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첫 가입자 감소
2분기 200만명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의 가입자가 11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넷플릭스는 유료 회원의 계정 공유에 따른 비회원 이용자 증가와 업계 경쟁 심화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2분기 가입자 감소폭이 10배는 더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19일(현지시간) 넷플릭스는 올해 1분기 기준 글로벌 유료 가입자 수가 2억2160만명을 기록, 전분기 대비 20만명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시장 전망치인 250만명 증가를 큰 폭 하회하는 성적일 뿐 아니라, 2011년 이후 처음 나타난 ‘마이너스’ 성장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와 관련해 "헐리우드를 흔들며 급격히 성장하던 넷플릭스가 벽에 부딪혔다"고 진단했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의 매출은 78억7000만달러(약 9조7643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한 해 전보다 9.8% 증가한 것이지만 자체 추정치(80억5000만달러)나 월스트리트 예상치(82억3000만달러)에는 못 미친다.

계정공유로 무료 시청만 1억가구
러 서비스 중단에 인플레이션도 악재
◆‘1억가구’가 계정 공유…OTT 주가 동반 하락= 동영상 플랫폼의 대표주자 넷플릭스의 부진한 성적은 유료 회원들의 ‘계정공유’와 업계 경쟁 심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2억2160만 가입자 외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서비스를 사용하는 1억 가구에 달한다. 유료 가입시 복수의 기기를 등록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1억 가구 가량이 기존 가입자로부터 비밀번호를 공유 받아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경영진들은 주주서한을 통해 "상대적으로 높은 넷플릭스의 가계침투율이 시장 경쟁과 결합해 역풍을 맞고 있다"면서 1억가구의 비가입 이용자들을 유료가입자로 흡수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시장에서 서비스를 중단한 것도 가입자 순감의 배경 중 하나다. 넷플릭스의 러시아 서비스 중단 결정으로 감소한 가입자 수는 70만명 수준으로 추정됐다.
그밖에 회사 측은 스마트TV로의 수요 전환, 인플레이션에 따른 지출 억제, 코로나19 팬데믹 지속으로 인한 혼란 등이 성장을 둔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회사 측은 이 같이 악화된 영업환경을 반영해 올해 2분기 가입자 200만명이 추가로 이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초 대비 이미 42% 빠진 넷플릭스의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26%까지 추가 급락했다. 업계 1위의 실적 부진 소식에 동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쿠(8.3%), 월트디즈니(5.3%), 푸보TV(5.4%)의 주가도 시간외거래에서 동반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넷플릭스는 한국드라마 ‘오늘 우리 학교는(All of Us Are Dead)’ 등의 흥행에 힘입어 아시아 지역 가입자 수가 100만명 이상 증가했다는 점을 긍정적 요인으로 언급했다. 이는 미국 가입자가 60만명 이상 이탈하고, 유럽·중동·아프리카 등 지역에서 30만명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해 선전한 것이다.
시간외거래서 주가 26% 폭락
광고 넣은 저가 요금제 낼 수도

◆광고 낀 저가 요금제로 돌파구 찾을까= 지속적으로 오르는 서비스 이용료도 회원 이탈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넷플릭스는 저가 요금제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 심화와 프로그래밍 비용 증가 등을 상쇄하기 위해 올해 초 넷플릭스는 2년만에 월간 요금제를 인상한 바 있다. 당시 미국 기준 표준 요금제는 월 13.99달러에서 15.49달러로, 프리미엄 요금제는 17.99달러에서 19.99달러로 조정했다.
이날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나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지한다"며 "소비자들로 하여금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대신 광고를 보도록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현재 광고 지원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 1~2년안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미 경쟁업체에서는 가입자들의 지출 부담을 감안해 광고 삽입 옵션을 통해 가입비를 낮춘 저가 서비스를 추가로 내놓기시작했다. 월트디즈니는 지난해 말 ‘디즈니 플러스’를, 아마존은 ‘아마존 프리비’를 내놨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보인 OTT ‘피파플러스’도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라는 장점으로 빠르게 가입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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