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5.07 09:43최종 업데이트 24.05.0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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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싸인 의대 증원 '2000명' 배정위원회 공개될까?…"무엇이 두려운가"

구성부터 회의까지 비공개로 일관한 '배정위'…현장조사 40개 의대 중 14개밖에 이뤄지지 않아 '주먹구구식 배정' 의혹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법원이 오는 10일까지 정부에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를 요청한 가운데 그간 베일에 감싸져있던 배정위원회의 실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그간 위원회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한다며 위원회의 위원 구성은 물론 위원회의 의대 증원분 배정 절차 및 회의를 비공개로 일관해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배정위원회 회의록 공개를 꺼리는 이유가 주먹구구식으로 의대 정원을 배정했기 때문이라는 의구심도 거세지고 있다.

철저한 비공개 속에 진행된 증원분 2000명 배정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의과대학 학생정원 배정위원회'의 구성 초기부터 위원 명단 및 위원회 활동을 비공개했다. 

정부가 처음 배정위원회 구성 소식을 알린 3월 5일, 교육부는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의대 정원과 관련해 (위원회의) 실제 절차나 위원 구성을 공개한다면 의대정원 배정과 관련된 절차에 있어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활동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비공개 원칙을 밝혔다.

그렇게 철저한 비공개 속에 구성된 배정위원회는 3월 15일 첫 회의를 개최한 후 총 세 차례에 걸쳐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했고, 첫 회의 이후 5일 만인 3월 20일 그 결과를 공개했다.

그렇게 마련된 의대 증원분의 배정 결과 총 2000명 증원분 중 18%에 해당하는 361명이 경인 지역에 신규 배정됐고, 비수도권은 증원인원의 82%에 해당하는 1639명이 신규로 배정됐다. 서울 지역은 의료여건이 충분하다고 판단, 신규 정원을 배정하지 않았다.

당시 관심을 모은 것은 2000명이라는 의대 정원 확대 배분 결과가 놀라울 정도로 10단위로 떨어지게 배정됐다는 점이었다.

정부, 자료 제출 비협조적 태도 보여…법원, 명시적으로 자료 제출 요구

이 가운데 지난 4월 30일 서울고등법원이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과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에서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와 의대 배정위원회 위원 명단 및 회의록을 오는 10일까지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과거 로스쿨 승인 당시 정부가 전국 41개 관련 대학을 모두 현지 방문해 철저히 심사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의대 정원 증원 역시 이런 철저한 조사자료가 있어야 했다며 그 근거 자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앞서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 의원이 '의과대학 학생정원 배정위원회 위원 명단, 구성 날짜, 회의록' 등을 요구했을 당시에도 자료 공개를 거부했고, 이번 법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제출 대상이 아니라며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자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 역시 3일 의사집단행동 중대본 브리핑에서 "(법원이 제출해야 할) 목록을 구체화해서 요구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떤 과정과 절차를 거쳐서 배정하게 됐는지 회의록 등 필요한 자료를 내달라는 것이기에 법원에서 요구한 수준의 자료는 최대한 정리해서 내겠다"고 밝혔다.

다만, 위원 명단은 의사 결정을 내린 위원의 보호 차원에서 숙의를 거쳐 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판의 원고 측 변호사인 이병철 변호사는 정부의 비협조적 자세에 대해 "복지부와 교육부는 지난 4월 30일 서울고법 즉시항고 심문기일에 재판장이 명시적으로 요구한 2000명의 과학적 근거, 최초로 2000명을 결정한 회의의 회의록, 배정위원회 회의록, 지난해 11월 현지실사보고서 등 일체를 제출하라는 요구에 정면으로 반하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적 근거 있다면 숨길 이유 없어…"배정위 회의록 공개하라"

이 변호사는 정부가 애초부터 배정위원회 위원 명단과 회의 내용 등을 비공개한 것과 관련해 숨기는 게 있어서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는 "정부는 숨기는 게 없다면 정정당당하게 배정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라"며 "무엇이 두려워 공개를 주저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로스쿨을 만들 때 심사위원회로 참여했는데, 당시 41개 대학을 이 잡듯이 조사했다. 의대 정원은 국민 건강과 결부된 의사를 양성하는 것인 만큼 100배는 더 철저하게 조사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하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의대 현장조사는 40개 중 14개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나머지 26개 의대는 정부가 현장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제대로 된 현장 조사를 거쳐 의대 정원을 증원하고 배정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과학적 근거가 있었다면 이를 비공개하고, 거부할 이유가 없다. 합리적 의심을 하자면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고 주먹구구식 결정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거짓으로 진실을 덮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5일 해명자료를 통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 결과 등 법원이 요구한 관련 자료를 충실히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료현안협의체는 의협과의 협의를 통해 당일 보도참고자료 배포와 백브리핑을 실시해 회의 결과가 공개됐다"며 보도자료가 곧 회의자료라고 강조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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