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3.09 09:12최종 업데이트 26.03.0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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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진료 불만족 0%의 역설과 재택 의료의 현주소

초고령 사회의 문턱, 병원으로 못 오는 환자를 위해

[칼럼] 노동훈 편한자리의원 원장, ‘통합돌봄 현장, 의사가 집으로 옵니다’ 저자

자료=편한자리의원 

[메디게이트뉴스] 대한민국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어디서, 어떻게 노년을 마무리할 것인가는 개인을 넘어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특히 뇌경색이나 중증 치매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에게 병원 문턱은 장벽과 같다. 이러한 의료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도입된 장기요양 재택 의료는 단순 복지를 넘어, 환자의 존엄을 지키는 보루가 되었다.

1. 데이터가 말하는 재택 의료의 가치: 집이 병원이 되다

의정부 편한자리의원이 2024년 6월부터 현재까지 재택 의료 서비스를 이용 중인 환자 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는 고무적이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100%가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답했으며(만족 77%, 매우 만족 23%), 지표상으로는 불만족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세부 항목별 지표는 재택 의료가 환자의 삶에 관여하는지 보여준다.

-이동의 자유를 대신하는 방문: 응답자의 100%가 병원 이동에 따른 심리적·신체적 부담이 줄었다고 답했다.
-의료적 전문성의 신뢰: 의사의 충분한 설명(90%)과 적절한 치료 및 처방(97%) 항목에서 높은 신뢰를 보였다.
-지속 이용 의향: 이용자의 100%가 주변에 추천하거나 계속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2. 8090 고령층과 중증 환자를 위한 생명줄

이번 조사 대상자의 상당수가 80~90대의 고령층이며(최고령 97세), 이들은 평균적으로 치매, 뇌졸중, 당뇨, 고혈압 등 3~4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특히 1~4등급의 중증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환자가 대부분으로, 의사 월 1회, 간호사 월 2회의 정기 방문은 진료 이상의 생존을 위한 연결이다.

실제 환자들의 목소리는 절실하다. 한 환자는 ‘병원에 안 가고 집에서 치료받으니 사는 날까지 노력해 보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며 삶의 의지를 전했다. 이는 재택 의료가 병을 고치는 기술적 행위를 넘어, 환자가 자신의 터전에서 존엄하게 나이 들어가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의 핵심임을 증명한다.

3. 불만족 0%의 이면: 의료 현장의 고충과 개선 과제

표면적으로는 높은 만족도를 보이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는 숫자 뒤에 가려진 현실이 존재한다. 불만족 사례가 없는 것은 의료진과 맞지 않거나 서비스에 한계를 느낀 환자들이 중도 탈락했기 때문일 수 있다. 실제로 필자는 환자에게 주먹으로 맞기도 했고, 가족과 요양보호사의 갑질에 시달리는 일이 많았다. 바디캠을 준비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재택의료는 의료진이 환자의 사적인 공간으로 들어가는 일인 만큼, 다음과 같은 현실적 문제가 수반된다.

-의료진 보호의 시급성: 진료 장소에서 의료진에게 무례한 언행을 하거나, 제도권 밖의 무리한 요청을 하는 경우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의 안전을 위해 방문이 제한되기도 한다. 이는 지속 가능한 재택 의료를 위해 해결되어야 할 사회적 약속이다. 게다가 방문 진료를 방문 응급 진료로 오해하며, 지금 당장 불편한데 오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물리적 시간의 한계: 설문 결과에서도 ‘설명을 천천히 해달라’거나 ‘진료 시간이 짧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확인되었다. 한정된 의료 인력이 넓은 지역을 이동하며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구조적 한계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필자는 같은 내용을 2번 말한 뒤, 마지막에 한 번 더 설명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설명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교육의 필요성: 약물 복용법(상세 설명 만족도 83%)이나 낙상 예방 교육(이해 쉬움 77%) 등 환자와 보호자의 관리 역량을 키우는 교육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많다. 하지만 몇 번의 방문 진료만으로 많은 서비스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현재 사회복지사 수가가 없어 이런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4. 재택 의료의 미래, 현장의 목소리에 답이 있다

재택 의료는 단순히 진료실을 가정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다. 환자의 삶의 궤적으로 들어가 함께 호흡하는 일이다. 편한자리의원의 불만족 '0%'의 기록은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이 만들어낸 성과임과 동시에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할 과제를 준다. 의료진의 선의와 헌신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의료진의 안전을 보장하고 소통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통합돌봄 정책 실시를 앞둔 지금, 의료와 장기요양 서비스가 분절돼 운영되는 경향이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가 원팀(One-team)이 돼 환자의 주거 환경(낙상 위험 등)까지 통합 관리하는 생활 밀착형 의료 플랫폼이 필요하다. 편한자리의원은 주민센터와 연계를 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있다. 이렇게 전문성과 따뜻함을 갖춘 의료기관이 어르신들의 곁을 지킬 수 있을 때, 고령화 파고를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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