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른 안전 예산 부담에 시멘트·철근 등 원자재값 폭등까지 겹쳐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평균 이익률을 상회하는 원자재 가격 인상이 지속된다면 경영난 악화는 물론 적자 경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8일 "건설업체 평균이익률이 3%인데 철근값이 평균이익률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올라 건설사들의 적자 경영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원자재값 폭등이 지속된다면 적자 공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협회에 따르면 건설현장에서 골조공사에 쓰이는 고장력철근(SD400)은 지난달 t당 106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월 67만원에서 현재 100만원대까지 50% 가까이 가격이 뛴 것이다. 시멘트 가격 역시 지난해 7월 t당 7만8800원에서 올해 1월 초 9만3000원으로 18% 올랐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억눌렸던 건설 수요가 활기를 띠면서 철근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원자재값이 잡히지 않으면서 해가 바뀌어 연간계약서를 새로 써야 하는 건설사들도 고심하고 있다. D건설사 관계자는 "구매부서에서 철근 등 원자재 관련 연간계약서를 새롭게 작성하는 시기인데 지난해부터 원자재값이 너무 많이 올라 비용 부담이 훨씬 커졌다"며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원재료 상승분을 분양가에 반영하기도 쉽지 않은 구조"라고 토로했다.
통상 기업 규모가 100위 안에 드는 대형 건설사의 경우 원자재 납품 업체와 단기·반기 계약을 맺어 원자재를 공급 받는다. 하지만 100위 밖의 중소 건설사는 시장에서 장 봐오듯 유통업체를 통해 철근·시멘트 등을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조달해온다. 전체 건설사의 95%가 중소 건설사임을 감안하면 대다수 건설사는 원자재 가격 인상의 영향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는 미리 맺은 계약에 따라 공급 안정성은 확보할 수 있으나 고정 단가 계약이 아니라는 점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전언이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원가 절감을 해야 하는데 최근 중대법 시행으로 별도의 안전 예산 확보 등 안전 관련 비용 부담까지 커진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추후 진행하는 주택 프로젝트에 원자재값 상승분을 반영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5층을 4층으로 낮춰 짓는 도리밖에는 없다"고 전했다.
올해 원자재값 안정도 난망하다. 올해 건설경기가 호조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올해 국내 건설수주가 지난해(216조원)보다 2% 증가한 22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올해 건설경기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철근 등 원자재 수요도 거기에 연동해 증가한다면 올해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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