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세종=손선희 기자] 11년만에 덮친 고물가 쇼크에 국세 수입도 예상보다 더 걷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분이 반영되는 부가가치세가 크게 늘고 있는 결과로, 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3대 국세 중 하나인 부가가치세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초과 세수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추가로 들어온 세수는 조만간 세입경정을 통해 내달 출범하는 새 정부가 발표할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기획재정부가 최근 공개한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걷힌 부가가치세는 총 19조8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조6000억원 더 걷힌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연간 목표치(77조5000억원) 대비 진도율이 25.6%에 달한다. 불과 두 달 만에 연중 목표치의 4분의1 이상을 달성한 셈이다. 부가세를 포함한 전체 국세수입은 70조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2조2000억원 늘었다.
부가세 증가분에는 당초 지난해 10월 거뒀어야 할 부가가치세 이연분(2조3000억원)이 포함돼 있다. 다만 이를 제외해도 최근의 소비 회복세에 힘입어 부가세 수입은 늘고 있다. 부가세는 상품이나 용역의 최종가격에 10%가 부과되는데, 앞으로 물가가 뛰면 뛸 수록 별도 세율인상 없이도 사실상 물가와 연동돼 늘어나는 구조다. 이번 달부터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되면서 소비가 더욱 살아날 것으로 보여 이 역시 세수 증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예상보다 더 들어온 세수를 기반으로 세입경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2차 추경안 규모는 약 35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에게 공약한 ‘코로나19 피해 보상’ 목적의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위해서는 결국 세입경정이 불가피하다. 금리 인상기와 겹쳐 ‘국채 발행 최소화’ 기조 아래 가능한 방안은 기존 지출계획을 깎거나, 세수입을 늘려잡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세수추계 모형에 기본 변수로 활용되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보다 낮은 2%대로 줄줄이 하향 조정되는 추세인 데다 아직 초과세수를 확신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내부 우려도 적지 않다.
인수위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 주께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안을 포함한 ‘패키지 지원 방안’이 확정된다. 누적된 소상공인 피해 보상을 위한 맞춤형 현금 지원, 손실보상 강화 방안, 최대 600만원의 추가 방역지원금 지급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원안 내용에 따라 2차 추경안 규모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50조원 추경’ 공약에 지난 1차 추경(16조9000억원)을 포함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즉 2차 추경안 규모는 35조원 안팎이 될 것이란 의미다.
문제는 재원이다. 인수위 및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금리 인상 및 채권시장 안정성을 고려해 국채 발행은 가능한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미 국고채 금리가 오름 추세인 상황에서 또 다시 정부가 대규모 국채 발행에 나설 경우 이는 은행채 등 시장금리를 자극하고, 결국 대출금리를 올려 그 부담이 국민에 전가되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 역시 국회의원 시절 적자국채 발행에 대해서는 적극적 반대 목소리를 내 왔다.
국채를 최대한 적게 발행하려면 결국 기존 지출계획을 수정하고, 초과세수를 감안해 세입경정을 해야 한다. 기재부 예산실은 현재 인력을 총동원해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기회복을 위해 정부가 재정 집행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지출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대규모 세입경정 카드도 동반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연초부터 고용시장의 강한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근로소득세를 중심으로 소득세가 불과 두 달 만에 30조원 이상 걷혔다. 진도율은 28.8%에 달한다. 물가와 연동된 부가세 등을 감안하면 올해 세수가 낙관적인 상황인 것은 맞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및 금리 인상 등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큰 탓에 1분기를 갓 넘긴 시점에서 정부의 연간 세수입 전망을 과도하게 올리기에는 이르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세입경정을 하려면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확실한 에비던스(증거)가 필요하다"며 "최소한 3월 세수입 추계치는 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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