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각종 복지 혜택을 대폭 축소했다. 최근 한국은행에서의 출연금(연 100억원)이 중단된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양새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18일 급여·여비·복지규정을 변경했다. 국내외 여비의 경우 부서장 및 실장급 이하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원혜택이 축소됐다. 금감원에서 부서장·실장급은 부원장·부원장보 아래 고위직급으로 국장, 실장, 지원장, 해외사무소장 등이 해당된다.
그간 금감원은 부서장·실장급의 항공운임을 비즈니스 가격에 맞춰 실비로 지급해왔다. 앞으로는 일반석에 맞춰 지급한다. 국외여비도 비즈니스에서 이코노미로 조정했다. 철도운임은 부서장·실장급부터 4급직원이 모두 1등석에 해당하는 돈을 받았지만, 이제는 일반직원과 같은 2등석을 타야 한다. 다만 별도 기준 없이 실비에 맞춰 여비를 지급받는 금융감독원장과 감사·부원장·부원장보·전문심의위원의 혜택은 그대로 유지했다.
출장과 철야근무에 따른 숙박비 지급규모도 줄었다. 부서장과 실장의 1일당 숙박비 한도는 9만5000원~12만원사이였지만 8만5000원~10만8000원으로 제한했다. 팀장·1급·2급·3급직원은 8만원~10만원에서 7만2000원~9만원으로, 나머지 직급은 6만~8만원에서 5만4000원~7만2000원으로 삭감했다.
직원들의 복지혜택도 줄이거나 추가지급 조항을 규정에서 삭제했다. 순직한 직원의 대학생 자녀에게 내주던 학자보조금은 중·고등학교까지만 지원된다. 직원 사망으로 유족이 어려움을 겪을 때 1년치를 재해부조금으로 지급할 수 있었지만 관련 조항도 삭제됐다. 직원숙소가 아닌 대여주택에서 살 경우 금감원이 대신 내줬던 보험료나 수선유지비 등도 직원이 직접 내야 한다.
예산·재원마련 문제에 복지혜택 계속 줄어 급여부문에서는 휴직자 보수가 사라졌다. 애초 금감원에는 청원휴직자, 가족돌봄휴직자, 육아휴직자 등에 대해 기본급의 25~30%를 지급하는 규정이 있었다. 다만 2024~2026년까지 점차 줄여 5~10%가량은 지급한다는 특례조항을 뒀다.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퇴직·사망한 자에게 주는 퇴직금 특례규정도 없앴다.
복지혜택 축소는 예산문제와 맞물려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연 100억원에 달하는 금감원 출연금 지원을 중단했다. 이를 충당하려면 금융사들로부터 걷는 감독분담금을 늘려야 하지만 쉽지 않다. 감독분담금은 금감원의 주요 재원인데 늘리려면 예산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정부(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가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면서 "금융위원회에서는 업무 수행이나 각종 혜택에 있어 공공기관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비용이 크면, 공공기관이 아님에도 방만경영 논란에 시달릴 수 있다. 2014년 ‘공공기관 방만경영 정상화 지침’ 이후 복지혜택이 줄어들기 시작한 게 대표적인 예다
금감원 내부 직원들의 불만은 가중되는 분위기다. 금감원의 한 직원은 “내부 상여금 등도 계속해서 줄고 있다”면서 “이제 받는 복지가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상당수”라고 토로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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