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3.03 09:21최종 업데이트 24.03.0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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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도 주목하는 한국 정부 '의사 탄압'…"한국 젊은 의사 저임금, 장시간 근무" 지적

로이터, 뉴욕타임즈 등 외신 연일 한국 소식 전해…총선 앞두고 진행된 의료개혁, 정치적 이유에 대한 지적도

2020년 젊은의사 단체행동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료계의 투쟁에 행정처분과 경찰 고발 등으로 강력 탄압하고 있는 가운데 외신들도 정부의 강경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월 29일 11시 기준 진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는 8945명이고, 2월 29일 오후 5시 기준 진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는 271명이었다. 복지부는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상대로 선처없는 강경한 법적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이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2일(현지시간) 한국 정부가 13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해당 명령을 어길 시 처벌을 받게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정부의 의료개혁으로 전공의 약 9000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 현장을 이탈한 소식과 대한의사협회 지도부 일부가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한 사실 등을 공개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월 27일에는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과 류옥하다 전 가톨릭 중앙의료원 인턴 대표와 인터뷰한 기사를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젊은 의사들은 정부의 의사 증원 계획보다 급여와 근로조건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한다"했다. 또 류옥하다 전 인턴 대표의 말을 인용하며 "현재 한국의 훌륭한 의료 시스템은 값싼 전공의들을 계속해서 일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전공의들은 24시간 미만으로 교대근무를 하고 주당 60시간 이하로 근무하는 반면, 한국의 전공의들은 36시간 교대근무를 하고 100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 대학병원에서 주당 100시간 이상 일하며 초과 근무 수당을 포함해 월 200만~400만원(1500~3000 달러)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 전공의 1년차의 월 평균 수입은 약 660만원(5000달러)라고도 지적했다.

뉴욕타임즈도 2월 29일자로 한국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소식을 알렸다. 뉴욕 타임즈는 한국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한국 정부가 의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자고 제안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등 의료계는 정부가 주장하는 '의사 부족'이 필수의료 등 특정 분야에만 국한됐다고 반박하며, 정부의 계획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뉴욕타임즈는 "한국은 전공의들이 국가 의료시스템의 핵심에도 불구하고 적은 급여로 장시간 근무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한 달에 약 3000달러를 벌며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대형병원은 젊은 의사들이 인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며 환자를 위한 첫 번째 진료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협 등 의사단체는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들의 근무조건 개선, 모든 전공에 걸쳐 동일한 임금 인상, 의과대학 입학 제한 확대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뉴욕타임즈는 이번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다소 정치적인 요소가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국민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고 있고, 해당 정책 제안이 중요한 국회의원 선거를 몇 달 앞두고 이뤄진 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해당 정책 발표 이후 증가하고 있는 점 때문이다.

이같은 외신의 관심 속에 세계의사회(WMA)도 입을 열었다. 세계의사회는 1일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촉발한 전례 없는 위기 상황 속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진정성과 의사의 권리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지지한다"며 "한국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대폭 증원 결정은 충분한 근거 없이 이뤄졌으며 의료계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세계의사회는 "한국 정부는 의료계에 대한 강압적인 조치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며 "정의, 인권, 윤리적 의료의 원칙은 협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의사의 권리를 존중해야 하며 의료 전문가와 환자 모두의 안녕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외신의 관심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프랑스 라디오 'RFI', 중국 CCTV, 아사히신문, 홍콩 아주주간, 상하이 '페이퍼(Paper)', 블룸버그통신, 마이니치신문, 차이나뉴스서비스 등의 외신과 인터뷰를 진행했거나 진행할 예정이다. 박인숙 울산의대 명예교수 겸 전 국회의원은 5일 외신기자클럽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의협 비대위는 "정부의 무리한 고발과 겁박을 지켜보며 많은 국민들과 의사들은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라며 "대한민국은 언제든 정부가 명령만 내리면 그것이 곧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있고, 대화와 타협보다는 처벌을 통한 겁박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전체주의 국가로 변모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러한 부끄러운 모습이 이제 외신 기자들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폭력을 사용해 일터에 강제로 보낼 수 있을 지는 몰라도, 현재의 시스템에서 의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숭고한 정신으로 환자를 돌보는 것은 불가능해졌다"라며 "이런 비극은 정부의 강압이 지속되며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으며, 더욱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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