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황서율 기자] 강남 주요 아파트에 급매 거래나 집값 하락세라는 말은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린다. 강남을 주름잡는 고가 아파트는 여전히 신고가를 갱신 중이다. 매매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 집값이 떨어졌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7차아파트(전용면적 144.2㎡)가 50억원에 거래되며 최고 실거래가를 갱신했다. 동일면적 가장 최근 거래가 이뤄진 2020년 12월, 실거래가는 40억원이었다.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서초에스티지S(84.17㎡) 역시 지난 1월 24억원으로 거래되며 최고 신고가를 갱신했다.
매매거래가 얼어붙은 상황은 고가아파트가 즐비한 강남권도 마찬가지였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27건이었다. 전년 동월(208건) 거래 건수의 약 8분의 1 수준이다. 지난달 서초구 역시 거래건수는 13건에 불과했다. 서초구 A공인 대표는 "대출이 안되다 보니 높게 형성된 가격을 감당할 만큼 현금을 가진 매수인이 아니면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고 답했다.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강남 주요 고가 아파트 가격은 좀처럼 내리지 않고 있다. 압구정동 현대7차아파트의 호가 역시 최근 실거래가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네이버부동산에 따르면 전용면적 144.2㎡의 매물은 49억~55억 선에 머물러 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인근 B공인 관계자는 “"도인들은 호가를 시세보다 내려서 부르지 않는 편"이라며 "대선 이후 변화가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어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강북권은 최근 실거래가가 직전보다 1억원 이상 낮은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월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2단지푸르지오(84.97㎡)는 지난해 11월 거래된 10억5000만원에 비해 1억원 하락한 9억5000만원으로 거래됐다. 강북구 미아동 삼각산아이원(전용면적 84.705㎡) 역시 지난 2월(7억8800만원) 직전 실거래가(8억9900만원)보다 하락 거래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저가 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강북과는 달리 강남권 매물은 원래 가격이 높게 형성돼있어 실제 거래는 현금 부자들과 이뤄진다"며 "대출규제가 강남권 아파트 실거래 참여자에게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에 집값이 하락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권 교수는 "매수 수요는 여전한 상황에서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가격이 안정화된 것이기 때문에 집값이 잡히고 있다는 말은 일반화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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