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장세희 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 1분기(1~3분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대통령선거(3월 9일) 직전에 금리를 올리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내년 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 1% 여전히 완화적…추가 인상 강력 시사
이 총재는 지난 25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가 1%가 됐지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경제 상황에 달려있지만, 1분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1%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밝힌 만큼, 한은이 내년 1월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내년 초 금통위는 1월 14일과 2월 24일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대선 직전 금리 추가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대선이 있던 2007년과 2012년에는 경기 회복 약화 등을 이유로 각각 연 5.0%, 연 2.75%로 동결했으며, 2017년 대선 직전 금통위에서는 만장일치로 연 1.25%의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를 올릴 경우 자칫하면 경기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인상을 꺼릴 것"이라며 "선거가 임박할수록 금통위가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금리 1.25~1.75%까지 올라갈 수도"
전문가들 역시 내년 1분기 기준금리가 한두 차례 더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성장 흐름과 물가 등을 고려했을 때 기준금리는 1.25~1.7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앞서 ‘2022년 경제 및 자본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한은이 경기 상황에 따라 3번까지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최저 2.2%에서 최고 2.6% 수준으로 전망했다.
성장 회복·물가 오르자…전 세계 유동성 회수 돌입
국내외 여건들을 보더라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불가피하다. 국내는 성장 흐름이 견조한 가운데 물가 상승세가 가파르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 돌입, 각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도 추가 인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기 회복이 가시권에 접어들고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자 우리나라뿐 세계 각국은 유동성 회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만 보더라도 선진국에서는 아이슬란드 4회, 뉴질랜드 2회, 노르웨이 1회 금리를 인상했다. 신흥국은 브라질·러시아·헝가리가 6회, 체코·페루·멕시코가 4회, 칠레가 3회 등을 인상했다.
한은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경기회복 강화와 물가 상승 압력 증대를 이유로 금융완화 기조를 축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Fed 차기 의장에 재지명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조기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가 앞으로 더욱 성장하고, 한은이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지킨다면 연 1.00% 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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