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1.12 04:23최종 업데이트 21.01.12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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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보험사들까지 의사들에게 횡포…의사의 고유 권한은 의사들 스스로 지켜야

[칼럼]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왼쪽), 조정호 보험부회장(오른쪽)

[메디게이트뉴스] 지난해 5월 삼성화재가 일선 개원가에 '비급여 주사제 적정 치료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일괄 발송했다. 내용은 “비급여 주사제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사항의 효능‧효과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치료목적에 의해 처방·투여했다는 소견만으로는 환자의 실손의료비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라며 "비급여 주사제에 대해 고객(환자)의 문의가 있는 경우 해당 내용에 대해 안내해달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다시 말해 삼성화재는 의사의 의학적 소견을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했다. 노골적으로 의사의 의료행위에 관여하는 일로 누구든지 의사의 의료행위를 간섭하지 못하게 한 의료법 12조를 정면으로 위반했다. 나아가 치료목적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여부를 실손보험회사가 판단하겠다고 했다. 

분노가 치밀었다. 의료법 위반을 떠나 도대체 의사들에게 이렇게나 오만불손할 수 있단 말인가. 국가통제 체제로 의사들의 권위가 추락했다 해도 민간 기업까지 이렇게나 의사를 멸시한다는 생각에 잠자코 있을 수 없었다. 확실하게 버릇을 고쳐놓지 않으면 이런 횡포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게 뻔하다고 생각했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환자들에게 안내까지 해달라는 것이었다. 언제부터 의사가 보험회사로부터 지시를 받는 직원 취급을 받게 됐나. 실손보험은 보험회사와 보험 가입자 간의 문제인데 왜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의사들에게 보험회사가 안내요구를 하는 것인지 분통이 터졌다. 의사들이 그렇게 만만한가.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으로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의사들로서는 대기업의 공문에 압박감을 느끼거나 위축되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당장 삼성화재에 항의 공문을 보내 그 부당함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공식 사과, 시정조치 및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삼성화재는 묵묵부답이었다. 괘씸했다. 의사들을 그토록 모욕하고도 제대로 된 사과가 없다니 묵과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금융감독원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해 10월 6일 삼성화재가 발송한 공문에 대해 그 부당함을 지적하고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민원(분쟁조정)을 제기한 것이다. 

의약품의 허가 사용 또는 허가 범위 초과 사용의 문제는 법 적용영역이자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른 진료의 영역이다. 국민건강보험법상의 급여, 비급여의 문제와는 적용영역이 다른 별개의 문제다. 실손보험회사가 끼어들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도 의료기기의 허가 목적 외 사용에 관한 국민신문고 민원에 대한 답변에서 "원칙적으로 안전성, 유효성 측면에서 허가 범위 내에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의사가 의학적 근거를 가지고 식약처에서 허가된 효능효과 범위 외의 용도로 사용한다면 이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른 행위로 일률적으로 의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화재는 적용 영역이 다른 두 가지 사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의사들을 압박했다. 이는 반드시 시정돼야 할 일이었고, 따라서 금융감독원에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금융감독원이 나서자 그때까지 묵묵부답이었던 삼성화재로부터 “불편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는 회신이 왔다. 회신문은 ‘의료법 위반이나 협박죄가 성립되지 않으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중요한 점을 자인하고 있었다. “특정 환자에게 영양제 등을 투여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는 의학적 관점에서 그 필요성을 판단할 사항”임을 분명히 적시했다.

의사의 소견만으로는 환자의 실손의료비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고 고압적으로 으름장을 놓았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항복문서나 다름없었다. 

이번 사례는 우리 의사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의사의 고유 권한은 의사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언제든 침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일 삼성화재라는 거대 보험회사의 위세에 눌려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면 의권의 침해는 더욱 커지지 않았을까. 또 한 가지 시사점은 싸워도 이기는 싸움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1인시위를 하며 부당함을 알리려 했다면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아마도 일회성으로 지나가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작은 사안이라고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실효성 있는 싸움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앞으로도 의사들에게는 시련이 계속될 것이다. 1월 7일 국민건강보험법과 보험업법의 일부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것이 한 사례다. 국민 의료비를 합리적 수준에서 관리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법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실손의료보험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각각 국민건강보험법과 보험업법 일부 개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결국 정부가 민간 실손보험까지 통제하겠다는 것이니, 그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빤하다. '의사들 목 조이기'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의사들 스스로 의권을 지키려는 노력이 갈수록 절실하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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