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04.18 06:02최종 업데이트 16.04.1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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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 성에 대한 정신분석

'금기'와 '거세불안', 그리고 '모체회귀'



 
이 기사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춘계학술대회 프로그램 중 하나인 이병욱 소장(한빛마음연구소, 전 한림의대 교수)의 '정신분석으로 본 한국인과 한국문화' 중 성과 관련한 부분만을 발췌해 작성했다.  
 
 
성에 대한 금기
 
정신분석학에선 인간의 심층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것으로 성과 공격성을 얘기하는데, 우리 조상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디펜스 할 틈 없이,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오는 욕은 그런 점을 가장 잘 반영한다.
 
예를 들어 '니미럴'이나 '니미 X발' 같은 흔한 욕이 영어론 'Mother Fuck'이라는 뜻인데, 마음속에 숨겨졌던 금기 같은 게 성적으로 표현됐다.
 
우리 말엔 이처럼 성에 대한 금기 같은 게 많다.
 
"밤에 맷돌을 돌리지 않는다"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한다.
 
야심한 밤에 맷돌을 돌리면 음란마귀, 즉 성적인 욕구가 들 수 있는데, 맷돌을 돌리지 말라고 한 것은 일종의 워닝 사인(Warning Sign, 경고 신호)인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처럼 섹스를 금기하는 취지에서 금기어를 만든 경우가 많은데, "변소에 빗자루를 두면 밤에 귀신으로 변한다"라고 겁을 주기도 한다.
 
빗자루가 뭐를 의미할까?
 
서양에서도 마녀를 표현할 때 다리 사이에 항상 빗자루를 꽂는데, 이병욱 소장은 이것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타나는 공통적인 인간의 심리"라고 밝혔다.
 
여성들에게 빗자루는 당연히 남근의 상징이다.
 


 
 
우리 조상 중 여성들은 맷돌, 절구, 방아 같은 도구를 많이 사용했는데, 이런 성적인 적개심과 공격성을 도구와 노래를 통해 많이 해소했다.
 
매우 상징적인 활용인데, 그것을 이해하는 게 어렵진 않다.
 
예를 들어, 판소리 명창인 박동진 옹이 '방아타령'을 할 때면, 할머니들이 웃겨 뒤집어진다.
 
박동진 옹은 "방아 중에 제일 좋은 건 가죽 방아요"라는 상징적인 멘트를 통해 청중들을 휘어잡은 것이다.
 
 
이 소장은 "지구 상에서 우리나라만큼 걸쭉한 상소리가 발달한 나라를 찾아보긴 힘들다"라며, "우리 조상은 상소리를 저주나 원망 차원에서만 쓰는 게 아니라, 해학적으로 승화시키는 지혜가 있었고, 그것을 통해 나름대로 힘겨운 삶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전통 문화에 담겨진 거세 불안
 
 
龜何龜何(구하구하)  거북아 거북아
首其現也(수기현야)  머리를 내어라.
若不現也(약불현야)  내어놓지 않으면
燔灼而喫也(번작이끽야)  구워서 먹으리.
 

오래된 가요인 '구지가'는 그 상징성 때문에 유명하다.
 
금관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왕이 강신할 때 토착민이던 구간에게 부르게 했다는 이 노래는, 남성 입장에서는 거세 공포를 유발하고, 여성에서 보면 남성을 유혹하는 것 같다.
 
거북이 머리를 뜻하는 '귀두가'로 이 노래를 이해했다는 이병욱 소장은 "귀두라는 표현을 왜 의학용어에 붙였겠는가?"라고 반문하고, "들락날락하는 것도 그렇고, 상징적인 의미를 우리 조상들도 느꼈던 거다"라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그래서 이순신 장군도 (거세 공포를 활용해) 거북선을 만들었다"라고 덧붙이고, "거북선이 모든 왜군을 물리칠 정도로 많은 배는 아니었지만, 고도의 심리전으로 잠재적인 거세 불안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라고 추정했다.




 
자살자가 생길 정도로 전국적인 거센 반발을 일으킨 구한말의 단발령 역시, 오랜 전통을 단번에 없애려는 것에 대한 반발이기도 했지만, 내면엔 일종의 '거세 불안'에 대한 반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소장은 과거 징벌이었던 참수형, 그리고 현대의 노동 운동이나 국회의원 선거 때 나타나는 삭발 투쟁 또한, 거세를 통한 복종이나 참회 혹은 징벌이나 투쟁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모체 회귀 본능
 
보통 한국 사람은 위급한 상황에서 놀라면, "어머나!" 혹은 "에구머니!"란 표현을 사용한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주로 '어머니'를 찾는데, 이것은 어머니에게 의지하는 욕구를 표현한 것이다.
 
 
<사진 출처 : http://photohistory.tistory.com/13034>



풍수지리에 있어서도, 양택풍수가 흔한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음택풍수가 발달했다.
 
'젖무덤'이라는 표현 역시, 모태로의 회기 욕구가 반영돼 있다.
 
이런 주장은 오히려 서양 학자들이 제기한 것으로, 1920년대 프로이트의 오른팔이었던 산도르 페레치가 그랬고, 다른 학자들도 동조한 바 있다.
 

풍수지리 책자에 나온 좌청룡 우백호 그림은 여성생식기를 닮았고, 많은 책에서도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사진 출처 : https://www.sajuforum.com>


사람들은 우장춘을 '씨 없는 수박'으로만 기억한다.
 
'씨 없는 수박'은 당시 일본에서 우리보다 먼저 연구했고, 그것은 우장춘 박사가 이룩한 업적 중 하나일 뿐이지만, 사람들은 유독 그것만을 강조한다.
 
우장춘의 아버지인 우범선이 국모를 상징하던 민비의 시혜 사건과 관련이 있고, 우장춘의 어머니가 일본인이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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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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