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4.13 11:32

자금조달 차질·탈원전…한전 '위기의 끝' 안 보인다




한전이 회사채 발행량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늘린 배경에는 전력구입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적자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서다. 한전은 올해 2월 기준 전력 1㎾h 당 89.22원씩 손해를 보며 전기를 판매했다. 경영을 이어갈수록 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질적인 전기요금 인상 및 전력수급계획의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전의 존립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높아진 금리에 재무 건전성 비상13일 증권업계 따르면 올해 안에 한전이 갚아야 하는 차입금 규모는 약 9조3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 회사채 발행 규모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차입금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1월 한전의 장단기채를 합친 회사채는 처음 3조원대에 진입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3조9400억원으로 4조원에 육박했다. 두 달만에 8400억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내년 차입금은 9조9000억원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 상태가 유지될 경우 2028년 차입금은 약 21조7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돈을 빌려 적자경영을 이어가는 기형적인 구조 역시 한계에 이르렀다. 한국전력이 발행할 수 있는 회사채 전체 규모는 약 91조원이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사채 발행액을 자본금과 적립금(지난해 약 45조8900억원)을 합한 금액의 2배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다. 지난해 한전의 회사채를 포함한 전체 차입금 규모는 약 75조원에 이른다. 전기료의 실질적인 인상 등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회사채 발행을 통한 경영 유지도 더 이상 힘겨울 수 있다는 근본적인 이유다. 한전의 공사채 발행 규모가 커질수록 금리 역시 높아진다. 높아진 금리만큼 이자 비용은 결국 국민들이 지불해야 할 몫으로 돌아온다. 전문가들은 한전이 현재 에너지가격에서 요금을 유지할 경우 3년 뒤 자본잠식으로 국제소송 가능성까지 있다고 우려했다.
한전이 이처럼 풍전등화 위기에 빠진 이유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전력도매가격(SMP)의 급격한 상승 원인이 가장 크다. 한전은 발전 공기업과 민간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구매해 판매하는 데 SMP가 지난해 킬로와트시(kWh)당 93.91원에서 올 1분기 평균 173.88원으로 급등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MP는 1분기 200원/kWh를 상회하고 있어 하반기까지 평년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해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부족한 부분은 자금 조달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탈원전 정책 결국 수조원 적자 부메랑한전의 근본적인 적자 구조를 만든 또 다른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의 탄소중립 정책이 한 몫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따르면 문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 정책 기조로 한전의 전력구입비가 지난 5년간 13조원 증가했다고 봤다. 지난 5년간 원전 발전량은 3%포인트, 기존 설비의 평균 이용률 역시 10.1%포인트 줄면서 원가가 높은 LNG(액화천연가스), 재생에너지 발전 등으로 전력 구매를 늘린 결과라는 것이다.
한전의 부채는 2016년 49.9조원에서 지난해 68.5조원으로 18.6조원 증가했다. 만약 원전 발전량을 늘려 전력의 추가 구입비 지불만 없어도 부채를 약 70% 가까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인수위 판단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부채총계는 145조7970억원이다. 2020년 말 기준 한전 부채가 132조4752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년 사이 13조원 넘게 늘어났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한전과 같은 AAA등급 회사채의 10년물 이자율은 3.32%다. 올해 영업적자가 약 20조원에 달한다면 올해 연간 이자부담은 2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고유가가 지속되면 연료비 부담으로 이자부담도 더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은 탈원전 정책으로 적자구조를 수년 째 이어가면서 사실상 더는 경영을 이어가기 힘든 구조에 다다렀다"며 "대외 환경이 안정돼 연료비가 낮아지더라도 한전이 이자 부담 때문에 전기요금을 충분히 낮추지 못하면 위험부담은 더 커진다"고 진단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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