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2.22 17:08최종 업데이트 21.12.29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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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타당하려면…정부가 비급여 의료행위 침해하지 않아야

[칼럼] 정재현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바른의료연구소 기획조정실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단일 공보험제–관치의료 시스템
①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는 무엇이 문제인가?

[메디게이트뉴스] 대한민국 국민들은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자동으로 가입하게 돼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하고, 건강보험에서 임의로 탈퇴할 수 없다. 또한 대한민국의 모든 의료기관들은 건강보험이라는 공보험의 가입자인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국민들에 대한 건강보험 의료 서비스를 거부할 수 없다.

전 국민에게 적용되는 건강보험 당연가입제와 전 보건의료기관에 적용되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로 표현되는 이 내용은 모두 법으로 규정돼 있어 이를 위반할 시에는 처벌을 받게 된다. 가입과 지정이 법에 의해 ‘강제’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건강보험 당연가입제는 건강보험 ‘강제’가입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로 표현해야 마땅하다.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규정돼 있는 국민건강보험법의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이 기술돼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1항: 요양급여(간호와 이송은 제외한다)는 다음 각 호의 요양기관에서 실시한다. 이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익이나 국가정책에 비추어 요양기관으로 적합하지 아니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기관 등은 요양기관에서 제외할 수 있다.
- 1.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
- 2. 「약사법」에 따라 등록된 약국
- 3. 「약사법」 제91조에 따라 설립된 한국희귀의약품센터
- 4. 「지역보건법」에 따른 보건소·보건의료원 및 보건지소
- 5.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설치된 보건진료소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 5항: 제1항ㆍ제2항 및 제4항에 따른 요양기관은 정당한 이유 없이 요양급여를 거부하지 못한다.

국민들의 공보험 강제 가입을 법으로 규정한 국가들은 많이 있으나,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 가릴 것 없이 모든 의료기관을 건강보험이라는 공보험에 강제 지정한 대한민국의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와 같은 형태는 선진국들에서는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압적인 정책이다.

일반적으로 외국의 경우 공공의료기관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민간의료기관은 요양기관 계약제를 채택하고 있어, 민간의료기관들은 공보험 지정 여부를 계약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해외 선진국들이 민간의료기관들을 강제로 공보험에 지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민간의료기관들은 국가의 재산이 아니라 사유 재산이기 때문에 사유 재산을 제한하는 강제지정을 하게 되면 위헌이 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자유민주주의 헌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감히 하지 못하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로 인해 대한민국에서는 공공의료기관뿐만 아니라 민간의료기관도 건강보험의 틀에 강제로 묶이게 됐다. 그리해서 결국 민간의료기관들은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공단을 관리하고 건강보험 정책을 만들어내는 보건복지부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됐다. 실제로 민간의료기관들은 건강보험 지정 거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급여 비용을 지불 받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해놓은 급여 기준에 맞추어서 의료 행위를 할 수 밖에 없고,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거부 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국가가 관리하는 공공의료기관의 경우는 강제 지정을 해도 문제가 없지만, 민간 자본으로 설립된 민간의료기관을 공보험에 강제지정 하는 것은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은 국내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는 2회(2002년, 2014년)에 걸쳐 강제지정제 위헌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강제지정제를 합헌 판결하였으나 석연치 않은 판결로 인해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2014년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의사의 직업 자유와 평등권, 의료소비자로서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제기한 위헌 소송이 있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시행하더라도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를 존중하는 제도가 마련되는 등 최소침해원칙과 법익균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고, 의료소비자가 의료기관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비급여 의료행위를 선택할 수도 있으므로 국민의 선택권도 보장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서의 핵심은 바로 비급여 의료행위가 합법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의사의 직업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볼 수 없고, 국민들도 비급여 의료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권도 보장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현재 정부는 비급여 의료를 타도의 대상으로 정해 비급여 항목을 줄여가고 있고, 비급여 의료행위 축소를 위해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는 비급여 항목 의무 공개, 비급여 심사 등을 통해서 압박하고 있다. 또한 국민들을 상대로는 실손의료보험과의 연계를 통해 비급여 의료를 선택하지 않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결국 2014년 헌법재판소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을 당시 합헌의 핵심 내용이었던 의사들의 자유로운 비급여 의료행위 시행과 국민들의 자유로운 비급여 의료 선택을 정부가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의사와 국민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었던 비급여 의료를 강제로 억압하는 지금의 정책 방향을 유지하면 역설적으로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의 위헌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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