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01.15 13:12최종 업데이트 16.01.24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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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진료 표준화하다 화병 날라!

이미 만들어놓고 수백억 들여 연구만 재탕



보건복지부가 한방진료를 표준화 한다는 명목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몇 년 전에 정부 예산을 들여 이미 수십개 질환의 한방 표준진료지침을 만들어놓고, 또다시 똑같은 연구를 하겠다며 수백억원을 집행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제3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2016-2020년)'을 발표했다.
 
제3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의 핵심사업 중 하나는 한의진료 표준임상지침을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 어느 한의원에서나 표준화된 한의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표준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해 보급한다는 게 복지부의 계획이다.

복지부는 "한의약을 신뢰성 있는 치료의학으로 정립하기 위해 한의 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보급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다빈도 주요 질환 30개를 선정, 2년간 문헌연구를 한 뒤 3년간 임상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표준임상지침 마련 대상 30개 질환 


대상 질환은 감기, 화병, 기능성소화불량, 대사증후군, 갱년기장애, 치매, 암, 슬통, 비만, 우울증 등 30개 질환.
 
연구비는 2016년 30억원을 시작으로 2017년 40억원, 2018년 50억원, 2019년 40억원으로, 4년간 무려 160억원을 투입한다. 
 
문제는 이들 30개 질환 중 15개는 이미 정부가 표준임상진료지침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2013년 10월 복지부가 발표한 보도자료


보건복지부는 2013년 10월 한의계 최초로 임상진료지침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복지부는 한의약선도기술개발(R&D) 사업으로 2008년부터 5년간 연구해 '화병 임상진료지침' '근골격계 질환 침구임상진료지침'을 마련했다.
 
'화병 임상진료지침'은 경희대 김종우 교수를 책임연구자로, '근골격계 질환 침구임상진료지침'은 원광대 조남근 교수를 책임연구자로 해 개발했다.

완성된 지침은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및 대한침구의학회 등 관련 학회의 검토 승인까지 받아 임상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었다.
 
또한 '화병 임상진료지침' 마련을 위해 경희대 등 11개 대학(16개 한방병원)이 참여해 한약제제, 침, 한방정신요법 등을 활용한 임상연구를 진행해 진단, 치료선택, 평가, 관리 및 예방을 포함하는 화병의 표준진료 절차를 제시했다.
 
여기에다 화병의심환자 150여명을 대상으로 4년간 변화를 역학조사해 화병의 병태생리를 밝히는 등 과학적, 체계적으로 접근했다. 
 
임상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표준진료지침을 만든 것이다.
 
'근골격계 질환 침구임상진료지침' 역시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쳤다.
 
한방에서 근골격계 질환이란 경항통(목통증), 요통(허리통증), 슬통(무릎통증)을 의미하며 한의진료 표준임상지침 마련 대상 질환에 포함된 것들이다.
 
당시 복지부는 "이들 지침은 향후 관련 학회와 의료기관에 배포될 예정"이라며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공개해 일반인도 쉽게 자가진단 및 치료정보 등에 대한 근거를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는 왜 다시 임상진료지침을 만드려는 것일까?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 관계자는 1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미 15개의 한방진료지침이 있지만 좀 더 보완해 공식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진료지침 개발 뿐만 아니라 보급, 확산까지 들어가 있다"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
 
한의대 교과서는 과학적인 임상연구 결과를 근거로 만든 게 아니라 과거 '문헌'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2만 한의사는 2만개의 처방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방(秘方)이 심각해 표준진료지침을 만들어도 실제 사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얼마전 상지대 한의대 이선동 교수는 모전문지 기고문을 통해 "지금부터라도 각자도생보다는 한의계 전체와 미래를 고민하고 고려하는 한의계가 되어야 한다"면서 "한의학이 학문적으로 더 표준화되고 객관화되어야 한의사들의 자존심도 높아진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의학계 스스로 과거 문헌 중심에서 탈피해 과학적인 근거 중심의 표준 교과서를 만들지 않으면 진료지침을 개발해도 현장에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한약

안창욱 기자 (cwahn@medigatenews.com)010-2291-0356. am7~pm10 welcome.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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