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8.21 06:21최종 업데이트 20.08.21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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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기를 원한다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8월 15일 광복절 75년을 맞으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가 뼈저리게 생각났다. 인간은 개인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로 존재한다. 인간의 삶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적 존재이다. 그러기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인간은 공동체 안의 정치 행위를 통해서만 행복을 추구하는 정치적인 동물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광복절은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이웃 나라를 속국으로 만들어 36년간 통치한 일본의 압제에서 해방한 날이다. 결혼 기념일도 25주년은 은으로 표시되고 50주년은 금, 75주년은 다이아몬드로 기념한다. 75주년은 금강석처럼 뜻 깊은 날이다. 그런데도 정치 행위의 주체인 정부가 주도하는 멋진 행사는 눈에 전혀 안보이고 각 단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도사리고 있는데도 광화문에 모여 데모하는 날이 되어버렸다. 안타깝다. 먼저 깨달은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서로 존중하고 같이 존재해야 할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우리에게 경고한다. 

코로나19(COVID-19)는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기를 간절히 원한다. 유별나게 이 바이러스는 인간과 너무 친해지고 싶어 한다. 인간의 몸 속에서 같이 살며 기생하고 싶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침투한다. 그러나 특이하게 코로나19는 반사회적인 침투자다. 인간의 나이를 분명하게 구별해 나이가 든 사람을 적대해 죽음에 이르게 한다. 또한 남자와 여자를 구별한다. 남자 죽이기를 먼저하고 그래도 여자를 조금은 봐준다. 

코로나19 감염치사율(Infection Fatality Rate, IFR)이 연령대별로 너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과연 정량적으로는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정말 궁금하다. 코로나19 감염환자가 많이 발생한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등의 국가에서 실행한 대규모 항체검사를 통한 인구집단내 항체 보유율을 조사한 논문이 란셋, 사이언스 저널 등에 계속 실렸었다.

테라젠바이오 김태형 상무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의하면 이 논문들의 데이터들은 킬패트릭(Kilpatrick) 교수의 랩(Lab)에서 분석해 자료를 정리해 트위터에 공개했다. 킬패트릭 교수의 랩은 'We study infectious disease dynamics, population biology, and conservation'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한다. 킬패트릭 교수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각 인구집단별 항체 보유율을 기반으로 한 연령대 별 감염치사율은 연령대별로 치사율의 현격하게 차이 나는 결과를 볼 수 있다(아래 그림).
 
사진: 킬패트릭 교수 트위터

놀랍게도 코로나19 치사율이 로그(log) 스케일로 연령대별로 10배씩 차이를 보이며 10대 이하와 70대 이상 연령대 사이에는 크게는 만 배 가까이 그 치사율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연령대별 코로나19 감염 치사율(IFR)은0세~10대: 0.001%, 20대~30대: 0.01%, 40대~50대: 0.1%, 60대: 1%, >70대: 10% 근처로 분명하게 일직선을 그린다.

코로나19는 이렇게 분명하게 반사회적이다.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것을 좋아한다. 나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선 긋기를 좋아해 나이 어린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크게는 지구가 하나가 되지 못 하게 각 나라끼리 구별되게 살도록 다른 나라에 가지도 못하게 만든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작게는 각 나라 안에서도 연령대별로 비방하게 만든다. 나이든 노인들에게 저 젊은이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방하게 한다. 이 바이러스는 고려장을 장려한다. 자녀들이 애타게 부모의 시신을 만질 수도 없고 볼 수도 없게 만들었다.

감염치사율(IFR)은 단순한 산수다.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를 감염된 사람으로 나누면 된다. 그러나 무증상자나 경미한 환자를 놓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정확한 IFR을 구하기 위해서는 'serological studies'가 꼭 필요하다. 이번에 스페인 연구팀이 'SARS-CoV-2 infection fatality risk in a nationwide seroepidemiological study' 제목의 논문을 사전 출판 사이트(medRxiv)에 공개했다.
 
사진: medRxiv

이 논문에서 계산한 감염치사율을 보면 전체적으로 여자(0.58%~0.77%)보다 남자(1.1%~1.4%)가 약 2배 정도 사망률이 높다. 이 성별 격차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벌어져 80세 이상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2.5배 이상 치사율이 높아지며 Case Fatality Rate이 아니라 IFR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10%대를 넘어간다.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이 바이러스는 나이든 남자들을 더 좋아해서 더 많이 고려장을 치르게 한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환자는 지난 8월 13일 56명에 이어, 14일 103명으로 세 자릿수를 기록한 뒤 166명(15일)→279명(16일)→197명(17일)→246명(18일)에 이어 19일 297명으로 가장 많이 나왔고, 20일에도 27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세 자릿수 엿새 동안 누적 환자가 1564명이다.

교회와 시장, 학교, 식당, 커피 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모이는 곳이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집단감염 사례가 줄줄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환자가 전체의 85%를 차지한다.  무엇보다 감염 확산 속도가 너무 빠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가 발령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거리 두기 3단계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엄격한 행동 수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대로 일상 곳곳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제한'을 겪을 수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의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 방역 정책의 실패 때문이다. 수도권 재확산의 근본적인 원인은 동시다발적으로 나온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지난 7월 24일부터 교회 등의 소모임 금지를 해제하고 스포츠 경기의 관중 입장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조치가 먼저 지적된다. 여기에 침체된 소비 심리를 살리겠다는 취지로 8월 14일부터 쓸 수 있는 외식·공연 쿠폰을 뿌리겠다고 발표했다. 감염병 전문 어느 교수는 "정부가 교회 소모임을 허용하고 외식 쿠폰을 뿌리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민들에게 방심해도 된다는 일종의 시그널을 줬다"면서 "명백하게 잘못된 정부의 판단으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에 구멍이 뚫리는 위기 때마다 정부가 마녀사냥하는 방식으로 특정 집단을 공격하는 행태를 보였다. 처음 코로나 확산기에 신천지 교회가 이해가 가는 타겟이었다. 그리고 좀 잠잠해지니 정부는 4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 최대 6일간으로 연휴기간을 늘리고는 이태원 성(性)소수자 클럽을 겨냥했다. 똑같이 광복절 연휴기간 하루 더 늘리고 사랑제일교회 등 특정 집단을 재확산 원인으로 지목한다.

반복되는 위기의 근본 원인이 무엇일까? 방역 시스템에 어떤 문제 보다는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초점을 옮기다가 코로나19가 계속 그 빈틈을 제대로 인식하고 공격해 온다. 어느 분은 정은경 본부장의 말은 듣겠는데 그 위의 결정은 믿음이 가지 않기에 안 듣겠다고 말한다.

8월 15일 광복절에 왜 위험도가 높은 나이든 사람들이 거리에 나왔는가? 죽음보다 자유를 달라고 나온 것 같지는 않다. 지난 몇 달 동안 전국 의료 현장에서 코로나19 방역을 돕던 의사들이 파업을 벌였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 불쑥 의대 정원 확대를 들고나온 정부가 이들을 자극했다. 정치 행위가 특정 집단과 우리로 편 가르기보다는 공동체가 어떻게 화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 지기 바란다. 인간의 삶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적 존재이다. 코로나19는 알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인 것을.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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