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4.12 11:10

덩치 키운 저축은행, 대출의 '질'은 갈수록 나빠졌다



저신용자에 쉽게 돈을 빌려주는 저축은행 업계의 관행은 덩치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됐지만, 대출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과 세계 주요국의 긴축기조 속에서 자칫 부실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대출이 과도하게 불어나면 취약차주를 고리로 한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12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규모 기준 상위 10개 저축은행 중에서 7개가 하위 10%에 해당하는 1분위 차주에 가장 많은 무보증 개인신용대출을 내줬다.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의 경우 7곳 중 3곳이 해당했다.
전문가들은 불어난 저축은행 업계 여신의 질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나 소득과 신용기반이 약한 취약계층이 타 업권에 비해 상당수 몰려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정보원이 지난해 발간한 ‘저축은행 신용대출 차주 특성 분석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 차주 10명 중 6명은 다중채무자다. 은행권이 최근 3년간 29%로 변동 없이 안정적 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저축은행은 2018년 60%에서 지난해 상반기 66%로 상승추세다.
저축은행 다중채무자의 불량률이 높은 점도 문제다. 불량률이란 전체차주 중 부실차주의 비율이다. 대출차주 중 1년 이내에 장기연체(90일 이상)가 있었다면 부실차주로 분류했다. 불량률은 더 적은 돈을 빌릴수록 높게 나타났다. 목돈을 꾸기 어렵고 생활비를 대출로 메우려는 성향이 강한 저신용자일수록 대출을 더 갚지 못했다는 뜻이다.
금융지원책도 끝나는데…취약차주 이자부담 더 커질 듯1000만원 미만으로 돈을 빌린 저축은행 차주의 불량률은 7.3%로 1.2%인 은행권보다 6배가량 높다. 다중채무자의 경우 불량률이 8.7%로 1%포인트 넘게 더 올라간다. 300만원 미만 대출자로 좁혀보면 전체 차주의 불량률은 6.8%로 떨어지지만 다중채무자는 10.3%로 올라간다.
한국신용평가도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저축은행은 연장대출에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아지는 등 부실이 표면화됐다"며 "금액은 많지 않으나 차주의 건전성 저하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금상환이 유예된 대출은 고정이하여신비율이 78.3%로 은행권(1.4%)보다 훨씬 높았다.
코로나19 상황에 크게 휘청이는 민감업종 대출도 저축은행과 캐피탈을 중심으로 급격히 높아졌다. 1금융권에서 대출이 불가능한 저신용자들이 대거 몰린 영향이다. 지난해 3분기 저축은행 민감업종 대출성장률은 25%로 비민감업종(15%)보다 10%포인트 가량 높다.
오는 9월이면 금융지원책으로 정상처럼 여겨지던 대출 만기도 돌아온다. 이자상환이 시작되면 부실률과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할 거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시각이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점쳐지면서 대출금리가 오르면 취약차주의 이자 상환부담도 늘 전망이다.
저축은행들이 돌려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소각하거나 팔아넘긴 대출채권은 이미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5대 저축은행이 상각하거나 매각한 대출채권은 3995억원이다. 1년 전 3001억원에서 994억원(33.1%) 증가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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