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10.24 12:14최종 업데이트 18.10.2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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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독 수버네이드 치매효과 입증안돼…"과장광고 즉각 중단해야"

바른의료연구소 "허술한 특수의료용도식품 관련 규정 전면 재검토 필요하다"

사진=한독 홈페이지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한독이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용 특수의료용도식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수버네이드에 대한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장광고라는 지적과 함께 특수의료용도식품 관련 규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개원의사들이 만든 바른의료연구소는 24일 "수버네이드는 경도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대상의 임상시험에서 치매예방 및 치매치료 효과가 전혀 입증되지 않았고, 일부 부가변수(해마 위축과 임상치매척도 등)에서 악화 정도가 대조군보다 경미했을 뿐이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특수의료용도식품이라는 명칭으로 치매 관련 질환명을 사용할 수 있는 식품이 마치 치료 효과가 확실히 검증됐고, 의약품을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를 하는데도 정부가 이를 용인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부실한 특수의료용도식품 관련 규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감사와 수사를 통해서 식약처와 한독의 잘못을 밝혀야 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한독은 8월 21일 국내 최초로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용 특수의료용도식품 수버네이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 과정에서 한독은 수버네이드가 경도인지장애와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에 임상적인 효능이 입증됐으며, 의학적으로 손색이 없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면서 "한독의 주장대로 수버네이드가 경도인지장애와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에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수버네이드의 치료 효과를 평가한 임상시험 논문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수버네이드가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효과가 있다는 근거로 삼은 논문인 란셋 뉴롤로지(Lancet Neurology) 2017년 12월 호에 발표된 임상시험(LipiDiDiet) 결과를 분석했다.

이 연구는 유럽에서 경도인지장애 환자 311명을 대상으로 24개월 동안 수버네이드 125mL를 매일 섭취한 치료군과 수버네이드를 섭취하지 않은 대조군의 신경심리검사 결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신경심리검사의 평균값 변화는 치료군과 대조군에서 차이가 없었고, 부가변수(2차 변수) 분석에서 치료군에서 MRI상 해마 위축과 임상치매척도 점수가 나빠지는 것이 대조군보다 상대적으로 경미했던 것으로만 나타났다.

연구소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서 수버네이드의 치료 효과를 보기 위해 진행된 2015년도의 연구(S-Connect)에서도 수버네이드는 치료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상자 모두가 통상의 치매약을 복용하는 경증과 증등도의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527명을 대상으로 수버네이드 24주 섭취 효과를 인지기능 평가를 통하여 비교했을 때, 치료군(265명)과 대조군(262명) 두 군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수버네이드의 치료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서 수년간 경도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수많은 연구에서 수버네이드가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매의 진행을 늦춘다는 근거는 밝혀진 것이 없다"면서 "한독이 수버네이드가 치료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는 일부 연구의 부가 변수 분석에서 나타난 약간의 결과만을 가지고 과대 포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무리 부수적인 변수에서 통계적인 의미가 관찰됐더라도 일차 연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그 누구도 그 임상 시험을 성공했다고 주장하거나, 해당 질환에 효과가 증명됐다고 주장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한독은 수버네이드에 대해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의약품과 같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변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당 제품에 특정 질환명을 표기하고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등의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함으로써 국민들이 의약품으로 오인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사진=한독 홈페이지

연구소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민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특수의료용도식품 관련 규정의 허술함도 드러났다.

2016년 12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부칙이 개정되면서 환자용 식품 가운데 특수의료용도식품은 섭취 대상자의 질환명 표기가 가능해졌다.

