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4.11 06:44최종 업데이트 18.04.11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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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학회 임원 찾아가 난동 "정신건강의학회, 왜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막느냐"

서울대병원 A교수, 마약성 진통제 과다 처방 의혹으로 학회가 조사 나서

학회 윤리위원장 소속된 아주대병원에 환자 항의…서울대병원, 조사 진행 중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와 정신건강의학회에서 조사를 받는 A교수의 환자가 10일 학회 윤리위원장이 있는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진료실에서 난동을 피운 것으로 드러났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덩치가 큰 40대 정도의 휠체어를 탄 남성이 노모와 함께 등장했다. 이 환자는 병원에서 난동을 부려 청원경찰에게 끌려 나갔다"고 말했다.  
 
사건의 발달은 이렇다. 서울대병원 본원과 분당, 보라매병원으로 구성된 서울의대 정신건강의학과교실 기획인사위원회는 지난 1월 9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A교수를 서울대병원과 서울의대에 고발했다. 이들은 A교수의 비윤리적인 행위를 낱낱이 적어 '정신과학교실 현안에 대한 교실의 의견'이라는 이름으로 두 곳에 제출했고, 해당 내용은 지난달 8일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해당 의견서를 보면 A교수가 성희롱 등 부적절한 성적 행위뿐 아니라 환자에게 무분별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는 등 비의료적인 진료행태와 근거 없는 음해성 의혹제기·언론제보, 사직서 제출·철회 반복 등의 부당한 행위를 일삼았다는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다.
 
당시 이 사건은 최근 번지고 있는 미투(#Metoo)운동으로 이슈가 되면서 성추행 문제로 크게 부각됐다. 그러나 병원 내에서 현재진행형으로 가장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A교수의 과다한 마약성 진통체 처방 의혹이었다.
 
이미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A교수에 대해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는 환자의 범위가 너무 넓으며, 용량이 많고 다수의 약제를 병용하는 등 권장하지 않는 처방 방식을 남발하고 있다는 내용을 서울대병원 의사직업윤리위원회에 신고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이같은 내용을 지난해 9월 처음 해당 내용을 신고했다. 이어 11월 한 번 더 서울대병원 의사직업윤리위원회에 고발했으나 병원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1월 9일 서울의대 정신건강의학과교실 기획인사위원회 이름으로 의견서를 또 다시 제출했고, 아직까지 서울대병원 측은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나섰다. 마약성 진통제는 환자의 중독 우려로 인해 엄밀히 관리하고 처방해야 한다. 하지만 A교수와 관련한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논란만 증폭되자, 학회 차원에서 이를 자체적으로 조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학회는 서울대병원장을 수신으로 하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윤리위원회 징계심의 협조 요청의 건'의 공문을 지난 3월 28일과 4월 2일 두 차례에 걸쳐 발송했다. 이는 A교수의 전자의무기록(EMR)을 열람해 마약류 진통제 처방 남용에 대한 조사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한 것이었다. 학회는 28일에 보낸 공문에 서울대병원 측으로부터 답신을 받지 못해 확인차 한번 더 발송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서울대병원장에게 보낸 공문
 
이후 정신건강의학회는 서울대병원장의 회신이 아닌 A교수의 환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기 시작했다. 
 
어떤 경로인지는 모르겠으나 학회가 보낸 해당 공문을 A교수가 입수하게 된 것이다. 학회 관계자에 따르면 "학회가 공문을 2번째 보낸 이후부터 A교수의 환자들로부터 항의전화가 빗발쳤다"면서 "환자들은 A교수가 환자들과 함께 공유하는 카카오톡 채팅방에 해당 공문내용을 올렸다고 말하며 학회가 왜 마약성 진통제 처방에 간섭하며, 이런 공문을 발송한 저의가 무엇이냐고 거칠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도 전화가 계속해서 오고 있으며, 해당 절차를 추진한 학회 윤리위원장과 통화를 하게 해달라고 집요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나서 이날 사건이 발생했다. A교수의 환자 중 한명이 학회 윤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기영 위원장이 소속된 아주대병원으로 찾아간 것이다. 임기영 위원장은 "10일 오전 병원 외래진료실에 찾아와 나를 만나고 싶다며 난동을 부렸다"며 "자신의 차트를 왜 보고, 약 처방은 왜 또 막으려고 하냐며 소리를 질러 청원경찰로부터 제지를 당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그 환자는 내가 오후 외래진료인 것을 알고 한 번 더 찾아와 난동을 부렸다. 만나지는 않았고, 청원경찰이 내보냈다"며 "아주대병원장도 만나겠다고 소리치며 난리를 피운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의사 개인의 EMR 열람이 자칫 과도한 조치로 보일 수 있지만, A교수에 대한 의혹은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A교수의 무분별한 마약성 진통제 처방이 환자에게 중독 등 직접적으로 큰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환자들에게 학회의 공문 등을 공유하고, 환자들을 호도하는 것 또한 윤리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근무 중인 B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밝히며 "지난해 A교수가 갑자기 결근해 긴급휴진 했다"라며 "여러 교수와 임상강사들이 대진을 하며 A교수가 다수의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부적절하게 처방하고 있음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B교수는 "A교수는 다른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돌발성 암성통증에 보조약제로만 사용하도록 한 '액틱(Actiq)' 제재를 다수의 비암성 만성 통증환자에게 사용했다. 또는 외래로 방문한 비암성 만성통증 환자에게 모르핀 정맥 주사를 처방하는 등 위험성이 높은 진료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B교수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월부터 6월까지 A교수가 서울대병원에서 처방한 액틱 중 심평원으로부터 삭감된 것이 월 평균 200만원이 넘어 연 2500만원으로 집계된 것으로 확인됐다.
 
B교수는 "이렇게 약물 과다처방이 문제가 되자, 현재는 환자 본인 100%부담으로 처방을 하고 있어 삭감은 없다. 이 또한 허용된 경우에 대해서만 처방 가능한 만큼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2016년 3월 모 환자가 아이알코돈(IR-codone) 의약품을 구하기 위해 A교수로부터 처방을 받는 다른 환자에게 카드를 주고 대리 처방을 받아 복용한 사건이 환자 보호자로부터 보고된 사실도 전해졌다.
 
B교수는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처방 사례까지도 나왔다"며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서울대병원은 뒷짐만 지고 있다. 병원은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이 거의 공범에 가까워 경악스럽다"고 우려했다.
 
또한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관계자들은 A교수가 때때로 같은 과 의사나 간호사, 직원 등에게 위협적인 말이나 행동 등을 보여 내부에서도 A교수를 두려워하는 분위기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대병원 측은 "A교수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진행 중이다. 특히 처방의 경우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어 시간이 다소 걸린 것"이라며 "논의가 막바지에 있으며 이달 말 쯤 특별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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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jhhwang@medigatenews.com)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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