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10.30 15:34최종 업데이트 18.10.3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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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보험사 "고마워요 '심평원 안경', 보험금 지급 거절 사유 잘 보여요"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9화. 실손보험 청구 대행의 예상 폐해②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근무하면서 환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걱정은 의료정보 노출에 있다. 이럴 때마다 작가는 노출 위험이 없다며 환자들을 안심시킨다.
 
“선생님, 제 진료 기록을 누군가 알 수 있나요? 혹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이력 때문에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까요?”
“대통령이나 부모님께서 오셔도 환자 본인의 동의 없이 진료내역이나 차트를 볼 수 없습니다. 다른 어떤 불이익도 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환자들에게 이 말을 자신있게 하기 어려워질 것 같아 몹시 두렵다. 민간 보험사가 환자들의 의료정보 빅데이터를 수집할 기회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민간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일부 필수의료와 선택의료에서 보장을 받는다. 이를 실손 의료보험이라 한다.
 
보험사는 개인의 과거 의료기록을 바탕으로 이 환자의 미래 의료수요를 예측할 수 있어야 정확한 보험료 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의료기록은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보호된다. 환자들은 자신의 의료기록을 선택적으로 보험사에 제출한다.

물론 환자들은 이전 병력 등을 보험사에 일부러 밝히지 않아 약관 위반으로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앞으로는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실손보험금 청구 간편화’가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실손보험의 청구 대행과 심사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대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됐다. 이렇게 되면 환자는 의료기록을 하나하나 보험사에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보험사가 환자의 과거 의료기록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부작용이 따른다.
 
정부기관인 심평원은 국민들 편에 서서 공정하게 일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개별 환자들의 과거 의료기록이 실손보험 청구와 심사 과정에서 드러나면 국민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더 크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위암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가 과거에 음주 문제로 상담을 받았지만, 이를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다. 심평원은 이 환자의 위암 치료 진료비를 심사할 때 과거에 상담을 받은 기록을 확인하고 보험사에 알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는 과거 음주 문제를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보험사들이 고객들의 편의를 명목으로 심평원 청구와 대행 등을 환영하는 핵심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환자들의 의료정보 빅데이터를 확보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거나, 손해율(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 비율)을 낮추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국민들은 실손 보험 청구가 간편해지면 국민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고 믿는다. 심지어 민간 보험사도 고객을 위해 공익적인 목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작가도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보험사는 분명히 민간 기업이고 민간 기업은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사정상 연재가 4일 늦어졌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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