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완전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금융그룹이 보험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을 가져올 조짐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기 위한 조각으로, 보험사 인수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어서다. 외국계 보험사의 한국시장 철수가 이어지면서 국내 금융그룹이 새주인으로 등장하는 선례를 우리금융이 이어갈지도 관심이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23일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23년 만의 완전 민영화를 축하하며 "그룹 포트폴리오를 조기에 완성하자"고 했다. 그룹 내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는 만큼 앞으로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험업계에서는 매물 유력 후보군으로 우리금융과 투자 인연을 맺고 있는 JC파트너스의 MG손해보험과 KDB생명, 외국계 보험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 악사손해보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2019년 JC파트너스가 MG손보의 지분 인수 당시 200억원 출자한 바 있다. 현재 MG손보가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정상화 작업을 진행중인 상황에서 우리금융은 더할 나위 없는 지원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MG손보는 최근 몇년새 실적 악화 등을 겪으면서 심각한 경영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나 푸르덴셜생명 등 다른 금융지주의 인수 사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KDB생명은 현재 JC파트너스로 매각을 앞두고 있다. 작년말 KDB산업은행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이후 1년 넘게 마무리를 짓지 못한 상황이다. KDB생명도 올들어 3분기 누적 순이익 1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8% 감소하며 수익성이 악화 기로다.
JC파트너스가 최근 법인대리점(GA) 리치앤코의 인수까지 추진하면서 우리금융이 JC파트너스를 통해 MG손보·KDB생명·리치앤코를 모두 인수하는 시나리오도 등장했지만 업계에서는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국계 보험사들도 유력 후보군이다. 동양·ABL생명은 중국 대주주인 다자보험이 중국 금융당국에 의해 민영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대표적인 잠재적 매물로 꼽혀왔다. 다자보험 민영화 이후 해외 보험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동양생명을 인수한다면 단번에 업계 중위권으로 떠오를 수 있다. 동양생명은 3분기 누적 249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131.5%나 증가한 수치며 지난해 연간 순익과 비교해 두배 가량 증가했다. 동양생명은 지난 7월 보유하고 있던 우리금융지주 지분 3.74%를 전량 매각한 바 있다.
프랑스계 악사손보는 올해 초 교보생명과 매각 인수협상을 진행하다 무산된 상태다. 시장 침체를 겪고 있는 생명보험 보다 손해보험 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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