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1.28 07:09최종 업데이트 22.11.28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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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특수본 조사 받은 병원 DMAT팀 "사직하고 싶을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 받아"

이태원 참사 때 늑장출동 아닌 경찰과 소방, 보건소 의사소통 문제...민간에 의해 겨우 운영되는 재난응급의료대응체계 흔드는 처사

10월 29일 이태원 압사 사고 참사 현장 모습. 사진=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SNS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이태원 참사 당시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수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사건 당일 현장에 파견된 재난의료지원팀(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 DMAT)도 특수본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대통령실 국정상황실과 국가위기관리센터,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대검찰청, 경찰청 및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소방청 및 서울소방재난본부와 용산소방서, 서울시 및 용산구에 이어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DMAT도 조사 대상에 올라 파장이 예상된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사고 당시 출동한 15개 DMAT팀 중 일부가 특수본의 수사망에 올라 조사를 받았다. 가장 먼저 현장으로 출동한 서울대병원 DMAT은 경찰 수사를 거부했으나, 한양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 DMAT팀은 특수본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의료진 A씨는 "경찰이 직접 병원을 찾아와 소방 대응에 관해 유도 신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한 번의 조사 이후로 계속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아 업무 방해를 호소했다. 압박 수사로 인해 가슴이 두근거리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악몽을 꾸는 지경으로 심리적 불안이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말꼬투리를 잡아 누군가에게 책임을 덮어씌우려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는 A씨는 "나도 잘못하면 매뉴얼에 따르지 않았다고 처벌받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근무하는 응급의료센터에서 사직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마저 든다"고 전했다.
 
특수본은 일찍부터 이태원 참사 당시 이송을 담당하는 소방과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보건소의 불통으로 인해 응급환자의 이송 및 치료 등에 지연이 발생한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한 이후 중증도에 따라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재난응급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심정지 환자가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 서울병원 응급실로 몰려 정작 응급의료가 필요한 중환자들은 더 먼 병원으로 이송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보건복지부는 사고 당시 서울과 경기도 지역 DMAT 15개 팀이 현장에 출동해 응급의료를 제공했다고 밝혔지만, 제일 처음 현장에 도착한 서울대병원 DMAT팀은 사고가 발생한 지 한 시간이 지난 오후 11시 30분쯤 현장에 도착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나머지 13개 팀은 이미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자정 이후에 도착했고, 일부 대학병원 DMAT은 이미 상황이 끝나있어 철수한 곳도 있었다.
 
특수본은 이 과정에서 복지부의 재난의료지원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은 물론 대학병원 DMAT에게도 지연 출동을 이유로 칼끝을 들이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료계 입장에서 당시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의 경위를 살펴보면, 오후 10시 15분경 첫 신고가 접수된 이후 해당 사고가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재난 상황으로 인지하는 데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됐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사상자를 파악하기 힘들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소방, 보건소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현장에 필요로 한 응급의료 인력에 대한 의사 결정이 늦어졌다.
 
이에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의 최초 권역 내 출동 요청은 오후 11시쯤 이뤄졌고, 이를 감안하면 최초로 현장에 도착한 서울대병원 DMAT은 출동 요청 30여 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것이 된다. 뒤이어 대형 재난 상황임을 인지하게 된 자정이 넘어서야 수도권 재난거점병원에 대한 출동 요청이 추가되면서 DMAT의 출동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 병원 DMAT 관계자는 "DMAT은 재난거점병원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행정요원 등 3~4명으로 구성되며, 사고 접수 직후 팀을 꾸리는 것에서부터 실제로 현장으로 이동하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DMAT이 출동하는 것보다 환자를 이송하는 데 집중하는 게 더 나을 때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데, 이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혼란스러운 재난 상황에서 현장에서 떨어져 있는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 DMAT에 정확한 출동 요청을 내리기 힘들었다"라며 "그럼에도 특수본은 순수 민간 의료진으로 이뤄진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재난거점병원 DMAT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닌지 수사를 진행했고, 국정조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이경원 교수는 "이러한 처사는 겨우 민간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우리나라 재난응급의료대응체계를 흔드는 일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누가 과연 DMAT을 하려고 하겠는가"라며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한 재난을 통해 우리의 부족한 재난응급의료대응체계를 개선하거나 발전시키려 하지 않고, 그마저 있는 아주 연약한 재난응급의료대응체계를 마구 흔들어 버리는 모습은 미성숙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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