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4.02 16:49최종 업데이트 21.04.0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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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법 시행 3년, 정작 전공의들은 절차 복잡성에 현장서 ‘울상’

절차 복잡성 67.9%‧보호자 무리한 요구 56.2%...죽음에 대한 판단 부담 느끼는 비율도 크게 늘어

전공의의 68%가 현장에서 연명의료결정 시 절차의 복잡함으로 인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 횟수로 3년이 지났지만 전공의의 68%가 현장에서 연명의료결정 시 절차의 복잡함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제도의 수치상 성장은 이룩하고 있으나 이와 별개로 현장의 어려움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8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지정…현장서 실질적 논의 주체는 전공의
 
2020년 3월 기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의 7.4%가 의료기관윤리위원회에 등록돼 있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상급종합병원의 100%, 종합병원의 46.2%, 병원 0.9%, 요양병원 3.4%가 참여 중이다.
 
또한 그동안 198개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이 지정됐고 60만 4563건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3만9050건의 연명의료계획서가 등록됐다. 실제로 연명의료중단결정이 이행된 경우는 8만9562건이다.
 
큰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법을 실제 의료현장에서 적용할 때 담당 의사가 겪는 어려움이 많다. 모든 임종과정에 대한 임상적인 판단부터 환자의 의사, 가족의 합의에 이르는 절차적인 판단까지를 의료인이 모두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공의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연명의료의 최종 결정은 담당교수가 하지만 환자 임상경과를 토대로 환자 및 보호자와 면담하고 이를 바탕으로 담당교수와 최종 결과를 논의하는 주체가 각 과 3~4년 전공의들이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은 실제 연명의료계획서와 연명의료결정이행서 등의 서류를 작성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절차 복잡성 67.9%‧보호자 무리한 요구 56.2%…죽음에 대한 판단 부담도 크게 늘어
 
전공의들이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들. 사진=연명의료결정법 전후 전공의들의 연명의료법에 대한 인지도 및 시행경험,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 연구, 한국의료윤리학회.

그렇다면 전공의들은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서울아산병원 고윤석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연명의료결정법 전후 전공의들의 연명의료법에 대한 인지도 및 시행경험,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법 시행 1년째와 2년째를 나눠 1년째에 139명, 2년째에 128명 총 267명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연구결과, 전공의들이 실제 현장에서 법률을 시행할 때 겪는 주된 문제는 법 시행 1년째 설문에서 절차의 복잡성이 전체 응답자 중 67.9%로 가장 많았다.
 
이어 환자 혹은 가족의 무리한 요구와 사회적 인식의 미성숙으로 인한 문제가 전체 중 56.2%였고 환자 및 보호자와 연명의료에 관해 면담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응답도 47.4%에 달했다.

2년째 설문조사에선 절차의 복잡성을 빈번한 어려움으로 지목한 전공의의 비율이 53.9%로 유의하게 감소했다. 반면 전공의들이 죽음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에 관해 심적 부담을 느끼는 비율이 반대로 1년째 40.3%에서 2년째 51.6%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법 시행 초기, 전공의에게 법에 대한 교육이 얼마의 기간 동안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이들이 겪을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을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며 "법적 절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전공의들이 단순히 법적 문제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여러 종류의 서류를 갖추고 이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도록 함으로써 많은 혼란이 야기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연간 2~3일 거쳐 이론‧실습 이뤄져…“절차 간소화‧전공의 실습 강화돼야”
 
연구를 진행한 고윤석 교수는 전공의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절차적 복잡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률적 노력과 함께 의료기관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봤다.
 
고 교수는 "바쁘게 돌아가는 의료현장에서 여러 가지 복잡한 절차를 검토하고 가족관계를 일일이 확인해 서류를 작성하고 전산에 등록하는 절차가 연명의료결정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실상황에 맞게 환자의 직계가족이 모두 모여서 가족관계를 서류를 통해 증명하고 연명의료중단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등의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법안의 세부적인 시행사항을 개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병원 법무팀 등도 함께 복잡한 가족관계로 인한 연명의료결정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절차를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윤석 교수는 특히 전공의들이 죽음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에 관해 심적 부담을 느끼는 비율이 1년째 40.3%에서 2년째 51.6%로 증가한 부분에 주목했다.
 
고 교수는 "의료현장에서 말기 임종기 판단에 대한 어려움이 크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실제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사례를 논의할 수 있도록 교육지침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명의료결정에 대한 실습교육, 역할극 같은 프로그램 개발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뉴욕주는 의사를 대상으로 연간 2~3일간 말기 임종기 판단에 대한 이론적 강의와 실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관련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수련과별 자체적으로 이뤄지는 연명의료 교육도 소속과에 따라 큰 차이가 있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내과는 93.1%가 담당교수에게서 연명의료 교육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산부인과는 68.4%, 소아과는 65.4%에 그쳤고 외과는 10.5%, 정형외과 7.7%, 신경과는 한번도 관련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고 교수는 "연명의료중단이 필요한 상황을 접하게 되는 빈도의 차이나 진료업무 강도의 차이 등으로 교육이 실제 전공의의 의료행위에 미치는 효과의 차이가 과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며 "각 수련과별 특성에 맞는 교육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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