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4.02 06:40최종 업데이트 19.02.0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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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의정협상에서 비공개·비녹취 요구…의료계 주장은 회의록조차 빠진게 많아"

[칼럼] 이세라 외과 전문의

의사만 초음파 검사 허용, 재정 마련 방안, 비급여로 남겨둘 필요성 등 주장

▲초음파 급여화 협의체 회의자료. 
[메디게이트뉴스 이세라 칼럼리스트] 상복부 초음파 검사를 건강보험 급여화하겠다는 정부의 일방적 고시(보건복지부 고시 제2018-66호)가 3월 13일 행정예고됐다. 이 고시는 4월 1일자로 시행됐다.
 
정부는 이 고시를 발표하기 전에 초음파 급여화 협의체를 구성해 의견을 종합하는 형식을 취했다. 구성원은 보건복지부와 개별 학회, 의사회 등 20여명이었다. 협의체 회의는 1월 15일, 1월 25일, 2월 5일, 2월 22일 총4차례 개최됐으며 필자는 이 자리에 모두 참여했다. 그러던 중 3월 29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의 협상단 자격으로 복지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 담당자들과의 협상장에도 처음으로 들어가게 됐다.
 
비대위 협상자리에 앉자마자 복지부는 비공개와 비녹취를 요구했다. 복지부는 “그동안에도 그랬듯, 비공개와 비녹취 회의를 해야 허심탄회한 발언을 할 수 있다. 그렇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처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회의가 시작되고 이동욱 의협 비대위 사무총장이 의료계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달라는 부탁과 양해가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와의 극한 대립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하지만 정부 측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는 회의 후 복지부의 기자회견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양측은 회의장에서 서로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날카롭게 맞섰다.

의료계와 복지부의 이런 과정은 당연한 일이고 과정이라고 본다. 하지만 초음파 검사 협의체, 그리고 의정협상 등 정부와의 협상에서 아쉬운 점을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초음파 급여화 협의체에서 제공한 회의자료 중에 일부는 대외비라는 명목 혹은 대외주의라는 명목으로 회의장 외부로 가져갈 수 없었다. 충분한 검토와 심도 있는 논의 없이 그 자리에 있는 지식만으로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지 의아했다. 복지부는 의정협상에서도 공개와 녹취를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둘째, 회의록은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다. 의정 협상단이 마지막으로 만난 3월 29일, 정부측은 총 4회의 초음파 급여화 회의록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 회의록에 의료계의 주장은 빠진 게 많았다. 필자가 초음파 급여화 협의체에서 주장한 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즉, 정부 측이 원하는 급여기준과 관련된 내용만 회의록에 남아있는 것으로 보였다.
 
셋째, 초음파 급여화 협의체 회의 중에 “현 상복부 초음파 급여수가는 의사가 직접 시행한 것을 기준으로 했다. 방사선사의 초음파 검사 시행은 보험급여를 적용할 수 없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방사선사 검사 시 의사가 같은 방에서 1대 1로 지도를 하면 인정하는 것으로 고시가 수정됐다. 이는 의료계의 합의를 거치지 않았을뿐더러 방사선사를 추가로 고용해야 하는 등 현실적인 정책이 아니다.
 
넷째, 복지부는 비급여로 남겨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회의장에서의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줄곧 “정부가 고시한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의 급여기준으로만 급여를 인정하면 일선 현장에서 많은 갈등이 발생한다. 어쩔 수 없는 일부라도 비급여로 남겨둬야 할 부분이 있다”고 3~4차례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측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 내용은 회의록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다섯째, 의료서비스 수요 급증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 급여화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급증시킨다.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의 문제, 그리고 다른 비급여의 급여화도 이와 다르지 않다. 건강보험 재정의 급격한 악화가 예측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구체적이지 않지만 재정 마련방안이 마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10년간 건강보험료는 연평균 3.2% 늘었다. 2017년 건강보험연보에 따르면면 요양급여 비용은 7.3% 늘었다. 상복부 초음파 검사 급여화 등의 개별 상황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는 분명해 보인다. 

의사들이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비급여의 급여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상복부 초음파 검사의 급여화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것이다. 의료계는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으로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모든 비급여의 급여화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의장에서 “맹장수술비에 책정된 의사 행위료(기술료) 3만원, 제왕절개 수술비 5만원 등의 저수가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상복부 초음파나 다른 비급여의 급여화가 먼저는 아니다"라고 외쳐보기도 했으나, 공허한 메아리 같았다.  

문재인 케어라고 불리는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을 다른 말로 표현해보면 "인심은 정부가 쓸게. 돈(보험료)은 국민들이 내라. 잘 안되면 의사들을 쥐어짜겠다"로 요약된다.

의료계를 '패싱(passing)'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하는 정부에 미리 이야기하겠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책임자는 의료계 입장을 반영하지 않고 어떻게든 문재인 케어를 강행하려는 사람이다. 정부는 향후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책임을 의사들에게 떠넘기지 말 것을 당부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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