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올해 제조업 근로자의 1인당 임금 상승률이 6%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임금 협상 과정에서 중요한 인상 근거로 작용하는 만큼 임금 성장에 비해 물가가 과도하게 오를 경우 시장 왜곡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제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1인당 월평균 임금(작년 1~10월 누계 기준)은 417만6936원으로, 전년 동월(394만8796원)보다 5.8% 증가했다. 제조업에는 ▲기초 화학물질 제조업 ▲반도체 제조업 ▲1차 비철금속 제조업 등이 해당된다. 제조업 임금 상승률은 도매 및 소매업(3.7%), 숙박 및 음식점업(0.6%)의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11월(3.8%)과 12월(3.7%)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보다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향후 제조업의 임금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며 6%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특히 2020년에 비해 총액 자체가 높아진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치솟는 소비자물가, 임금 자극할 수도…'인플레이션' 우려 지속
문제는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이 가뜩이나 높아진 소비자물가를 더 자극하며 급등하게 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가뜩이나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임금 인상이 트리거가 된 물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경우 마땅히 대응할 카드도 없어진다. 올해 임금 협상에 나선 노동조합이 물가상승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아울러 최근 국제유가 오름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요 측 압력이 더해지면 ‘고물가’ 기조로 인한 임금 상승이 불가피하다. 국내로 주로 수입되는 두바이유의 경우 이달 21일 기준 평균 배럴당 82.1달러로 전년 동월(54.8달러) 대비 49.7%나 올랐다. 원자재 가격지수인 CRB지수 역시 같은 기간 241.9를 기록해 전년 동월(173.9) 보다 39.2% 상승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와 관련, "전 산업 임금 상승률 통계를 보면 2021년 임금 상승률이 2020년보다 상당폭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임금과 물가 상호작용을 통해 물가 압력이 구조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임금을 올릴 경우 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총생산(GDP)은 크게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임금을 또 올리게 되면 다시 물가가 올라가게 된다"며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실제로 임금이 크게 올라갈 경우 직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최저임금에 더해 추가 인상 압력이 커지면 시장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전년보다 5.1% 올랐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 발생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며 "단체교섭을 통해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올릴 수 있는 대기업, 공공부문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 간 소득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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