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공기업에 근무 중인 A씨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실사 준비에 최근 야근이 잦아졌다. 협력부서로서 경영평가위원이 요구한 자료 제출 기한을 맞추려면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자칫 기간 내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해당 부문의 감점도 감수해야 한다.
또 다른 발전공기업에 근무 중인 B씨는 이번 경영평가에서 "'한전을 비롯한 한국수력원자력 및 공공발전사 어느 곳도 A등급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귀띔했다. 그는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지난 정부의 마지막 경영평가 과정이 예년보다 팍팍해진 걸 느끼며 B등급만 받아도 '선방'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20일 정부 부처 산하기관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시작한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총 130곳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주요 기관들이 올해 평가 결과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평가 결과에 따라 임직원들의 성과급은 물론 새 정부 출범 직후 공개되는 첫 평가에 따라 자칫 구조조정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공기관 평가제도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책임경영 확립을 목표로 매년 경영 노력과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마련됐다. 결과는 S, A, B, C, D 등 등급으로 나뉘며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을 꾸려 진행한다.
실제 한전은 올 평가를 대비해 연초부터 이를 담당하는 컨트롤타워 부서인 '평가실'을 중심으로 협력부서와 보고서 작성 및 온라인 실사에 대비해 왔다. 한전 내부에선 지난해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한 점을 고려해 재무관리를 최대한 보완하고 업무효율성, 코로나19 대응 노력 등 성과 부문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연속 평가등급 A를 받은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까지 실사를 진행한다. 새 정부의 탈원전 폐지 기조로 높아진 원전 비중에 3년 연속 A등급 획득을 목표하고 있지만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검찰의 전방위 압수수색이 일부 변수로 꼽힌다.
한전 산하 발전 공기업들의 실사 분위기는 더 팍팍하다. 새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한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염두에 두면서 이번 경영 평가가 공공 발전사 통폐합의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실제 정부는 탄소중립 비전에 따라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전면 중단하고, 이를 위해 노후 발전기 철수 및 공공 발전사를 통폐합하는 방안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일부 발전 공기업들이 올해 경영평가를 위해 인근 리조트를 빌려 합숙에 들어간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실적 부문에서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더라도 안전 사고 등 주요 지표에서 예상되는 감점을 상쇄하기 위해 협력부서와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발전사 관계자는 "평가위원이 요청한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해당 부서가 돌아가며 밤을 새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새 정부 출범 직후 결과가 공개되는 만큼 어느해 보다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올해 경영평가위원으로 참여한 한 교수는 "평가를 받는 입장에선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 있겠지만 객관적인 평가 세부 목록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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