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이달 중순 양파 파종 작업을 마친 제주도 농민 A씨는 감귤 농사를 망칠까봐 걱정이 크다. 다음달 귤을 수확한 직후에 과수원에 요소 비료를 투입해야 하는데 가까운 농협에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경상북도 의성군에서 밭작물을 재배하는 홍모씨 역시 최근 비료 구입에 애를 먹고 있다. 1년에 비료 100포(1포=20㎏)를 쓰는 홍씨는 내년 농사철에 앞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소식에 비료 비축에 나섰지만 인근 농협을 수소문해도 재고가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 비료 비수기인데다 정부가 공급량이 충분하다고 자신했지만 실상은 달랐던 것이다. 홍씨는 "비료 재고가 넉넉할진 모르겠지만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아 물량이 풀리지 않는 것 같다"며 "제조 업체들이 비룟값을 올리면 농민들의 농산물 생산비도 덩달아 높아져 주요 작물의 소비자 가격 역시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료가격이 심상찮다. 중국발 요소 품귀 현상으로 공급부족이 우려된데 이어 원재료가격이 급등하면서 비료가격 인상 압력도 크게 높아진 것이다.
24일 한국비료협회에 따르면 최근 비료 원재료 가운데 하나인 요소 가격은 t당 1030달러로, 지난해 말 300달러보다 3배 이상 뛰었다. 염화칼륨은 600달러로 같은 기간 동안 2.5배, 암모니아는 695달러로 2.3배 상승했다. 인산이암모늄(DAP)는 790~800달러로 2.2배 올랐다. 비료(단일 기준) 1포당 소비자 판매 가격은 올 상반기 1만330원에서 하반기 1만1870원으로 14.9% 상승했다. 요소를 포함한 복합 비료 가격도 같은 기간 1만2090원에서 1만3630원으로 12.7% 올랐다.
당장 제주 감귤농사나 남부지역 월동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는 비상이다. 농업계에서는 공급보다 가격이 더 큰 문제라는 입장이다. 현재 계약가격대로라면 비료업체가 채산성을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남 창녕의 한 비료업체 대리점 관계자는 "비료물량이 전혀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원재료 가격 상승추세를 감안할 때 내년에는 더욱 크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농협중앙회는 최근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판매가 기준 81% 인상요인이 발생했다면서 내년 1분기에만 농가부담이 1857억원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농협은 현재 연간 책정하던 비료가격을 내년부터 분기단위로 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만큼 인상분을 제때 반영하겠다는 얘기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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