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은 환자가 시술 중 발생한 혈관박리로 숨진 사건에서 법원이 의료진의 시술상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환자 본인이 아닌 배우자에게만 시술 위험을 설명한 것은 자기결정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환자가 설명을 이해하고 의사를 표시할 능력이 있었다면, 부작용이나 사망 가능성을 듣고 불안해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본인에 대한 설명을 생략할 수 없다는 취지다.
광주지방법원은 최근 사망 환자의 자녀 4명이 병원 운영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병원 측이 원고들에게 각각 363만6363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환자는 2022년 10월 약 2주간 지속된 가슴통증으로 병원에 내원해 불안정협심증 진단을 받고 입원했다. 다음 날 시행한 관상동맥조영술에서 근위부 좌전하행동맥에 90% 협착이 확인돼 풍선확장술과 스텐트 삽입술을 받았다.
첫 번째 스텐트 삽입 후 협착은 해소됐지만 스텐트 아래쪽 혈관에서 관상동맥박리가 발생해 원위부 혈류장애가 나타났다. 의료진은 추가로 스텐트를 삽입했으나 박리가 원위부까지 진행했고, 추가 시술을 거쳐 혈류가 일부 회복됐다.
의료진은 당시 환자의 활력징후가 안정적이고 흉통이 호전됐다고 판단해 시술을 종료한 뒤 중환자실에서 경과를 관찰하기로 했다. 그러나 환자는 이송 과정에서 심인성 쇼크와 심정지가 발생해 같은 날 오후 사망했다.
유족은 의료진이 시술 전 당뇨약 복용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휴일에 필요한 의료진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술했다고 주장했다. 관상동맥중재술을 선택한 것 자체가 부적절했고, 시술 과정의 조작과 혈관박리 발생 이후 경과관찰에도 과실이 있었다고 했다.
“혈관박리는 발생 가능한 합병증…진료상 과실 입증 안 돼”
법원은 의료진의 시술 준비와 치료방법 선택, 시술 과정 및 사후 대응에 관한 유족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자의 당뇨약은 시술 당일 투약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당시 신장기능과 복용량을 고려하면 조영제 사용 전 반드시 투약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시술 선택도 적절했다고 봤다. 환자는 저위험 비ST분절상승 관상동맥증후군에 해당했지만 좌전하행동맥에 90% 협착이 확인돼 약물치료보다 혈관재통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해당 병변은 스텐트를 이용한 관상동맥중재술을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감정 결과도 반영됐다.
시술 과정에서 발생한 관상동맥박리에 대해서도 조작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관상동맥박리는 가이드와이어 진입이나 스텐트 삽입, 풍선확장 과정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다. 환자는 좌전하행동맥 원위부에 세 군데 이상의 심한 굴곡이 있는 등 혈관 비틀림이 심해 가이드와이어 전진 과정에서 혈관 손상이 발생할 위험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이 사용한 풍선카테터와 스텐트의 크기도 혈관 직경에 맞게 선택됐으며, 감정의 역시 관상동맥박리의 구체적인 발생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고 혈관의 해부학적 특성을 고려하면 의료진의 술기상 과실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법원은 시술 종료 당시 환자의 혈압이 170/80㎜Hg, 맥박이 분당 101회였고 특별한 증상이 기록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했다. 최종 혈류가 일부만 회복됐고 이송 과정에서 심인성 쇼크가 발생했다는 결과만으로, 중환자실 이송 결정을 잘못이라고 볼 구체적인 의학적 근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배우자가 원해도 환자 본인에 대한 설명 생략 못 해”
반면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했다.
시술 전 작성된 관상동맥조영술 동의서에는 환자 본인의 서명 없이 배우자가 대리인으로 서명했다. 환자 대신 배우자에게 설명한 사유로는 ‘설명하는 것이 환자의 심신에 중대한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함’이라는 항목이 선택돼 있었다.
병원 측은 배우자가 사망 등 좋지 않은 결과를 설명하면 환자가 두려워할 것을 우려해 자신에게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고 의료진도 이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성인 환자에게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이상 원칙적인 설명 상대방은 환자 본인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환자는 입원 당시 다른 동의서와 교육 확인서에 직접 서명했고 읽고 쓰기가 가능했으며, 정서 상태도 안정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계 이상이나 의식저하, 지남력 장애 등 의료진의 설명을 이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는 기록도 없었다.
법원은 환자가 부작용이나 사망 가능성을 듣고 불안과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본인에 대한 설명을 생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환자에게 직접 설명할 경우 심신에 중대한 악영향이 발생할 것이 명백하다는 의학적 판단이나 근거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병원 측은 관상동맥조영술 후 의식이 명료한 환자에게 90% 협착 부위를 보여주며 스텐트 삽입 필요성을 직접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주장이 환자에게 직접 설명하기 어려웠다는 동의서 기재와 양립하기 어렵다고 봤다.
간호기록에 검사 필요성과 처치계획을 설명했다는 내용이 있더라도 시술의 구체적인 내용과 위험, 합병증을 충분히 설명해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기회를 줬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다만 설명의무 위반과 환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았다. 의료진이 충분히 설명했더라도 환자가 시술을 거부하거나 다른 치료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장례비 등 사망에 따른 전체 손해가 아닌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만 인정했다. 법원은 위자료를 2000만원으로 정하고, 소송을 제기한 자녀 4명의 상속지분에 따라 각각 363만6363원을 지급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