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지난 24일 서울 서초동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김모(51)씨는 단골 은행지점 VIP팀장에게 금 투자에 관해 물었다. 평소 부동산에만 투자했던 자산가이기도 한 김씨는 요구불 통장에 있는 12억원을 모두 금에 넣고 싶다고 했다. "롤러코스터 처럼 급강하하는 주식시장을 보니 투자상품은 믿지 못하겠다. 요즘같은 때는 금이 정답인 것 같다"는 김씨의 말에 VIP팀장은 금통장(골드뱅킹) 상품을 보여줬다. 고개를 끄덕인 김씨는 요즘 스스로 금 시세를 확인하며 모바일 뱅킹으로 12억원치를 분할 매수하고 있는 중이다.
주식과 코인이 폭락장 신세로 전락하면서 자산가들이 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금 값은 계속 오르면서 VIP고객들의 금통장, 골드바 상품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가입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금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권 관계자는 "금 가격이 오르면서 가격부담이 늘어나긴 했지만 앞으로 실물에 투자하겠다는 VIP고객들이 많아졌다"며 "사흘 전 현금자산을 50억정도 보유한 중소기업 대표도 지난해 연말 인덱스펀드를 환매한 자금 10억원을 금에 투자해 자산포트폴리오를 수정했다"고 말했다.
금 상품 투자가 오름세를 보인건 주식시장 하락 조짐이 보였던 3개월전부터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 금통장을 취급하는 시중은행 금통장 계좌 잔액은 6983억원(26일 기준)으로 3개월 전인 11월말(6793억원)보다 190억원 늘었다. 금통장은 금 간접투자 방법 중 하나로 골드바를 직접 사는것과 달리 계좌를 만들어 금을 0.01g단위로 거래할수 있는 상품이다.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금 통장은 나중에 차액이 생겼을 때 차액의 15.4%만 배당소득세로 내면 돼 부담이 적다.

구입액의 10%를 부가세로 내야하는 골드바 역시 자산가들이 담고 있다. 골드바 판매액을 공개하는 A은행도 11월 780억, 12월 931억원에서 26일 현재 1362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의 금상품 판매가 늘어난 것은 금 시세 상승과도 관련이 있다. 국민은행이 집계한 28일 금값은 1g당 7만220원으로 11월 말(6만9281원) 보다 939원 올랐다. 지난해 1월 말(6만7038원)과 비교하면 4.75% 뛴 수치다.
금 투자는 앞으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금융시장 하락에 더해 세계적인 물가상승과 경기불황까지 겹친 탓이다. 김현섭 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금은 실물상품이라 화폐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현재 시점에 몇 안되는 투자수단"이라며 "주식처럼 단기간에 차익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3년, 5년을 바라보고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해외 금융시장도 금 투자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6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는 인플레이션 헷징을 위한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금값이 크게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하며 금 가격 12개월 전망치를 2000달러에서 2150달러로 높였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