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11.24 07:58최종 업데이트 20.11.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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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바라본 '제주녹지병원' 개설허가 취소 정당성의 이유는?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 위법 여부와 무관하게 개설허가 효력 유지…근로자 이탈 주장도 무관

제주녹지국제병원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제주녹지국제병원의 개설허가 취소가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지난달 20일 내려지면서 판결 이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기사=첫 영리병원인 녹지병원 개설허가 취소 '적법']
 
해당 사건은 국내 첫 영리병원 개설이라는 점과 더불어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다는 허가조건도 생소했던 만큼 의료계와 더불어 세간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 때문에 당시 녹지병원 개설과 관련해 허가를 취소하고 공공병원으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본지에서 입수한 이번 사건 판결문을 통해 법률상 쟁점과 핵심사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쟁점①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이 위법하다는 주장
 
이번 법정분쟁의 핵심은 원고인 중국 녹지그룹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 측이 의료기관 개설을 미룰만한 정당한 근거가 있었는지 여부였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녹지그룹에서 주장한 첫 번째 쟁점은 녹지병원 개설허가 중 외국인에 대한 진료만 가능하다는 조건부 허가가 위법하다는 것이었다.
 
앞서 녹지그룹 측은 지난 2019년 2월 제주지방법원에 진료대상을 외국인으로 한정한 제주도의 병원개설 허가 조건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개설허가 자체에 설령 위법이 있더라도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당연무효라고 볼 사정이 없는 이상 그 처분 내용대로의 효력을 갖는다고 봤다.
 
즉 이번 사건의 개설허가 조건에는 중대한 하자가 없고 이에 따라 개설허가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 사건 개설허가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다고 볼 사정은 찾아보기 어려우며 개설허가에 부가된 조건 또는 이 사건 개설허가 자체의 취소를 구하고 있는 관련 소송도 현재 계속 중"이라며 "결국 원고는 일단 이 사건 개설허가에 따라 3개월 이내에 의료기관을 개설해 업무를 시작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이 사건 개설허가의 위법을 다투며 관련소송을 제기한 사정만으로는 업무 시작을 연기하거나 거부해서는 안 된다"며 "녹지병원은 개설허가 이후 3개월 이내에 업무를 시작하지 않은 사실이 이미 증명됐다"고 전했다.
 
쟁점②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에 따라 실익이 사라졌다는 주장

 
또 다른 쟁점은 내국인 진료 제한 조치로 병원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경제성이 떨어졌는냐였다.
 
이에 대해 중국 녹지그룹 측은 법정에서 내국인 진료 제한 조치로 인해 경제성이 떨어져 녹지병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내국인 진료 거부에 따른 의료법위반 등 형사처벌과 행정적 제재의 위험이 해결될 때까지 병원 개원을 미루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재판부는 개설허가 조건에 내국인 진료 제한이 부가돼 실익이 없어졌다는 증거가 없다고 봤다. 특히 녹지그룹이 처음부터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주요 이용객으로 상정해 사업계획을 세웠던 사실 등도 주장과 배척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으로 녹지병원 개원과 운영이 불가능하거나 실익이 없어졌는지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며 "처음 사업계획서를 보면 녹지병원은 제주도를 방문하는 중국인 등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대상이므로 공공의료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녹지그룹 관계자는 2017년 11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사실상 외국인 투자개방형 병원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내국인이 거의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100% 외국인 위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법원은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이 부가됐다고 하더라도 조건이 부가되지 않았을 경우가 비교해 이용객이나 경제성 등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당 사정은 의료기관 개설 업무를 시작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외부적 요인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쟁점③ 근로자 이탈로 인한 부득이한 개원 지연 주장
 
의료진 등 병원 근로자들의 대거 이탈 사태가 의료기관 개원을 미룰 수 있는 사유가 되는지도 중요한 쟁점이었다.
 
녹지그룹 측은 2017년 6월경부터 의료진 채용 공고를 내고 8월부터 급여를 지급해 왔다. 그러나 개설허가 신청 이후 개설허가까지 약 15개월이 소요되고 그 과정에서 채용된 의료진 등 근로자 134명 중 70여명(의사 9명 전원 포함)이 이탈했다.
 
이에 대해 녹지그룹 측은 "개설허가신청에 관한 민원처리 절차가 별다른 이유 없이 6차례 연장됐고 그 과정에서 채용 인력이 대거 이탈했다"며 인력 충원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기간 내에 병원 개원이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이유만으로 병원 개원이 미뤄질만한 적당한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의사 등 의료인을 포함한 병원 근로자들이 이탈하면서 개원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후 개원을 위한 어떤 노력도 없었다는 것이다.
 
현행 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의료기관 개설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정상적인 노력과 추진을 다했음에도 운영을 시작하지 못할 정도로 인정되는 요인이 있어야 업무 지연이 정당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원은 "녹지그룹은 병원 개설허가 이후 수개월간 관련소송을 제기한 것 외에는 추가적인 인력 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등 어떤 준비 행위도 하지 않았다"며 "단순히 근로자들이 이탈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업무 시작을 지연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제주도 측의 개설허가 취소도 행정의 적정성을 확보하고 병상 수급계획 관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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