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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어나는 의료분쟁, 속수무책 당하는 의사들…"판검사들도 오심이나 오판을 내리면 법조과실로 구속됩니까"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기사입력시간 19.06.17 06:51 | 최종 업데이트 19.06.17 16:1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우리나라도 이제 연간 50억 이상을 의료배상액으로 지급한 의료원이 출현하게 됐다. 최고의 의료기술 국가에 어울리는 선진화된 현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에 벌어진 의사 구속사건을 기점으로 의료분쟁으로 인한 배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선진화된 현상으로만 해석하기는 매우 우울하기도 하다. [관련 기사=의사 구속에 늘어난 소송…수도권 대형병원 20곳, 의료분쟁 비용 100억원 추가 지출]

    현대 의료가 갖는 불확실성과 과감한 침윤성은 서양의학이 갖는 놀라운 효과와 효능을 발휘하기도 하나, 간혹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부정적인 결과라고 해서 반드시 이것이 의료진의 실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는 의사 개인의 실수보다는 고부담 고위험의 각종 시술에 내재된 위해성과 하는 의료기관의 제도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더구나 현대 의료는 의사 한사람의 주도적인 역활보다는 팀에 의한 다직종 전문직의 관여로 긴밀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이런 점은 현대 의학의 복잡성 혹은 복합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전문가 집단이 제정한 의료수준에 따라 의사의 행동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선진국  

    의사나 병원에 대한 소송은 영·미에서 1970년대 이후 급속히 증가했다. 이전의 시기는 의료의 황금시기로 불린다. 대중에 비해 월등한 지식과 기술로 무장한 의료집단은 마치 사회 속에 격리된 특권층 같았고 웬만한 부정적인 결과에도 무탈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오만하게 보이고 고립돼 보이는 의료사회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근거없는 특권층 인식에 대한 도전은 결국 의료소송의 발달로 이어졌다. 이제는 배상에 대한 보험이 가입되지 않은 의사는 의료 활동도 금지되는 나라도 나타나고 있다. 즉 병, 의원의 개설에서 배상에 대한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경우 의료활 동이 원천 차단되기 시작한 것이다. 

    1950년대 의사에 대한 고소가 시작될 무렵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 의료활동에 대한 처분에 대해 영국의 법조계는 대단한 고민과 숙고를 했다. 우선 불구나 사망을 초래한 의료의 책임규명에 있어 전문가가 아니면 판단하기 매우 어려웠고 설령 전문가라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법조인은 매우 곤혹스러워했다. 

    의료과실이나 분쟁에 있어서 가장 곤란한 점은 우선 의료인의 의료활동이나 의료적 행위가 환자에게 해악이 될 수 있는 것을 알고 의도적으로 행한 행위가 아니어서 의료과오를 형사 처벌 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자신이 당직임에도 근무지 이탈이나 이석 등 누구나 보아도 분명한 태만이나 부주의는 형사소송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과정에서 의사의 오진이나 판단착오는 범죄행위라고 하기에는 상식적으로도 성립이 되지 않는다.  

    1950년대 영국에서 식물인간이 된 소아환자에 대한 소송사건에서 호흡 곤란의 환아에 대한 소아과적 처치를 두고 일찍 기관 삽입을 했어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과 통상 그 정도의 상태에서는 관찰을 한다는 피고의 주장이 충돌했다. 재판부는 스스로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결국 다수의 소아과 의사에게 감정을 의뢰했다. 다수의 감정에서도 의견이 양분됐다. 결국 이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공신력 있는 전문가 집단이 제정한 의료수준에 따라 의사의 행동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결국 소아과 의사라면 이런 경우 통상 관찰을 우선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형사처벌은 하지 않았다. 

    이후 이 사건의 환아의 이름을 빌려 Bolam Test로 이름을 지었다. 즉 의료인의 과실에 대한 판단여부는 공신력있는 전문가 단체가 제정한 의료수준(practice standard)에 의한 판단을 하는 것이지, 형사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 규범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의사가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일반적 상식과 크게 배치되는지를 다시 판단하는데 이것을 Bolitho Test로 명명했다. 

    이런 1950년대의 영국 법조계에서 시작한 의사의 과실 여부의 판단은 그 후 영연방 국가에 영향을 줬고, 대부분의 영국의 영향을 받은 나라는 의사의 과실에 대한 판단 여부는 법으로 하지 않고 전문가 단체가 제정한 의료수준(practice standard)에 의존하고 있다. 이웃 홍콩만 해도 이런 내용이 우리의 예과 2학년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다. 

    의료에 대한 법학교육의 부실함, 의료계에 심각한 위협

    대한의사협회 40대 집행부가 방문을 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독일, 캐나다, 미국 등 모두 의료과오에 있어서 판단기준은 면허기구가 제정한 의료수준에 의한 결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의료활동이 형사적인 면책은 아니다. 마이클 잭슨에게 프로포폴 장사를 한 주치의는 100년이 넘은 형을 선고 받았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는 마취과 의사가 마취중 자리를 비워 마취사고를 대처하지 못한 사건에 대하여 스스로 유죄을 인정하고 형사처벌을 받은 것이 100년 동안 유일한 의사의 형사처벌 기록이다. 

