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12.10 07:10최종 업데이트 20.12.10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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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폐업 직전 요양병원, 인증 의무화도 모자라 인증비용 20% 병원에 전가 철회하라"

[칼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전라남도의사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지난 7일 558조원 규모의 2021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다음 대한요양병원협회의 거센 반발이 시작됐다. 이는 제3주기 의료기관평가인증 비용의 20%를 요양병원에 부담시켰기 때문이다.

요양병원협회는 “인증이 의무화된 상황에서 인증비용을 병원에 전가하는 것은 횡포이자 요양병원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인증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코로나19로 경영난이 가중된 상황에서 이번 인증비용 전가는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00년대 후반 해외환자 유치를 위한 해외 로드쇼 과정에서 외국 의료관광 에이전시들이 미국의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이나 ISQua(International Society for Quality in Health Care)와 같은 의료기관 인증 사례를 들면서 한국의 의료기관들은 어떤 인증을 받고 있는지를 알아보면서 의료기관 인증에 대한 인식이 시작됐다.

그후 2010년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공식 설립됐으나 의료기관 인증을 자율로 하도록 하고 있어서 인증원의 운영이 어려움에 봉착했다. 그러자 지난 2013년 보건복지부는 해외 환자 유치와는 전혀 무관한 요양병원에 환자안전과 서비스 질 관리를 제고한다는 명분으로 돌연 요양병원에는 의료기관평가인증을 의무화했다. 1주기(2013~2016). 2주기(2017~2020) 요양병원 의무인증에서는 비용 전액을 국비에서 부담했다. 

그런데 2021년도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복지부는 요양병원 3주기 인증비용의 20%를 요양병원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에 요양병원들의 강력한 반발을 하게 하게 됐고 급기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요양병원협회의 의견을 수용했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의무인증 비용을 전액 국가에서 부담하도록 관련 예산안을 지난해 수준으로 증액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그러나 예결위에서 다시 해당 예산안이 삭감되면서 정부안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요양병원에 인증비용을 일부 떠넘기게 됐다.

이 같이 요양병원 의료기관 의무인증 비용을 부담하도록 한 것은 다음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요양병원은 모든 의료기관 종별 가운데 유일하게 의무인증을 택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의 모든 의료기관인증이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신청해 받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요양병원만 유일하게 의무 인증을 강제하고 있어 인증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의무인증에 대한 보상으로 인센티브도 전혀 없다. 요양병원에 대한 의무인증은 해외사례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내 의료기관 종별 중에서도 요양병원(정신병원 포함)만 의무이며, 정신의료기관의 경우 의료법 개정으로 조만간 의무인증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둘째, 기존의 정부가 전액을 부담하는 상황에서도 의무인증을 통과하기 위해 요양병원들은 직원교육과 시설개선 등으로 적지 않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인건비 상승 및 인증시 업무량 증가로 인한 직원들의 잦은 이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증평가를 대비하기 위한 컨설팅 업체 비용도 1000여만원에 이르는 실정이어서 경영난에 허덕이는 요양병원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온다.

셋째, 코로나19로 인해 요양병원도 운영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아무런 보상도 없이 인증비용 부담을 요양병원에 떠안기는 것은 요양병원의 운영난만 가중시킬 뿐이다. 최근 요양병원의 운영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요양병원 기관 수 통계로도 금방 드러난다. 지난 2000년 850곳이 채 안되던 요양병원이 매년 100곳 이상 급증해 지난 2017년 1500곳이 넘은 요양병원 수는 그 이후 더 이상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가 2019년 3분기에 요양병원 수는 1587곳으로 정점을 찍더니 2020년 3분기 현재 1585곳으로 오히려 두 곳 감소됐다. 그만큼 코로나19 이후 요양병원의 어려움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만약 정부가 요양병원의 인증의 취지에 맞게 인증제도를 계속 유지하려 한다면 환자안전 및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자율인증으로 전환 후 비용을 100% 병원 부담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 인증을 통과하는 병원들에게는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참여를 유도하게 하는 선순환구조로 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양병원들은 만성적인 저수가(일당정액제), 물가상승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가인상(매년 1%대), 최근 수년사이 40%에 달하는 최저 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대폭 상승, 잦은 행정규제에 따른 소요비용 증가, 만성적인 인력난(특히 간호인력) 등으로 이미 ‘레드오션’에 진입했다. 이 때문에 필자가 근무하는 전남 지역의 많은 요양병원들이 폐업을 고려하고 있고, 일부 요양병원들은 매물로 나왔지만 인수자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질 높은 노인 주거나 복지시설이 부재한 가운데 노부모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곳으로 요양병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 요양병원들은 취약계층 어르신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등 공적인 역할을 일부 수행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환자수가 줄고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요양병원에 적극적인 지원책을 만들어 가야 하는 시점에 오히려 규제나 부담을 늘리게 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요양병원 인증비용을 요양병원들에 부담하게 하는 정책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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