연구소는 "그러나 질환명을 표기할 수 있는 근거자료 검토 과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민원 과정에서 확인됐다"면서 "환자용 식품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별도의 식약처 심사를 거치지 않고도 얼마든지 업체가 환자용 식품에 특정 질환명 표기가 가능하다. 이는 다른 의약품이나 건강 관련 제품과 비교해도 형평성에 어긋난 것으로, 환자용 식품을 판매하는 업체에 과도한 특혜를 준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의 수버네이드 판매 사례와 비교해 보면, 프랑스는 수버네이드를 질환명 표기 없이 판매하도록 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판매 허가조차 나지 않았다. 영국, 호주, 홍콩 등의 경우에는 질환명을 표기한 상태에서 판매하고 있으나, 식품으로서의 한계를 명확히 하고 의약품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수버네이드는 질환명 표기는 물론 의약품보다 더 효과가 있는 양 광고하며 판매되고 있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의 제도가 얼마나 허술하고, 한독이 그 허술한 제도를 얼마나 악용하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식품개정법 시행규칙 개정 이후 처음이자 유일하게 특수의료용도식품으로 신고된 제품은 수버네이드 뿐이다"면서 "수버네이드의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손쉽게 신고가 된 과정을 이해할 수 없어, 식약처가 어떠한 자료를 검토했고, 어떠한 과정을 통하여 수입을 허가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의 정보공개 요청을 했으나, 서울지방식약청 끝내 공개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사진=한독 홈페이지

또한 연구소는 "연구소가 관련 자료 등을 첨부해 해당 광고에 대한 민원을 신청했지만, 식약처에서는 해당 광고에 특이사항이나 부적절한 표현은 없다고 답변했다"면서 "식약처장과 식약처 조사관은 전혀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구소는 "수버네이드 광고에서 한독은 국내 최초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용 특수의료용도식품으로 홍보하고 있고, 수버네이드가 132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4개의 다국가, 다기관 임상시험을 통해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임상적 효과가 증명됐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한독은 일부 광고에서 현재 효과적인 치매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수버네이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표현을 통해 마치 의약품을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의약품 오인 및 과장 광고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류영진 식약처장에게 수버네이드라는 단일 제품에 특혜를 주기 위해 규제를 완화한 것은 아닌 지와 식품에 질환명을 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완화의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문제, 그리고 식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하게끔 하는 과장광고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연구소는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이 이 홍보자료를 보여주며 식약처장의 의견을 묻자 식약처장은 해당 질환에 효과가 있는 의약품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식약처장이 그렇다고 인정할 정도라면 일반 국민들은 당연히 이를 의약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아주 높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수의료용도식품으로 한독의 수버네이드만이 유일하게 신고된 점, 식약처가 수입 허가 과정에 대한 정보공개를 거부한 점, 명백한 의약품 오인 및 과장 광고를 문제가 없다고 답변한 점 등을 종합해보면 식약처가 한독을 과도하게 비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고, 이는 이들의 유착 관계를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라 판단된다. 따라서 정부는 수버네이드 수입 허가 및 특수의료용도 식품 관련 규제 완화 등의 과정을 철저히 감사하고 불법의 정황이 발견된다면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치매가 의심되는 사람들의 경우 수버네이드와 같은 식품을 섭취하면 질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이에 의지하다가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는 치매의 조기 진단 및 치료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이에 따라 특수의료용도식품에서 질환명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에 준하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국외뿐만 아니라 국내 임상 연구를 통한 효과가 확실히 증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엄격한 기준 없이 판매되고 있는 현재 특수의료용도식품에는 질환명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고, 한독은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광고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식약처는 지금이라도 한독의 수버네이드 수입 허가 과정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과장 광고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구소는 "정부는 이번 사태를 통해서 앞서 언급한 특수의료용도식품 관련 규정의 전면 재검토뿐만 아니라 본 연구소가 제기한 식약처와 한독의 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감사를 시행해야 한다.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즉각적으로 수사 기관 고발을 통한 사법처리를 진행해야 한다"며 "치매관리는 중대한 국가적 과제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약국 등의 치매 비전문 기관이 아니라 의료기관에서의 조기발견 및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전했다.

#바른의료연구소 # 한독 # 수버네이드 # 치매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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