    우리 방문단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신생아 중환자실 감염과 횡격막 탈장으로 인한 사망사고에 대한 법원의 의사의 인신구속에 대한 설명과 처분에 대한 논의를 하자 외국의 면허기관은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독일이나 캐나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감정에 따라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경우도 증거인멸과 도주의 염려로 인신구속을 남발하고 있는 것처림 보인다. 횡격막 탈장 사건의 경우 이미 5년 전의 일에 대한 도주의 염려로 의사를 구속시켰다. 도주를 했다면 벌써 했을 것이고 증거 인멸을 시도했으면 사건 초기에 했을 것이다. 

    문제는 의료사고나 과오에 대한 교육을 전혀 받아보지 못한 법조인의 문제가 엿보인다. 그리고 비정상적인 열정으로 환자에 대한 배상을 유도하기 위한 압박이나 여론 무마용으로 인식구속을 하는 법치국가의 역치로 보이는 인권유린의 어처구니없는 현상이다. 

    이제 우리나라는 의료가 법에 의해 전문직업성에 대한 판단에 의존하는 사태를 맞이하고 있다. 의료는 환자의 이득을 우선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전통이다. 그러나 불필요하게 법의 간섭이나 제제는 의료를 방어적으로 만들며 의사의 전문적 판단보다는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최소적인 의료로 전환시킨다. 잘되면 본전이고 잘못되면 구속이나 엄청한 배상액을 물어야 한다면 과연 누가 이런 일을 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현대 사회에서 의료에 대한 법학교육의 부실함은 이제 정도를 넘어 의료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위협이란 바로 의료활동의 전문성의 훼손과 환자의 이득보다는 의사 자신의 앞길을 가리는 것이 우선인 매우 방어적인 의료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일찍이 1960년대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교육학 박사를 받으신 한영림 박사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받은 서양 고등교육은 원류가 아닌 상한(degenerate)교육, 즉 정통이 아닌 식민지용 교육이었음을 지적했다. 법학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는 판단이다. 

    일본식 서양교육이 우리의 서양식 교육을 지배하고 있고 이런 영향은 현재의 사회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어 현대사회와는 도저히 맞지 않는 의료에 대한 불필요한 법적 판단이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은 계속 진화해 의료분쟁에 대한 형사처분이 절대로 흔한 사안은 아니다. 

    의료에 대한 법학교육의 현대화와 제대로 된  의료과오·분쟁 교육 요구해야 

    이제 우리나라는 의사가 해야 할 직무가 판사가 정하는 의료의 신공안국가가 됐다. 이런 현상은 과거 어의가 되어 왕실의 중차대한 병에 대한 치료를 성공시키지 못했을 겨우 처벌받은 것과 비슷하다. 과거 일본강점기 시대와 군사독재의 여파로 인한 법조계의  의료에 대한 과도한 관여가 의료분쟁이나 의료과오에 대한 역사적 역행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법은 강제성과 보편성을 띠고 있고 의료에 대한 시각은 매우 딱딱하고 규범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대 의료는 규범적으로 정해질 수 없다. 현대 의학과 의술이 갖고 있는 특성이 불확실성이 매우 강하다는 특징과 의료활동은 의료제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법처분 위주의 의료사건의 위험성은 판, 검사가 의학과 법학을 같이 공부하지 않는 한 법조인은 의료에 대한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의료사건의 법률적이고 규범적 판단은  불확실성의 의료에 의한 과오는 절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제도로 보인다. 의사는 거의 신의 수준에 가까워야 할 모양이다. 

    그럼에도 법조계가 의료사건의 판단을 위해 기껏 할 수 있는 수단이 수탁감정이고 이것도 사건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보다는 판,검사의 궁금증 해소용 단편적인 질의 응답과정에 의존한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중차대한 형사처벌 사건에서 1인 감정에 의한 판단을 받는 다는 것이다. 1950년대 Bolam 사건은 7명의 소아과 의사에게 의견조회를 해서 얻어낸 결과다. 1인 감정의 위험은 이미 후험적으로 정답을 알고 있는 전문의에게 문의하여 상황 고려가 없는 심각한 편견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다행히 횡격막 탈장 사건에서 응급의학 전문의는 구속 후 석방돼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응급실의 여건상 응급의학과 의사는 모든 환자의 영상소견을 실시간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동실 시간대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환자에게 진료의 우선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환자에 해야 하는 환자도 있는 상황에서 희귀질환의 진단을 바르게 내리지 못했다고 구속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을 넘지 못하는 처사이다. 어떤 응급의학 전문의라고 이런 경우 억울하고 무분별하고 무자비한 구속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한번쯤 판, 검사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도 오심이나 오판을 내리면 법조과실로 구속됩니까?“

    의사는 아픈 사람을 상대한다. 그러나 법조인은 아프지도 않은 사람을 상대하며 잘못된 판단으로 인신을 구속하고 심지어 파멸시킬 수도 있다. 멀쩡한 사람을 폐인 만들기 쉬은 전문직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느 분야나 비슷하여 의사가 많은 환자를 보아야 하듯이 많은 사건을 다룰 것도 틀림없어 보인다. 오심, 오판의 함정이 사뭇 위협적이다.

    이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의료계의 과제에 한 가지가 더 붙었다. 이것은 법조계와 대화하고 설득해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의료에 대한 법학교육의 현대화와 의료과오나 분쟁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의료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실정에서 법 보다는 직무윤리인 임상윤리와 진료표준에 의한 판단이 형사적 판단을 우선한다는 선진적인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해야 한다. 

    의료분쟁에서 Bolam Test와 Bolitho Test를 우리의 예과수준에서 배우고 자라는 영국식 의학, 법학 교육 문화는  의료최고 기술 국가인 우리나라에 언제나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반문해 본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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