반영을 요구해왔으나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현택 회장은 "NIP 국가 필수예방접종 수가도 13년 동안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다. 모든 과 중에 10년 전보다 수입이 줄어든 과는 소아청소년과가 유일하다"며 "개별 과 개원의 임금도 가장 낮다. 이런 상황에서 소청과를 지원하길 바라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한탄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나영호 회장은 "소아청소년 환자들은 환자보다 환자 보호자인 부모, 조부모들을 상대하는 데 더 큰 에너지를 쏟는다. 환자 상태에 대한 설명을 부모에게 조부모에게 이중 삼중으로 말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사진=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갈무리

실제로 최근 한 직장 내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한 소청과 의료진이 보호자에게 뺨을 맞은 사건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아픈 아이를 오래 기다리게 했다는 이유였다.

해당 글쓴이는 "소아과 오는 보호자들은 대체로 예민하고 화가 나 있는데 말 못하는 애기는 죽어라 울고 그 난관을 뚫고 진단을 내려서 화나 있는 보호자가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하는 극한직업임"이라고 썼다.

나영호 회장은 "보호자들의 치료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은 상태에서 보호자와 상담하는 일은 상당한 감정 노동이기도 하다. 인력도 모자란 상황에서 예민한 보호자들을 일일이 상대해야 한다는 것은 굉장한 스트레스다. 아이가 좋아서 소청과를 선택한 젊은 전공의들도 참다참다 감정 노동에 지치게 된다"고 전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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