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5.06 12:01최종 업데이트 20.05.0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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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화처방 감염 차단 효과·오진 위험 조사 안해…원격의료 시행 근거 부족"

바른의료연구소 "대면진료 원칙 훼손하는 원격의료, 안전성·효과 입증 안되고 일차의료 붕괴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바른의료연구소는 6일 성명서를 통해 “전화상담 고착화와 원격진료 제도화는 일차의료체계 붕괴를 부추기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 2차 유행 극복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우려했다. 

앞서 2월 21일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월 24일부터 의료기관의 전화 상담·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당시 의료계는 원격의료로 가기 위한 초석이라고 거세게 반발하자, 복지부는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위한 한시적인 시행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4월 14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비대면 의료서비스 등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이후, 여러 부처들은 서로 원격의료 추진방안을 내놓고 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 역시 4월 29일 정례브리핑에서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을 전제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차관은 지난 4일 한시적인 전화 상담·처방에 대해 5월 초부터 의원급 의료기관은 기존 진찰료 100% 외에 전화 상담 관리료 30%를 별도 수가로 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전화 상담 관리료에 대해 “전화 상담·처방에 대면진료보다 더 높은 수가를 책정해 한시적 허용을 상시적 허용으로 고착화시킨 것이다. 정부는 전화상담 허용이 한시적 조치로서 종료시기는 코로나19 전파 양상을 봐가며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코로나19 확산세가 극히 미미해진 시점에서 이 조치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이는 결국 원격진료 강행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구소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전화 상담·처방 조치가 과연 원격진료 시행의 정당성을 부여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이 조치로 원격진료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전화 처방의 감염 차단 효과와 오진 위험 조사 안돼, 원격의료 시행 근거 부족   

연구소는 우선 전화 상담·처방의 코로나19 감염 차단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으며, 원격의료 추진을 위한 근거도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김강립 차관은 한시적으로 시행된 전화 상담·처방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부터 의료기관 보호, 만성질환자 보호, 비코로나19 환자 의료 이용 보장 등 3가지의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효과를 제대로 확인하려면 전화상담군과 대조군 사이에 코로나19 감염율을 비교조사했어야 하지만, 정부는 조사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국내 코로나19 사태에서 주로 지역사회 감염과 의료기관 입원 환자를 통한 집단감염이 문제가 됐을 뿐, 의료기관 외래 진료 후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라며 “코로나19 환자가 확진되기 전에 외래를 방문한 사례가 꽤 있었는데, 전화상담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인다는 정부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코로나19로 지난 2월24일부터 4월 19일까지 전화 상담과 처방을 통해 13만건 정도의 원격진료가 이뤄졌으며 별다른 오진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오진 사례를 조사하지 않았을 뿐, 자세히 조사하면 분명 오진사례가 꽤 많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정부가 제시한 근거자료는 오로지 일정 기간 전화상담을 시행한 총 의료기관과 시행건수 밖에 없다. 결국 전화 상담·처방의 효과와 안전성은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라며 “물론 폭발적인 전파양상을 보인 대구 지역이나 코로나19 확진자 진단으로 폐쇄된 의료기관 같은 경우는 전화상담·처방이 일부 도움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한시적 전화상담 조치가 고착화되고 원격진료를 도입하는 근거는 전혀 될 수 없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의료의 근본 원칙은 대면진료다. 대면진료는 문진, 시진, 청진, 타진, 촉진 등을 동원해 면밀히 진찰하고, 필요하면 바로 검사를 시행할 수 있어 제대로 된 진단 가능성을 높이고 오진의 위험성을 극히 낮출 수 있다”라며 “반면 전화상담은 문진 이외에 다른 진찰방법을 동원할 수 없어 오진의 위험성이 매우 높아질 수 밖에 없다”라고 피력했다. 

연구소는 “화상진료와 원격모니터링을 이용한 원격진료의 경우에도 대면진료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원격진료는 영토가 넓고 인구밀도가 낮아 의료접근성이 매우 떨어지거나 의료수가가 비싼 나라에서나 일부 효용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엎드리면 코닿는 곳에 의원들이 줄줄이 위치하고 진료비도 싼 우리나라에서 원격진료의 효용성은 매우 낮아질 수 밖에 없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세계에서 원격진료가 제일 활성화된 미국이 코로나19 대유행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걸 보더라도, 원격진료가 팬데믹 감염병 유행에 별 효과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이번 국내 코로나19 사태를 보면, 의료역량의 역치를 넘지 않게 하는 데에 지역마다 촘촘히 위치한 동네 의원들의 완충작용이 상당한 기여를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경제와 산업 논리로만 접근하는 원격의료 추진, 일차의료기관 붕괴 우려 

연구소는 전화상담과 원격진료를 통해 일차의료기관의 도산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했다. 

연구소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이미 환자 수가 대폭 감소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거나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일차의료기관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화상담이나 원격진료가 활성화된다면, 설령 전화상담 수가가 일반 수가보다 높다 하더라도 총 진료환자 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게다가 전담인력을 두고 전화상담이나 원격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들로 환자 쏠림현상이 가속화되면 나머지 의원들은 폐업으로 내몰릴 것이다. 이렇게 되면 2차 유행 시 완충작용을 할 의원들이 얼마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라며 "결국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의료기관과 의료인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고 환자 진료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추진한 의료이용체계 개선방안이 오히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소는 “정부와 IT 산업계는 원격진료와 같은 비대면 산업 육성이 경제발전과 고용창출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코로나19 영향으로 도산 위기에 처한 의료기관들은 직원 감축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원격진료로 창출된 고용은 이에 훨씬 못 미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일차의료가 붕괴되면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연구소는 “의료계는 한시적 허용이라는 정부의 말을 믿고 따랐으나, 정부는 이번 전화상담 고착화를 통한 원격진료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는 정부가 의료계를 속이고 우롱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가 원격진료를 도입하려 하자 당시 야당이던 현 정권 인사들은 의료영리화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그런데 지금은 원격진료 도입에 열성인 것을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라며 “정부는 이 조치가 의료전달체계의 핵심인 일차의료기관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지 않고 오로지 경제와 산업의 차원에서만 접근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일차의료체계는 붕괴될 것이며, 정부가 얻으려는 얄팍한 목적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의협이 의병정 간담회에서 전화상담·처방 전격적인 허용 조치를 수용했는지에 대한 입장을 밝힐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부는 4일 전화상담 고착화, 호흡기전담클리닉 등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의료이용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는데, 발표 직전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과 의병정 간담회를 개최해 의료계 의견을 청취하고 지원방안 등을 논의했다. 

연구소는 “의병전 간담회에서 의협회장이 원격진료 도입의 발판이 될 전화상담 고착화를 수용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됐다. 의협회장은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즉각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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