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9.23 06:32최종 업데이트 22.09.23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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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불투명한 선배 의사과학자 보고 꿈 접는다…정부, 장기적 안목에서 지원해야”

의학한림원 '의사과학자' 포럼 개최…의사과학자 예산 168억, 보건의료 R&D 증액으로 국가가 양성 나서야

사진=의학한림원 생중계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우리나라에서 의사과학자가 배출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의사 과학자’를 직업으로 삼았을 때 비전을 찾을 수 없는 현실에 있었다. 임상 분야처럼 경제적 유인이 큰 것도 아니고, 병원 내 입지에 대한 불안은 물론 단기 성과를 바라는 사회 분위기와 부족한 지원으로 중도에 좌절을 경험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정부가 나서 전주기적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R&D 지원을 통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2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우리나라 의사과학자의 생로병사’라는 주제의 학술위원회 포럼을 개최하고 지속가능한 의사과학자 양성 해법을 찾기 위한 전문가 패널 토의를 진행했다.

경제적 어려움 더해 연구 지속할 수 없는 환경에 좌절…후배에 부정적 메시지

이날 서울의대 생화학과 김인겸 교수(서울의대 의사과학자양성 특별위원장)는 “진료와 학술 의학이 균형 있게 발전해야 진정한 의료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진료와 학술 의학의 불균형이 심각하다. 특히 진료에 비해서 학술 의학 수준이 국격에 비해 많이 부족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사진=의학한림원 생중계 갈무리

실제로 2021년 의학한림원 의학교육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과 2011년 2017년 기초의학 전임교수의 숫자는 병리학을 제외하고 대부분 비슷하거나 줄어들었던 반면, 비의사 출신의 과학자들이 증가 추세를 보이며 의학 발전에 공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이들의 나이가 지금 50대 후반으로, 10년 뒤 대다수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이제 그 뒤를 이을 후계자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전공의는 물론 의대생 중에도 의사과학자 트랙을 매력 있게 바라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서울의대 생화학과 김종일 교수(서울의대 의사과학자양성 특별위원장)는 “우리나라 의사과학자들이 연구를 지속하고, 후배 학자를 키워 나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가 크다. 의사과학자로서 연구를 하는 것이 진료를 보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강인한 신념 없이는 선택하기가 힘든 현실이다. 의사과학자 선배가 적은 월급을 받고 가난하게 사는 걸 본 후배들이 그 길을 선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경제적인 것보다 더 큰 요인은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이다. 학생들의 대부분이 의사과학자로 사는 데 두려움과 걱정이 있다”며 “경제적 지원도 지원이지만, 하고 싶은 연구를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연구비 규모가 작고 단기적이어서 중간에 연구가 중단되는 일도 많아, 선배 의사과학자들이 후배에게 부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많다. 하지만 학생들은 수익을 따질 수밖에 없는 병원이 과연 환자를 적게 보는 것을 용인해 줄지, 바쁜 병원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것을 동료 구성원들이 이해해 줄지에 대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 양은배 교수도 “직업으로서 의사과학자의 비전이 중요하다. 의대에 입학하는 우수한 사람들 대부분이 연구보다 임상에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임상으로 진출하는 숫자가 많은 것이다”며 “학생들은 잘 나가는 선배 학자가 별로 없고, 힘들어하는 선배의 모습을 자주 보기 때문에 관심이 있어도 포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주기에 걸친 의사과학자 양성 지원, 보건의료 R&D 예산 증액으로 여건 마련
 

그렇다면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인제의대 예방의학과 이종태 교수는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들어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전주기 경력 경로 및 지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의과대학 연구 관련 교육과정 비율을 살펴보면 의예과는 7.8%, 의학과는 2.7%에 불과하다. 개설 과목은 다양하지만 이것 만으로 의사과학자 양성이 가능할 것인가는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교수는 전공의 수련 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줄어들며 수련 중 연구 기회가 크게 줄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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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학한림원 생중계 갈무리
이 교수는 “의대 입학 때부터 전주기 경로에 따라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미국식 MD-PhD 제도를 한국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MD-PhD 복합 학위 모형’을 제안했다. 의과대학 기본의학교육 과정과 대학원 학위 과정을 복합학위로 병행하는 경우 MD 6년과 PhD 3년의 9년제로 복합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전공의가 임상 수련과 의사과학자 수련을 병행할 경우 연구보호시간과 연구 활동비를 지원하는 ‘연구전공의 제도’, 의대 졸업 후 기초의학 분야 대학원 학위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초의사과학자 모형’ 및 ‘자기주도 개발 모형’ 등 전주기적 경로에 따른 양성 정책을 확립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서울의대 생화학과 김종일 교수는 의사들이 직업으로서 의사과학자의 삶을 지속하려면 최소한의 경제적 보장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연구를 일정 기간동안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임상 진료와 연구 시간의 균형 ▲소속 기관(병원) 및 동료와의 관계 ▲장기적 안목으로 연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진=의학한림원 생중계 갈무리

의사과학자에 대한 이 같은 지원이 이뤄지려면 충분한 보건의료 R&D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 교수는 "미국은 전체 R&D 예산의 절반이 비국방이고, 그중 절반 가까운 금액이 보건 분야 예산에 배정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체 R&D예산의 약 10% 가량만이 의생명과학 분야 R&D 예산으로 배정된다. 의생명과학 분야의 전체 R&D 예산이 공학 관련 분야의 하나인 기계 분과 전체 예산보다도 못한 수준이다”라며 “이런 정부의 비균형적인 예산부터 증액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국가뿐 아니라 소속 기관인 대학도 의사과학자를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의과대학 인증 평가 및 병원 인증 평가 제도에 의사과학자에 대한 연구 지원 항목을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의료계의 요청에 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 서일환 과장은 “올해 기준으로 정부 바이오 R&D 예산이 2조 5000억원이 책정됐다. 이중 복지부 예산은 약 7000억원 수준이다”라며 "그중 의사과학자의 연구 지원 사업의 규모는 내년 정부안 기준으로 168억원이 편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서 과장은 ”예산 규모가 작은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도 이런 사업이 있다가 없어지고 다시 생기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번 사업도 2019년과 2020년 이후 새롭게 시작한 사업들이다. 이 사업들이 잘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신진 의사과학자에 대한 지원 뿐만 아니라 이분들이 향후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하는 데도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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