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나란히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연장·신설해 6개 노선까지 늘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경기도는 최다 유권자가 밀집해있는 지역으로, 두 후보는 GTX를 통해 경기도민들에게 수도권 30분 생활권 시대를 약속했다. 다만 노선연장·정차역 추가로 광역철도가 제2의 지하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경제성이 낮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두 후보의 GTX 공약은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일부 노선의 경우 시·종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 후보가 구상한 신설 노선은 인천공항·포천·파주를 향한다. 반면 윤 후보는 남양주로 향하는 노선과 서울 지하철 2호선처럼 경기도를 순환하는 노선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는 지난 1월 경기 용인시 포은아트홀에서 'GTX플러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정부가 추진하던 GTX A·C·D 노선을 연장하는 동시에 E·F 노선을 신설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프로젝트에 따르면 GTX A 연장 노선을 뜻하는 GTX-A+ 노선은 동탄에서 평택까지 연장되고 GTX C+ 노선은 북쪽으로 동두천까지, 남쪽으로는 병점·오산·평택까지 연장된다.
A·C 노선 연장 계획은 윤 후보가 지난 1월 7일 발표한 '수도권 광역교통 공약'에 담긴 GTX 관련 공약과 거의 일치한다.

윤 후보의 GTX-A 노선 연장안도 마찬가지로 평택까지 잇는 것이다. C 노선도 북쪽은 동두천, 남쪽은 평택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D 노선부터는 두 후보의 공약에 차이가 난다.
이 후보는 현재 김포∼부천으로 계획된 D 노선을 당초 경기도의 제안대로 서울 강남을 거쳐 하남까지 연장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윤 후보는 강남∼하남 연장과 별도로 강남에서 광주∼이천∼여주를 잇는 노선을 추가해 '옆으로 눕힌 Y자 형태'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는 D 노선 연장 계획에서 빠진 광주∼이천∼여주 구간에 대해선 GTX F 노선(파주∼삼송∼서울∼위례∼광주∼이천∼여주)을 신설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파주∼삼송 등 경기 서북부 GTX 신설은 윤 후보의 공약에는 없는 것이다.
대신 윤 후보는 F 노선을 수도권 전체를 하나의 메가시티로 묶는 순환선으로 만들 방침이다. 고양∼안산∼수원∼용인∼성남∼하남∼의정부∼고양 등 주요 거점을 GTX로 연결하는 구조다.
E 노선의 경우 이 후보는 인천공항을 출발해 광명을 거쳐 강남∼구리∼포천을 잇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와 달리 윤 후보는 인천 검암에서 김포공항∼정릉∼구리를 거쳐 남양주로 이어지도록 구상했다.
다만 이같은 공약들이 착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에 GTX가 '제2의 지하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차역이 추가되거나 노선이 연장되면 속도저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재원확보와 더딘 공사 상황도 문제다. GTX처럼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철도사업은 10년 단위로 계획을 검토하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돼야 한다. 지난해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1~2030년)이 확정됐지만 노선 신설은 5차 계획(2031~2040년)에서나 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5차 계획이 2026년에 수립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차기 정부가 수립돼도 GTX 확장 정책은 요원해 보인다.
더군다나 현재 GTX 중 A노선만 착공에 들어간 상황이다. B노선과 C노선은 시작도 못 했다. A노선의 경우 계획부터 착공까지 7~8년이 걸렸다. 개통 목표도 점차 연기돼 최소 2028년에 사용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C노선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지하 관통과 도봉구 도봉산역~창동역 구간 지상화 방안을 두고 갈등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GTX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도 커진다. 수도권 외곽으로 갈수록 사용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경제성이 낮아진다. 혈세로 적자를 메우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한편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GTX 사업은 A~D 노선까지 모두 4개다. GTX-A는 2024년 개통 예정이다. GTX-B는 올해 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GTX-C는 상반기 중 실시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GTX-D(서부권 광역급행철도)는 올해 말 예비타당성조사 신청을 목표로 사업관리를 진행 중이다.
2019년 6월 GTX 선도사업 착공한 GTX-A는 터널굴착 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파주 운정역~삼성역(민자구간)은 2024년 6월, 삼성역~동탄역(재정구간)은 2023년 12월 준공 목표다. 올해는 개통 이후 민자·재정구간 분리 운영에 대비해 차량 제작, 임시차량기지 건설, 신호 시스템 설치 등을 착수할 예정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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