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7.14 06:11최종 업데이트 17.07.1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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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디스커버리 센터 방문기

리드 최적화로 후보물질 도출하는데 집중

[칼럼]한국아브노바연구소 배진건 소장

사진: 독일 리드 디스커버리 센터(LDC) 전경 (출처: 구글맵 이미지 캡처)


한국은 신약개발의 전 과정(타겟 선정, 스크리닝, 리드 발굴, 선도물질 최적화, 후보물질 선정, 전임상, 임상개발, 허가등록, 출시) 중에서 어느 부분에 집중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바이오 분야 연구논문 발표 순위 세계 4위로, 기초연구 분야에서 상당한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 이 경쟁력을 제품화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제품화, 즉 후보물질을 선정해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기 위한 제품화의 뒷부분인 임상개발 분야는 우리가 글로벌 다국적제약사(Big Pharma)에 비해 투자 규모나 인력, 그리고 경험이 모자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빅파마들은 뒷부분인 임상개발에 집중하는 대신, 앞부분인 새로운 타겟에 대한 스크린을 만들어 고속탐색법(HTS: High-Throughput Screening System)을 적용하고 리드를 찾고 선도물질을 최적화하는 과정은 다른 곳에 대부분 맡기고, 거기서 얻은 좋은 결과를 인(In) 라이선스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기에 우리 입장에서는 경쟁력 있는 기초과학의 결과물을 이용해 좋은 스크린을 만들고 리드를 찾아 그 리드를 최적화해 후보물질 도출하기까지의 과정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최상의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전략으로 정부는 현재 저분자 물질에 집중하는 대구·경북 신약개발지원센터와 단백질에 특화된 오송 신약개발지원센터를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사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도 기초과학과 빅파마 사이를 메울 전략적 모델이 있는데, 예를 들면 독일의 LDC(Lead Discovery Center), 벨기에의 CD3(Center for Drug Design and Discovery), 영국의 MRCT(Medical Research Council Technology) 등이다. 제약개발 선진국들은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기도 해 지난 6월 독일 도르트문트에 있는 LDC를 방문했다.

LDC도 우리와 똑같은 이유에서 2008년에 막스플랑크협회(MPS: Max Planck Society)에 의해 처음에 뮌헨에 세워졌다. 40여 개나 되는 바이오 관련 막스플랑크(Max Planck) 연구소에서 나오는 기초연구 결과물들을 어떻게 창의적인 제약 리드로 만들 것인가?

산학협력단 역할을 하는 MPS의 이러한 고민으로 만들어진 LDC는, MPS가 해마다 6백만 유로를 지원하며 지금은 60여 명의 인원으로 40여 개의 프로젝트를 타겟검증(target validation)에서 개념증명(PoC: Proof of Concept)까지만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바이엘(Bayer),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머크 세로노(Merck Serono), 다이치산교(Daiich Sankyo) 등 10개 이상의 제약사 및 바이오텍과 파트너십(partnership)을 맺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해 코스닥에 상장된 큐리언트와 두 건의 파트너십을 맺고 개발을 진행 중인 것이 눈여겨볼 만하다.

이들이 계속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인가? 팀 리더들이 모두 다국적제약사에서 15~25년의 경력을 쌓았다. 당연히 그 경험 때문에 다국적제약사에서 가져갈 창의적인 리드를 만들기 위해 어떤 연구와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또 하나는 기초연구를 하는 학계와의 파트너이던지 혹은 연구 대행을 하는 CRO이던지 개발의 의지가 있는 제약사들이던지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유연성이다. 'Share Fair – Fair Share'라는 캐치프레이즈 한 마디가 LDC의 성격을 나타내는데, 파트너들과 공정하게 같이 나누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걸 잘 나타낸다.

또한 인상적인 것은 후보물질 전(前)단계에서 바이오텍으로 창업(spin-off)하면 연구자들에게 금전적으로 더 이익이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경쟁력 있는 기초과학의 결과물을 이용해 좋은 리드를 최적화하고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설립 목적에 매우 충실하다는 것이다.

LDC가 회사로 설립됐지만 MPS가 해마다 6백만 유로를 지원하는 덕분에 리더들이 창립 초기부터 팀웍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물론 그들에게도 고민은 당연히 있고, 그 고민은 우리와 똑같다. 많은 기초연구자들이 LDC에 가지고 오는 과제들에 대해 자체적으로 과대평가(over value)하는 어려움이 하나이다. 예를 들어, 리드도 아닌 것을 후보물질이라고 주장하는 사례다.

또한,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interaction) 타겟을 만들어 스크리닝 하면 리드가 잘 안 나오는 약점을 알면서도 그런 리드를 가지고 기초연구자들이 더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스크리닝 툴(tool)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경우 그들도 천연물이나 그에서 유래한 라이브러리를 사용하고 있다. 특이한 다른 점은 추운 북극에서 생존하는 천연물 은행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 '우리가 신약개발을 위해 어느 부분에 집중해야 하고 또 잘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학계와 글로벌 파마가 가진 문화의 공백(cultural gap)이 존재하는 '발견 병목(Discovery Bottleneck)'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정부도 한국 기초연구의 성과물들이 시장에서 빛을 볼 수 있도록 신약개발지원센터가 안정적인 팀웍을 이루어 연구하고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제약개발 경험이 있는 연구자들을 더 보강해주며 조용히 지속적으로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열매는 꼭 맺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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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식 기자 (column@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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