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2.02 07:02최종 업데이트 23.02.0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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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별가산 폐지에 의원‧병원‧상급종병 '눈치싸움' 시작…"필수의료 강화 의지 의심"

수술·처치·기능검사 종별가산 15% 인하, 검체·영상검사 종별가산 일괄 폐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가 필수의료 분야의 저평가된 항목을 보상하기 위해 수술, 처치, 기능검사의 종별가산 15%를 인하하고 검체 및 영상검사 종별가산은 일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15% 인하된 종별가산을 상대가치점수 인상으로 보전하고 폐지된 검체 및 영상검사 종별가산도 향후 중증진료 강화 방향에 맞춰 보전될 것으로 예상되자, 의료기관 유형별로 이해득실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이렇게 확보한 재정을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 상대가치 보상 강화로 이어질지가 밝히지 않음에 따라 의료기관 유형별로 발빠르게 셈에 들어가면서도, 정부가 재정 순증 없이 '필수의료 강화'를 추진하려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1월 31일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 중 저평가된 수술과 입원 항목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내 놓은 ‘의료기관 종별가산율 개편(안)’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수술, 처치, 기능검사와 검체‧영상검사 등에 대해 상급종합병원 30%, 종합병원 25%, 병원 20%, 의원 15%를 균등하게 적용하고 있다. 

종별 가산제도는 1977년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인력, 시설 비용이 다름을 인정해 도입된 이래로 가히 '성역'이라고 불렸던 제도로, 질환과 시간, 대상자와 무관하게 의료기관 규모가 클수록 가산을 많이 받는 구조였다.
사진=보건복지부 '필수의료 지원대책'

복지부는 이번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통해 기존 종별가산율에서 15%를 인하해 상급종합병원 15%, 종합병원 10%, 병원 5%, 의원 0%로 조정하고, 검체 및 영상검사에 대한 가산율은 일괄 폐지한다고 밝혔다.

대신 수술, 처치, 기능검사, 검체검사, 영상검사 행위들의 상대가치점수가 15% 인상되면서 해당 분야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2017년 2차 상대가치 개편 후 90% 수준의 원가보전율을 보인 수술, 처치, 기능검사와 달리 각각 142%, 122%로 원가보전율이 매우 높은 검체와 영상검사는 종별 가산을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

실제로 이 검체와 영상검사는 규모가 커져 건수가 많아질수록 이익이 많이 남는 분야다. 물론 검체와 영상검사 안에도 병리검사처럼 세부적으로 인건비가 많이 드는 영역도 있어 향후 세부적인 개편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정부 발표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도 1일 회원들을 위해 '필수의료 상대가치 3차개편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수술, 처치, 기능검사 종별가산 인하로 인한 손실이 상대가치 점수 인상으로 상쇄되면서 의원급은 수가 변동이 없고, 상급종합병원이 1.74% 가량 소폭 인상된다고 설명했다.

종별가산이 사라진 검체검사, 영상검사의 경우 의원급은 역시 수가 변동이 없지만, 병원과 종합병원은 소폭으로 수가가 인하되고 상급종합병원은 11.54%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모든 유형의 행위에서 의원급에는 영향이 없으나, 병원급 이상에서는 수술, 처치, 기능검사유형의 수가가 0.63~1.74% 인상되고, 검체검사, 영상검사 유형의 수가는 4.17~11.54%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의협은 "이로 인한 병원계의 손실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상대가치운영기획단에서 의료계, 정부, 학계 소속 위원들과 보전방안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상대가치 연구 결과를 무조건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것도 아니므로, 의정협의를 통해 회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기존 가장 큰 종별가산 혜택을 받아 온 상급종합병원들은 큰 손실이 예상되기에 우려가 크지만 그래도 정부의 보상안을 믿고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 A씨는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경증환자의 문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는 공감한다"라며 "무조건 가산을 깎는 방식의 대책으로 상급종병에 그 부담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정책 시행 시 상급종병 전체에 약 500억원대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추후 중증 치료에 따른 보상을 통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관계자 B씨는 "정부가 상급종병의 중증진료 기능 강화를 강조하는 만큼 상급종병에 일단 믿어보려 한다. 다만 필수의료가 꼭 중증진료는 아닌데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이 지나치게 '중증진료' 기능 강화만을 강조하면서 중증진료로 분류되지 않는 과에는 피바람이 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병원급과 의원급도 바쁘게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이다.

서울시병원회 고도일 회장은 "병원급 안에서도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따져볼 것이 많다. 물론 당장 종별 가산이 없어지니 손해를 볼 것 같지만, 정부가 그 손해를 다른 걸로 보충해 주겠다고 약속한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단순히 상급종병, 중소병원, 개원가 어느 유형이 손해를 볼 것이라고 말하기 힘들 것 같다. 수술하는 병원, 응급실 운영하는 병원, 필수의료를 하는 병원이 아무래도 보상을 더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병원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라며 "앞으로 협상장에서 중요한 것은 불공정한 보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피해를 보는 곳이 있을 수는 있어도 되도록 이익을 보는 곳이 있어도 지나치게 이익이 집중되지 않도록 조정을 잘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아직 명확한 방향이 나오지 않아 검토가 필요하다.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의료기관 유형별로 이해득실을 따지는 가운데 의료수가에 추가적인 재정 투입을 통한 재정 순증이 아니라는 점에서 필수의료 살리기에 대한 정부 의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한 상황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료계는 지속적으로 이번 3차 상대가치 점수 개편에서 정부가 외래 진찰료 인상을 요구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외래 진찰료 개선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필수의료 대책이라면 정부가 몇 천억이라도 투자를 해야하는 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현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에 복지부에서 재정 투입이라는 말조차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일갈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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