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2.19 06:19최종 업데이트 18.02.1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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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수가 개편, 치료접근성 높이고 전문성 인정받았다"

[인터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

수가 개편 환영, 다만 중증환자 보상도 고민해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이번 정신치료 수가체계 개편은 전문가가 가진 능력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환자에게 보다 제대로 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발짝 나아갔다는 점에서 매우 환영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이 오는 4월부터 적용될 정신치료 수가체계 개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며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문제는 앞으로 차근차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정신치료 수가체계 개편, 인지‧행동치료 급여화 등을 담은 건강보험 행위급여, 비급여 목록 및 급여상대가치점수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15분 미만이었던 지지요법과 15~45분의 집중요법, 45분 이상 심층분석요법으로 나눴던 3단계를 5단계로 등급화해 수가를 개편했다. 10분 미만, 10분, 20분, 30분 , 40분 이상 5단계로 나눴으며, 정부는 환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추가재정을 투입해 본인부담금은 완화하기로 했다. 또한 인지·행동치료도 처음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한다.
 
권준수 이사장은 "이번 정신치료 수가체계 개편으로 수가 인상과 인지행동치료의 급여화가 실시됐다. 더불어 환자본인부담을 감소시켜 치료접근성을 향상시켰다"면서 "그동안 학회가 환자에게 더 좋은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개선시켜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의료는 수가 특성상 많은 환자를 봐야 경영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권 이사장은 "1명을 오래 보는 것보다 여러 명을 짧게 나눠보는 것이 수가가 더 높으니, 환자에게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서 "많은 환자를 봐야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의사와 소비자 누구도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권 이사장은 "그동안 정신과 수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50% 수준이었다. 이번 개편으로 인해 OECD의 3분의2 수준 정도로 올라갔고, 정상을 위해 한발짝 나아간 것"이라며, "이제 시작이며 향후 차근차근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이사장은 이번 수가 인상이 의사의 전문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신과에 대한 편견으로 '상담보다는 약 처방을 주로 한다'는 비판과 '이야기만 들어주는 것에 전문성이 필요하느냐' 등의 편협한 시각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권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전문가에 대한 능력을 인정하고,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 열악하다"면서 "전문가는 전문적인 능력을 가지고 판단을 하는 사람인데, 여기에 대한 보상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과 전문의는 4년간 트레이닝을 받고 여러 심리적·환경적 문제를 고려해 환자를 본다. 약물치료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 또한 매우 전문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권 이사장은 "우리나라 의료는 전문가의 판단이나 수술 등보다는 각종 검사에 대한 수가가 높게 책정된 측면이 강했다. 그러다 보니 병원들은 이익을 위해 환자가 오면 검사부터 하는 식이 돼버렸고, 환자들은 병원을 불신하기 시작했다"면서 의사가 가진 전문성에 대한 가치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증도에 따른 보상, 위험수당 등 필요
 
권 이사장은 정신치료 수가개편에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중증환자에 대한 수가 등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질환의 중증도에 따른 의료전달체계를 합리적으로 구축하지 않는다면 환자들은 대학병원에서 충분한 진료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권 이사장은 "중증 정신질환자나 급성기 환자는 개인 의원에서 보기 어렵다. 특히 정신질환의 경우 자살시도 등으로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많아 급히 처치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수가나 지원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과도 마찬가지이지만 응급환자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이 보다 많이 필요하다. 정신과의 경우 여러 명이 달라붙어야 환자를 진정시킬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의료진이 다치거나 실제로 사고가 나는 등 여러 위험이 존재하지만 중증도에 따른 보상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급성기 환자의 치료에 대한 수가, 위험수당 등이 있어야 수익에 쫓기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고 했다. 나아가 굳이 3차 병원으로 오지 않아도 되는 외래환자의 흡수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권준수 이사장은 정신과, 정신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일반인, 환자, 보호자 등을 대상으로 학교나 기업체 등을 직접 찾아가 정신과·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을 없애는 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권 이사장은 현대인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심리적 문제가 많아지고 있지만, 현실은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 중 20%만 치료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에서도 적극적인 홍보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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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jhhwang@medigatenews.com)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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