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5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초 빌딩 투자를 결심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로 보유한 아파트를 매각해 자금에 여유가 생기자 새로운 투자처를 찾게 되면서다. 주택보다 세금 부담이 적고 비교적 대출이 용이한 상업용 부동산에 관심이 생긴 그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4층짜리 노후 건물을 30억원대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건물 규모는 대지면적 181㎡, 연면적 462㎡로 3·4층은 주택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A씨는 잔금 기간을 4~5개월로 넉넉하게 잡은 뒤 잔금 전에 3~4층을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을 한 후 매입하는 조건으로 계약서를 썼다. 주택이 아닌 근린생활건물 또는 토지를 매입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매매가 31억원 외에도 취득세(4.6%), 등기비(0.2%), 중개수수료(0.9%) 등 기타 제반 비용에 리모델링 비용 5억원 가량이 추가되자 약 38억원의 자금이 필요했다. 그는 건물에 대한 담보대출 21억원을 실행한 후 리모델링 비용은 시설자금대출을 받았다.
주택시장에 대한 대출규제·세금 강화 등의 영향으로 매력이 떨어지면서 주택 투자에서 꼬마빌딩으로 발길을 옮기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A씨 사례처럼 완성형 건물보다는 오래된 주택을 매입해 밸류업시키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공개한 ‘2022 KB 부동산 보고서’에는 자산가들을 상대하는 프라이빗뱅커(PB)들이 올해 가장 유망한 부동산 자산으로 꼬마빌딩을 꼽았다는 설문 결과가 실렸다. 2021년 전망에서 꼬마빌딩을 유망 부동산으로 전망한 비중은 12%였지만, 2022년 전망에선 24%로 크게 상승해 유망 자산 1위에 올랐다. 반면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아파트 분양(26%→18%)은 유망하다는 응답 비중이 크게 줄었다.

꼬마빌딩은 정확하게 정의된 부동산 상품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연면적 1000㎡ 이하, 5층 전후 규모로 매매가 50억원 이내의 상업용 빌딩을 말한다. 최근에는 부동산가격이 오르면서 최대 100억원까지의 건물도 포함하기도 한다.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과 비슷해진 꼬마빌딩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규제를 받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 확대의 일환이다. 3일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연면적 1000㎡ 미만 빌딩 총 거래금액은 12조4151억원 규모였다. 전년 8조9301억원 대비 39% 증가한 수준이다. 거래 건수도 지난해 3336건으로 2019년(2271건), 2020년(2890건)보다 크게 늘었다.
꼬마빌딩은 감정가의 65~70%가량 대출이 가능하다. 올 들어 대출금 2억원 이상의 경우 비(非)주택 상품에도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 규제가 적용됐지만, 법인 명의로 매수할 경우 대상에서 제외돼 사실상 규제에서 자유롭다. 건물을 여러 채 보유해도 중과세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세금폭탄을 맞는 다주택과 달리 상업용 건물은 공시가격이 80억원을 넘지 않으면 종부세 대상이 아니다. 취득세는 건물 수에 상관없이 4.6%가 부과된다. 3주택 이상부터 8~12%에 달하는 주택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셈이다. 여기에 추후 매각 시 발생하는 양도세는 개인은 45%, 법인은 20%가 부과돼 개인보다는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만 최근에는 금리인상·공실률 등 여파로 투자수익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임대수익이 감소하는 추세는 투자를 결정하기 전 감안해야 한다.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50억원 미만 빌딩의 평균 임대수익률은 2.06%로 나타났다. 가격대가 더 높은 50억~100억원 구간의 경우 평균 1.63% 수준이다. 금리가 상승에 따라 대출이자가 임대수익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꼬마빌딩 투자는 임대수익보다는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편이 낫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재국 리얼티코리아 팀장은 “높은 임대수익률을 기대하려면 초기투자비용이 적은 구분상가 투자 등을 노려야 한다”며 “구분상가는 꼬마빌딩과 달리 진입장벽이 낮고 관리도 비교적 쉬운 편”이라고 조언했다. 구분상가란 집합건물에서 층이나 호와 같이 일정 규모별로 구분등기가 가능한 상가 한 칸을 뜻한다. 그는 이어 "꼬마빌딩 투자는 리모델링 등을 통한 시세차익이 주 목적"이라며 "강남·성수 등 수요가 꾸준한 입지라야 환금성이 높고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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