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2.23 08:53최종 업데이트 23.12.2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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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1년 간 대형병원 외래진료 76% 증가…"본인부담금 개선으론 의료전달체계 해결 불가“

병·의원 이용동기 명확히 갈려…병원 이용 환자 만족도 큰데, 의원 이용 환자는 시스템 개선 필요 느껴

의원급과 병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 간 이용동기가 명확하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급은 '접근성', 병원급은 '시설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작용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원급과 병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 간 이용동기가 명확하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급은 '접근성', 병원급은 '시설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작용했다. 

특히 병원 이용 환자는 한국 의료체계에 대한 만족감이 큰 반면, 의원급 이용 환자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환자 본인부담금 개선' 정도 조치론 1차의료기관의 게이트키핑 역할을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제언한다. 

서울대 의과대학 이진석 교수는 '한국 1차 진료에서 의원과 병원급 선호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분석' 연구를 오는 2024년 1월 8일 대한의학회지(JKMS)에 공개할 예정이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 외래진료 상황에서 의원급 진료를 선택하는 환자는 쉬운 접근성, 의료진의 친절, 지인의 추천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병원급 진료를 선택한 환자는 높은 품질의 치료와 장비 등 시설 면에서 선호를 보였다. 

특히 의료기관 유형 선호도 차이는 연령 분포, 교육과 소득 수준 등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고령층일수록 의원보다 병원급을 선호하는 현상이 많았고 교육 수준과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병원보다 클리닉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았다. 

건강 상태 측면에선 만성질환을 앓고 있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병원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 요인 분석. 사진=Factors Affecting the Preference for Hospitals Over Clinics in Primary Care in Korea. 


주목할 만한 점은  병원급을 선택한 사람들은 현행 의료제도에 대한 신뢰가 높은 경향을 보인 반면, 의원급을 선택한 사람들은 의료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았다는 것이다. 

이진석 교수는 해당 인식과 관련해 "병원을 선택한 사람들은 의원을 선택한 사람들에 비해 현재 의료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높고 변화에 대한 요구가 적다. 이는 병원을 자주 이용하는 환자들이 의원을 선택한 환자들보다 그들의 욕구가 상대적으로 더 잘 충족되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즉 병원에 대한 선호가 환자의 본질적인 욕구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 "병원에 대한 명백한 선호는 의료이용자의 욕구가 대상에 곧바로 닿을 수 있는 한 그들의 욕구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높은 수준의 의료시설에 대한 접근 제한 조치는 해당 시설이 저렴하게 유지되는 한 실패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대형병원 위주 외래진료가 성장하는 추세다. 2011년에서 2021년 사이 대형병원 외래진료 횟수는 76.4%, 의료비 지출은 18.9%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의원급 외래진료 횟수는 8.2%, 의료비 지출도 2.8% 증가에 그쳤다. 

이진석 교수는 "한국에서 병원급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한국 보건의료제도의 구조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며 "한국엔 게이트키퍼로서의 자격과 역할에 대한 명확한 의사 그룹이 없다. 1차 진료에 근무하는 의사의 92%가 이미 전문의로 전문분야와 관련해 다양한 유형의 의사들이 흩어져 있기만 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1차의료에서 병원급 지위가 높은 것은 환자 선호도 이외에도 병원과 의원의 역할이 사전에 정립돼 있지 않고 수십 년 동안 의료체계가 지나온 문제도 크다"며 "모호한 역할 구분을 감안할 때 더 많은 자원을 갖고 있는 대형병원들이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좋은 시설에서 진료 받고 싶은) 환자의 욕구가 존재하고 그 욕구가 실현될 수 있는 한, 환자가 자발적으로 행동을 바꿀 가능성은 없다. 현재 상태에선 의료비 지출 비용이 더 많이 들고 의료자원의 낭비가 커질 뿐"이라며 "본인부담금 수정 정도론 문제 해결이 어렵다. 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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