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12.09 06:09최종 업데이트 18.12.11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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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언제부터 ‘Doctor’라고 불렸을까

중세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치던 면허에서 탁월한 의료행위와 전문 지식 갖춘 이들로

[메디게이트뉴스 김찬우 객원기자] 의료법 제2조 제2항 제1호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의사는 현대 의료와 그 현대 의료에 기반을 둔 보건 지도 및 치료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의사는 의과대학이나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학을 전공, 졸업한 후 의학사 학위 혹은 의무 석사 학위를 받은 이에 한해 의사면허 취득을 위한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급하는 면허를 취득한 사람을 의미한다.
 
영어 표기로는 일반적으로 의사를 ‘Doctor’라고 표현하는데, ‘Doctor’라는 명칭은 언제부터 의사를 뜻하는 단어가 됐을까. ‘Doctor’의 사전적 의미를 들여다보면 ‘의사’가 아닌 ‘박사(博士)’를 뜻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시절 정확하진 않더라도 알려진 개념까지 살펴봤다. 
 
중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면허 ‘LicentiaDocendi’에서 파생
 
‘Doctor’의 어원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고대 프랑스어의 '성직자'를 의미하는 ‘Doctour’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다른 하나는 ‘가르치다’라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 동사, ‘Doceō’와 중세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면허를 의미하던 ‘LicentiaDocendi’에서 파생됐다는 설이다. 오늘날의 경우 후자를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는 편이다.
 
▲1170년에 교황 알렉산데르3세가 LicentiaDocendi를 부여할 시 수수료를 받으면 안된다고 명령하는 모습. 사진=https://chinpsy.com/licentia-docendi-ld/
‘LicentiaDocendi’는 중세 유럽의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자들에게 부여된 면허를 의미한다. 이 면허는 원래 성경을 가르치는 성직자들에게만 부여되는 면허였다. 신청자가 시험에 합격한 후 교회에 충성을 맹세하고 해당 지역의 교회와 가톨릭 당국에 수수료를 지불하면 취득할 수 있었다.
 
서기 1178년의 라테란(Lateran)에서 개최된 협의회에서 성경을 가르치는 것 이외의 분야에서 유능한 실력과 재능을 갖춘 모든 지원자들에게 시험을 치룬 후 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 의사들도 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됐으,나 최종적인 면허 발부의 권한이 여전히 고위급 성직자들에게만 있었기 때문에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1213년에 이르러 당시의 교황이었던 인노첸시오3세(1161년 2월 22일~1216년 7월 16일)가 파리 대학과 볼로냐 대학에 ‘보다 보편적인 이들의 심사를 거쳐 자격증을 부여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유능한 의사들이 자신의 지식을 후학들에게 사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하지만 예로부터 서양에서는 사람의 신체는 존재의 근본을 연구하는 이른바 형이상학((形而上學,Metaphysics)의 범주로 인식하는 경향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의학 또한 형이상학을 다루는 분야와 이 분야에서 종사하는 이들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시체를 직접 해부하거나 환자의 신체에 메스를 들이대는 일은 존재의 근본을 연구하는 고귀한 일이 아닌 것으로 치부됐다. 외과를 담당하는 업무는 이발사들이 주로 담당했고 이는 오늘날의 이발관 심볼에도 남아있다.
 
중세의 의사들은 대부분 내과를 담당했다. 정신과 등의 분야는 상당히 오랜 세월 동안 종교의 영역으로 간주되거나 미신의 영역으로 이해했다. 특히 정신과 분야는 19세기 말과 20세기에 많은 연구가 이뤄지기까지 의학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인체를 해부하고 분석하는 시도로 의사로서 변화 시작 
 
그러던 중 계몽주의 시대에 이르러 많은 과학적 성과가 이뤄졌다. 사람을 보는 시각이 ‘존재의 근본’을 따지는 것에서 ‘인체를 해부하고 분석하는’ 시도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의사’로서의 의미가 부여되기 시작했다.
 
▲천연두 예방 접종의 개척자인 에드워드 제너. 사진=게티이미지

전문지식을 갖췄지만 ‘가르치는 면허’를 가지지 않은 의료 종사가를 ‘Doctor’로 부르게 된 것은 18세기 말에 이르러서로 추정된다. 우두법을 발견해 천연두 예방 접종의 개척자가 된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 1749년 5월 17일~1823년 1월 26일)부터 시작됐다는 설이 있다. 
 
유럽을 천연두의 공포로부터 지켜낸 제너는 외과의사였던 ‘존 헌터(John Hunter, 1728~ 1793)로부터 외과학을 배운 후 개원했다. 그는 박사학위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1773년부터 1798년까지 총 23번의 실험을 거쳐 우두법이 천연두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하지만 당시 영국의 왕립 학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실험이 입증되자 프랑스와 미국, 스웨덴, 독일 등에 전파되면서 많은 이들이 박사학위를 취득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의사를 여전히 ‘Doctor’로 불렀고 결국 영국 왕립학회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이후 학위와 관계 없이 탁월한 의료 행위를 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의사들을 세간에서 ‘Doctor’라 칭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담으로 이전까지 ‘의학을 가르칠 수 있는 학위나 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의사들은 영국과 미국에서는 ‘Mister’로, 프랑스에서는 ‘Monsieur’로 불렀다. 영국에 한해서는 아직도 외과의사들을 ‘Mister’로 부르는 풍조가 남아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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