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12.18 05:42최종 업데이트 15.12.18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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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주인인 병원에서 수련받기

경험자들이 전하는 세가지 에피소드

대한민국처럼 다양한 종교가 큰 분쟁 없이 공존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초코파이에 만족 못 하는 군인을 잡기 위해 주말마다 군대 안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 4대 종교(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지만, 군대 밖에서는 비교적(?) 큰 탈 없이 어우러진다.
 
 
이런 4대 종교는 의료계와도 관련이 있다.
 
그들 모두 의과대학과 병원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종교가 운영하는 병원은 그 주인은 다르지만, 유사한 면이 많다.
 
주요 사안에 관한 결정권을 갖는 병원(혹은 의료재단) 이사회는 종교인으로 이루어졌고, 병원장도 이들이 결정한다.
 
그런 구조적 특징이 여타 병원에서 시도하지 못한 신선한 의료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의료인을 곤혹스럽게 하는 경우도 많다.
 
 
EP1.막강한 이사장'님'



 
두 명의 병원장
 
전국에 여러 병원을 소유한 G재단.
 
이 재단은 특정 종교가 소유하고 있고, 이사장도 종교인이다.
 
하지만 이 재단이 소유한 일부 병원엔 두 명의 병원장이 존재한다.
 
이 병원에서 수련을 마친 한 신경외과 봉직의는 "병원(재단) 이사장에게 교수든 전공의든 간호사든 전부 원장님이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이 봉직의는 의료인이 아닌 사람을 병원장이라고 호칭하는 게 처음엔 어색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련 기간에 '막강한 권력'을 몸소 체험하면서 '원장님'이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너무나 무서운 이사장님
 
이 재단의 인턴은 재단이 소유한 몇 개 병원에서 순환근무를 한다.
 
순환하는 병원엔 같은 소속은 아니지만, 재단과 관련이 있는 I병원도 포함돼 있다.
 
I병원의 이사장 역시 종교인이다.
 
그의 기행은 I병원에서 수련 경험이 있는 의료인에게는 너무나도 유명하다고 한다.
 
I병원 이사장은 수련의들에게 막말은 기본이고, 환자가 보는 앞에서 의료인을 꾸짖는 경우도 있었다고.
 
이 병원을 거쳐 간 전문의들은 이사장 얘기만 나오면 학을 뗀다고 한다.
 
 
EP2.의료인을 힘들게 하는 VIP
 

<사진 출처 : 불교신문>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습니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A씨.
 
A씨는 특정 종교가 재단을 소유하는 병원에서 수련했다.
 
그는 항상 다음과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런 병원에서 수련해 본 사람은 알 거다. 목사님(혹은 신부님이나 스님)이 얼마나 높은 병원의 VIP인지..."
 
 
A씨가 전공의 2년 차였던 시절.
 
'VIP' 한 분이 신경외과에 입원했다.
 
VIP의 입원 당시 진단명은 종합병원에 입원할 만한 성질의 질환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쨌든 'VIP'니깐...
 
 
A씨에 따르면 VIP에도 여러 타입이 있다.
 
병원 직원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입원했다가 티 안 내고 퇴원하는 VIP도 있고, 온갖 유난을 다 떨며 여러 의료인을 힘들게 하는 VIP도 있다.
 
의료인의 머리에 각인되는 건 항상 후자의 경우로 A씨가 지금의 에피소드를 기억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우리의 VIP께선 회진 시간조차 침대를 지키지 않는 게 다반사였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A씨는 화가 나 맘먹고 한마디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어느 날 A씨는 수술방 일과를 끝내고 바쁜 의국장 대신 저녁 회진을 돌았다.
 
여전히 VIP의 침대 부재를 확인한 A씨는 오기가 생겨 일과를 마치고 응급실로 내려갔다.
 
다른 입원 환자들처럼 응급실 출입문으로 VIP가 드나들 거라 예상하면서, 마주치면 한마디 해줄 심상이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환자는 오지 않았고, 마침 그때 전공의 3년 차 선배가 술 먹자고 불러내는 바람에 A씨는 포기하고 술집을 향했다.
 
 
선배 전공의가 부른 호프집에 도착하자, A씨는 놀랐다.
 
VIP께서 지인들과 거나하게 술을 한잔 하시고 있는 게 아닌가?
 
A는 당황하지 않고 VIP가 눈치채지 않게, 조용히 술을 마신 후에 2차를 갔고, 여성 도우미가 있는 3차로 옮겼다.
 
 
A씨가 3차 장소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그는 공교롭게 VIP의 인기척을 느꼈고, VIP가 고개를 돌리기 전에 순식간에 건물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는 쏜살같이 병원 응급실에 있던 당직실로 돌아가 VIP가 올 때를 기다렸고, 본인이 학수고대하던 '호통'을 칠 수 있었다고.
 
 
EP3."이사회의 관심을 받고 싶어요"



 
가정의학과 전문의 B씨.
 
B씨는 특정 종교가 재단의 주인인 병원에서 인턴을 했다.
 
거긴 규모가 크지 않은 2차 병원이었지만, 인턴 정원도 많지 않아 B의 인턴 시절 업무량은 상당했다.
 
 
힘든 인턴 과정도 연속된 긴장 속에 이완 시간이 한 번은 오기 마련이지만, 이 병원의 신경외과 업무는 유독 힘들었다.
 
얼마 안 되는 인턴과 전공의가 모든 신경외과 환자를 책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난히 짧은 오프(휴무일) 때문이기도 했다.
 
신경외과 주치의와 인턴에겐 반나절이 안 되는 일요일 오프가 1주일 휴무의 전부였다.
 
7일 만에 일요일이 다시 찾아오면, 인턴들은 점심을 먹고 병원을 나서자마자 저녁 먹기 전까지 돌아와야만 했다.
 
 
인턴들이 일요일에 굳이 점심까지 기다렸다가 병원을 나섰던 건, 아침 업무 때문이 아니었다.
 
신경외과 인턴은 일요일 아침이면 종교 행사가 열리는 곳(교회or성당or절)에 가야 했다.
 
그 병원 신경외과 주임 과장은 일요일이면 항상 자기 전공의와 인턴을 데리고, 본인의 종교활동이 열리는 곳을 향했다.
 
B씨의 표현을 빌리면, 신경외과 과장은 마치 "내가 이 정도 신도들을 데려왔어"라고 하는 것처럼 기세등등하게 입장했다고 한다.
 
인턴들은 10분의 숙면이 아쉬운 상황에서, 얼마 안 되는 오프 2시간을 '성스러운 활동'에. 할애해야만 했다.
 
 
주임 과장이 다니던 종교 장소의 수장은 그가 일하던 병원의 이사회 멤버였고, 과장은 몇 년 후 병원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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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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