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이 캐릭터를 앞세운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롯데는 그룹과의 관계를 비밀에 부쳤다 나중에 알리는 전략으로,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과의 친밀한 관계를 오히려 내세우는 전략으로 ‘캐릭터 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3일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야외 잔디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벨리곰’ 공공 전시 누적 방문객 수가 지난 1일 오픈 후 11일까지 176만명에 달했다. 벚꽃 시즌을 맞아 석촌호수에 봄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까지 벨리곰과의 인증 사진 대열에 합류하면서 긴 대기 줄이 이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벨리곰을 언급한 콘텐츠가 2만건 이상 게재됐다. 예상을 웃돈 인파에 현장 팝업스토어의 벨리곰 굿즈도 덩달아 인기를 누렸다. 초대형 벨리곰의 미니 버전인 ‘벨리곰시팅인형’은 오픈 1시간 만에 당일 준비 수량 매진에 이어 전량 품절됐으며 얼굴쿠션, 생일축하인형 등도 완판됐다.
내부 반응도 고무적이다. 벨리곰 캐릭터는 롯데홈쇼핑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이 사내공모를 통해 제안, 직접 기획해 3년 만에 110만명의 SNS 팬덤을 보유하는 등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또 다른 기회를 위해 의지를 불태우는 직원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인기에 17일까지 예정됐던 전시 기간은 24일까지 연장됐다. 다음달엔 경기 의왕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에서 초대형 벨리곰 전시가 이어진다. 벨리곰 독자 브랜드 육성에도 나선다. 대체불가토큰(NFT) 피규어 등을 통한 세계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다.

신세계푸드 역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닮은 캐릭터 ‘제이릴라’의 저변 넓히기에 나섰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9일 제이릴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천 SSG랜더스필드 내 스카이박스 ‘룸 제이릴라’를 공개했다. 인테리어와 야구공·야구 점퍼 등에 제이릴라 캐릭터가 적용됐다. 야구장을 찾은 정 부회장도 제이릴라와 인증 사진을 찍는 등 힘을 실었다. 제이릴라는 지난해 ‘화성에서 태어난 고릴라’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정 부회장을 ‘용진이형’으로 지칭, ‘친한척’을 하는 귀여운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신세계푸드는 올해 분야를 한정하지 않고 제이릴라 캐릭터를 활용한 지식재산권(IP)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신세계푸드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콘텐츠 제작 유통 및 판매업, 캐릭터 상품의 제조 판매업 및 제3자 라이선싱 부여를 추가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제이릴라 캐릭터 세계관을 접목, 강남구 청담동에 베이커리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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