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1.01 06:33최종 업데이트 23.11.01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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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의전원, 하버드·스탠퍼드의대 교수들 생각은?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운영 하버드·스탠퍼드 교수들 “학생 선발 중요…위험 감수하고 도전해야”

좌측부터 하버드의대 볼프람 고슬링 교수,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학과장, 스탠퍼드의대 김성국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계획을 밝힌 가운데 카이스트도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 설립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카이스트는 10월 31일 대전 카이스트 의과학센터에서 ‘글로벌 의사공학자·의사과학자 양성 토론회’를 열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하버드의대 볼프람 고슬링(Wolfram Goessling), 스탠퍼드의대 김성국 교수(Seung K. Kim) 교수가 참석해 카이스트 의전원 설립에 힘을 실어줬다.
 
볼프람 교수는 현재 하버드의대와 MIT가 함께 만든 학제 간 교육 프로그램으로 의사과학자 양성의 산실로 불리는 HST(Health Sciences and Technology)의 책임자다. 김성국 교수는 과거 스탠포드의대의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인 MSTP(Medical Scientist Training Program)를 지휘한 경험이 있다.

학생 선발부터 연구 관심있는 이들 뽑아야…한국도 도전해야 할 타이밍
 
이들은 카이스트 의전원 졸업생들이 의사과학자로 남아 연구를 하는 대신 경제적 이유로 임상의사가 되는 길을 택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에 대해 "학생 선발 과정이 거름망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했다.
 
볼프람 교수는 “학생들이 해당 프로그램에 지원한 이유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교수들이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며 “실제로 조건과 성적은 뛰어났지만, 지원 이유로 단순하게 환자를 보고 싶다고 써냈었던 학생을 탈락시켰던 적이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MSTP의 경우 지난 55년간 70%나 되는 졸업생들이 연구 분야에 잔류했다.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5년마다 하는 평가에서 관련 수치를 제출해야 하는 영향이 있다”며 “이처럼 평가를 통해 의사과학자로 남는 이들의 비율을 높이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과기의전원이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데 대해선 공감한다면서도 도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볼프람 교수는 “과거에 (의전원) 실패가 있었다는 얘기들을 하는데 그렇다면 다른 대안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앞으로는 지금껏 상상치 못한 여러 질병들이 등장할 수 있는데, 대안은 무엇이냐”며 “한국은 이미 여러 산업 분야에서 잘하고 있다. 그런데 의학 분야에서는 실패가 두렵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건 더 나쁜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도 “한국은 지난 60년간 엄청나게 성장한 나라다. 도전을 하기엔 자원이 충분치 않은 나라도 있지만 한국은 다르다.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의사과학자 양성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위치고 역량도 충분하다”며 “사회에는 현재에 만족하는 이들뿐 아니라 새로운 것을 탐험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진 이들도 필요하다”고 했다.
 
카이스트는 정원 50명, 4+4 학제로 과기의전원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학과장 발표 자료.

카이스트 김하일 학과장 "카이스트는 다를 것…하버드·MGH 등과 협업 추진"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학과장은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졸업생들 중 개원의가 된 비율이 10% 정도에 불과하다며 과기의전원 졸업생들의 임상으로 대거 유출은 기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의대와는 상이한 기준으로 뽑은 학생들을, 기존 의대와 다른 환경에서 교육하는 만큼 과거 의전원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 학과장은 “가령 경제적인 성공만을 성공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교육을 아무리 해도 잘 안될 것”이라며 “그런데 만약 다른 가치를 더 중시하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들이 잘 배울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면 결과는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학생 한 명당 교수 여러명이 40분씩 인터뷰를 하고 의견을 모으면 누굴 뽑아야 할지 답은 쉽게 나온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들은 지금까지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선발했다. 고등학생들은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과기의전원은 학생들을 다르게 뽑을 것”이라며 “누누히 강조했지만 우리는 학생 선발에 굉장히 많은 노력과 공을 들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 학과장은 카이스트 과기의전원의 성공을 위해 하버드, MIT, MGH(메사추세츠종합병원) 등 세계 최고의 대학, 의료기관들과 협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국내에 갇혀 있어선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세계 최고의 기관에 학생들을 보내서 의대교육부터 PhD, 교수 레벨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협력을 해야한다. 실제로 우리 학생들이 MGH에서 실습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볼프랑 교수에게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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