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3.04 11:39

하락·상승 상반된 시그널 …대선 앞 부동산시장 대혼돈




대선을 앞둔 부동산시장에 상반된 지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며 한 치 앞을 전망하기 어려운 혼돈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던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에서는 18개월 만에 미분양이 나왔다.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대출 규제와 보유·거래세 강화 등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35층룰’ 폐지 등 조치로 시장의 파편화·양극화는 더 깊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확실성: 거래절벽 그리고 누적되는 매물=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매매 시장에 매물이 쌓여가고 있다. 공시가격 급등으로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급증했고, 대출상환 부담마저 커져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졌다. 부동산정보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총매물수(매매, 전·월세)는 이날 기준 10만1855건을 기록하며 1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10만건대로 올라섰다. 그러나 쏟아진 매물이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2월 넷째 주 수도권 아파트 거래건수는 약 1790건으로, 최근 5년 평균 대비 2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서울에서는 다시 보기 힘들 것 같던 미분양까지 발생했다. 강북구 수유동에 분양된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청약시장 냉기에 분양을 미루고 분앙가격까지 낮췄지만 전용면적 18~23㎡ 초소형 주택형은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1년6개월 만에 나온 서울 미분양이다. 지난해 10월 분양 당시 평균 5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는 미계약 물량이 늘면서 오는 8일 다섯번째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그동안 무순위 청약도 모집 정원은 모두 채웠지만, 지난달 네번째 무순위 청약의 경우 일부 평형이 미달되는 등 확연한 한파에 접어들었다.




◇불확실성: 강남은 버틸까, 대선 후 정리될까= 그러나 침체된 시장 분위기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강남구 압구정동과 대치동에선 지난해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는 데도 최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압구정동 현대7차아파트(전용면적 144.2㎡)는 50억원에 거래되며 최고 실거래가를 경신했다.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수도권 전반에 하향흐름이 확산하는 가운데에서도 2월 넷째주 서울 아파트값은 0.01% 올랐다. 잠실주공5단지가 재건축 심의를 통과하는 등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요 정비사업 추진 지역 중심으로 가격이 오른 영향이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매도인들은 호가를 시세보다 내려서 부르지 않는 편"이라며 "대선 이후 변화가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어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시장 혼돈이 강화된 규제와 완화에 대한 기대감 등이 복잡하게 얽히며 나타난 결과물이라 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저가 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강북과는 달리 강남권 매물은 원래 가격이 높게 형성돼있어 실제 거래는 현금 부자들과 이뤄진다"며 "대출 규제가 강남권 아파트 실거래 참여자에게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에 집값이 하락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세훈 시장의 부동산 정책이 없었다면 전국적으로 비슷한 현상(하락)을 보였을 것"이라면서 일부 신고가 사례를 과대해석할 필요도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강남의 경우를) 상승세로 판단하려면 매수세가 따라붙어야 하는데, 한두 건 거래를 놓고 그렇게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부동산시장의 혼조세가 정리되는 시점으로는 역시 ‘대선 이후’가 지목됐다. 대선 전까지는 매도·매수자 간 눈치보기와 거래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여야 유력 후보 모두 공급확대·세금완화 등을 공통으로 내걸고 있다"면서 "불확실성을 걷어낼 확실한 시그널이 나와야 어떤 방향으로든 추세적 흐름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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