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대만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현지 당국이 '위드코로나'와 '제로코로나'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홍콩과 같이 강경한 통제의 길로 갈 지, 뉴질랜드식 일상회복을 서두를 지 선택해야 할 상황이 됐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전날 대만 현지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39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천스중 대만 보건부 장관은 앞선 15일 브리핑에서 "현재 전염병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면서 "대만에서 수만, 어쩌면 수백만 건의 사례를 보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확진자 수가 아니라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그간 대만의 국경 통제,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및 동선 추적 전략은 확산 통제에 효과를 보이며 실업률도 21년여만에 최저 수준까지 낮췄다. 그러나 기업들은 하루 빨리 국경이 개방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 회원의 약 91%는 국경을 점진적으로 재개하고 여행 제한을 완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타이신 증권의 윈스턴 차오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이 관광객보다 경제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국경 개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만은 현재 의무검역을 10일로 단축한 상황이며, 많은 도시에서는 더 이상 동선 추적이 불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대만 질병통제센터에 따르면 올해 대만에서 발생한 확진 사례의 99%가 경증이거나 무증상이다. 이 같은 사실을 감안하면 위드코로나로의 점진적 전환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역시 당국이 경제적 필요와 공중보건에 대한 위험의 균형을 맞춰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대만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국가라는 점은 위드 코로나로의 위험성을 키운다. 대만의 12세 이상 인구 가운데 16%가 백신을 접종받지 못했다. 그러나 75세 이상 인구의 72%는 백신 접종을 마친 상태다. 통신은 이것이 대부분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노인이었던 홍콩의 발병 상황보다는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국립대만대 공중보건의 첸슈시 교수는 "대만이 재개방을 꺼리는 근본적 이유는 백신접종을 받지 않은 인구와 2차 백신의 접종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민들은 델타보다 오미크론 변종에 의해 덜 위협받는다고 느끼고 있지만, 또 상당수는 개방에 대해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올해 11월 대만의 지방선거에도 정부의 방역 대책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통신은 평가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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