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서울시가 새로운 도시기본계획(2040 서울플랜)을 만들면서 아파트 층수 제한(35층 룰)을 폐지하기로 결정하자 여럿 재건축 사업장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35층 이하로 재건축 설계를 완료했던 곳에선 설계변경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용적률은 그대로 두고 아파트 높낮이만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게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즉 35층으로 설계된 아파트를 45층까지 잡아늘려 가구수를 늘리거나 개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제 마음대로 지을 수 있다 생각하면 오산" = 35층 룰이 사라지면서 구체적 층수는 개별 정비계획에 대한 서울시 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주변 지역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거나 일조권·조망권 등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안은 여전히 퇴짜를 맞을 수 있다. 서울시 역시 이 점을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맥락에서 층수 규제가 사라졌지만 한강변 첫 주동(한강변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 동)에 대한 15층 제한은 기존 방침을 유지한다. 단지 가운데는 낮추고 외곽을 바짝 높여서 일종의 ‘V자형 요새’를 만드는 식의 설계안도 심의 문턱을 넘기 힘들 전망이다. 서울시는 층수 규제가 사라진 만큼 단지별로 다양한 설계가 나올 수 있도록 하되 ‘텐트형’ 구조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단지 가운데를 높이고 주변부로 갈수록 층수가 낮아지는 구조로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신반포1차 재건축)가 이런 형태를 띠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변 경관을 고려하거나 지역사회에 기여하거나 또는 일부 임대주택을 넣는 등 사회적 약자를 고려한 단지 설계는 용적률 내에서도 층수를 더 높일 수 있도록 유연함을 발휘할 예정"이라며 "35층 룰이 사라졌으니 이제 68층도, 80층도 마음대로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매물 사라지고 호가 올라…집값 상승은 과제 = 35층 룰 폐지가 재건축 사업성을 높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집값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는 기우라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 시장 분위기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실제 강남구 압구정동, 용산구 이촌동, 광진구 광장동, 송파구 잠실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매물이 들어가고 호가가 오르는 분위기다. 2040 서울플랜 발표 이후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는 31억5000만원짜리 새 매물이 등장했다. 지난 1월에 실거래된 27억8000만원 대비 4억원가량 오른 금액이다. 이어 강남구 압구정 현대1차 전용 196㎡ 역시 기존 신고가 보다 비싼 80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서울시 설명대로 층수 규제 폐지가 개발이익을 높이지는 않겠지만, 재건축이 속도를 내는 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 대선후보 모두 공약한 ‘용적률 완화’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제4종 주거지역’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종상향을 통해 최고 500%까지 용적률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후보 공약을 반영하면 강남구 압구정아파트지구 중 3호선 압구정역과 인접한 곳은 용적률 상향을 시도해볼 수 있다. 용적률 완화가 받아들여지면 층수 규제라는 장벽까지 사라진만큼 가구수를 더 늘려 개발이익을 확대할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선 후 정책 방향에 따라 층수 규제 폐지가 집값을 자극하는 데 일조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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