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1.13 18:45최종 업데이트 21.01.14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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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사라진 '안구건조증' 상병명 코드에 한방 코드 대거 등장, 무슨 일인가 봤더니

안과의사회 "진료현장에 맞지 않는 통계청 표준질병분류, 심평원 대거 삭감 우려…의료일원화 사전포석 의혹도"

자료=대한안과의사회가 회원들에게 보낸 안내문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A안과 개원의는 새해 첫 진료일부터 전자의무기록(EMR)에서 안구건조증 코드로 많이 쓰던 건성각결막염 코드 ‘H1621’이 사라지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 코드 외에 흔히 쓰이는 상병 코드 몇 가지가 없어졌다.

심지어 한방 상병코드가 늘어난 것도 확인됐다. B안과 개원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검현적란(瞼弦赤爛) 등 한방에서 쓰이는 상병명이 대거 들어가 있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통계청이 지난해 7월 개정한 제8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8) 개정·고시가 올해 1월 1일자로 반영됐고, EMR업체를 통해 자동 업데이트된 데 따른 것이다. 

13일 안과 개원의들에 따르면 최근 대한안과의사회 여러 회원들이 상병명 개정으로 불편하다는 민원을 제기했고, 의사회 차원으로 사태 파악과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상병명은 진단명 외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험급여를 청구할 때도 연동되기 때문에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안과의사회는 우선 회원들에게 공문을 통해 7차에서 8차로 개정된 내용을 비교할 수 있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신구 연계표를 발송했다.  

안과의사회는 공문에서 “이번 KCD 8차 개정으로 상병 코드가 달라져 회원들의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한다”라며 “대한안과학회는 각 연구회의 의견을 받아 심평원에 상병코드 수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는 통계청에서 결정하는 문제이며 심평원 수정은 불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자주 쓰던 상병 코드 못찾아 혼란, 대량 삭감 우려...의료일원화 의혹까지 

안과 개원의들이 불편을 겪은 것은 일단 청구코드를 찾다 보면 진료에 혼란이 생기고 진료시간도 지연된 데 있다. 주로 쓰던 상병명 코드가 사라지면 심평원에 건강보험 급여비 청구가 잘못 이뤄져 다음달에 대거 삭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A안과 개원의는 “5년마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개정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다”라며 “통계청이 외국에 있는 분류체계를 들여오는데, 의료계와 상의 없이 개정하기 때문에 상병명도 어색하고 진료 현장에서 쓰이는 상병명이 빠지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전문과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에도 상병명 개정 때문에 2월에 대량 삭감된 적이 있었다"라며 “통계청이 대한의사협회나 각 전문과의사회와 소통없이 임의대로 변경해선 안 된다”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표준질병 분류표를 보면 한의학에서 쓰는 상병명 코드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7차 개정 때도 문제로 지적됐던 내용으로, 이번 개정에서 검현적란(瞼弦赤爛), 포허여구(胞虛如球), 포종여도(胞腫如桃) 등의 한방안과 진단명이 두루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포함된 한방안과 상병명. 자료=개원의 제공

B안과 개원의는 “이번 상병명 분류표를 보면 양한방 공통 상병명이 상당히 많다. 안과 전문의도 모르는 한방안과 진단명을 보니 황당하다. 마치 의료일원화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보여질 수준이다”라고 지적했다.  

안과의사회 이성준 부회장은 “통계청이 5년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개정 작업을 거친 다음에는 수정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진료현장에서 문제가 있다고 해도 수정을 하기는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 심평원도 통계청이 정한 기준이라 바꾸기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청구할 때 문제가 될 수 있어 심평원이 대체할 수 있는 코드를 매칭해놓는다고 했다. 하지만 코드상으로 매칭된 코드로 사용해야 하고, 자칫 오류가 날 수 있어 삭감이 우려된다”라며 “장기적으로 특정 질환에 대한 통계의 오류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임상현장에 맞지 않은 상병명 분류, 5년간 수정도 어렵다니"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는 보건 관련 통계 작성을 목적으로 1952년 제정된 이래 현재까지 7차례 개정됐으며, 이번이 8차 개정이다. 표준분류는 5년 주기로 개정되고 표준질병·사인분류는 끝자리 0년과 5년에 개정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번 8차 개정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국제질병분류(ICD-10)와 종양학국제질병분류(ICD-O-3)의 최신 변경 내용을 반영했다. 또한 사전 현장적용시험을 통해 우리나라 세분화 분류를 사전 검토했으며 활용도가 낮은 분류는 정비하고 신규 희귀질환을 추가했다. 의학용어는 전문 분야의 특성을 반영하면서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한글 용어로 수정했다.

이와 관련, 통계청 관계자는 “상병명이 빠지더라도 그냥 빼는 것이 아니다. 5년동안 개정을 준비하면서 잘 쓰지 않는 것이나 현장에 맞지 않는 것이 빠진다”라며 “관련 학회나 사용자들에게 의견을 여러 차례 물어보고 최종적으로 분류를 결정한다. 한방 상병명도 단편적인 판단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건성각결막염(H1621)처럼 빠진 코드라면 다른 질병 코드와 상호배타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빠지게 됐다. 이는 '각막결막염(H16.2)'으로 분류됐고 다른 코드 역시 마찬가지"라며 "관련 학회의 논의를 거쳤고 변경된 분류기준도 사전에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통계청이 분류하면 심평원은 그대로 가져와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주관부처가 해결해야 한다"라며 "특히 진단명은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넣는 것이고, 심평원은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과의사회는 안과학회 및 각 분과학회와 협력해 건의사항을 정리하고, 관련 기관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로 했다. 

안과의사회 이성준 부회장은 “이번 8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는 임상현장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은 문제가 가장 크다"라며 "앞으로 상병명을 개정할 때 의협, 개원의협의회, 각과 의사회 등과 논의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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