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부세위헌청구시민연대 소속 관계자들이 22일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에서 종합부동산세 위헌청구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세종), 김민영 기자, 손선희 기자(세종)] 1가구 2주택 부부공동명의인 A씨는 올해 종부세 전자납부 고지서를 받아들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난해 18만8000원에 불과했던 종부세가 올해 196만원으로 10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A씨는 "3배가 상한으로 알고 있는데 이의신청이라도 해야 하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부부공동명의로 2채를 보유중인 B씨 역시 지난해 460만원을 냈던 종부세가 올해 2060만원으로 4배 이상 불었다. B씨는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내년에는 종부세만 2500만원 정도 내야 한다"며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숫자"라고 토로했다.
부산 해운대구에 A아파트(전용 191㎡)과 부전동에 B아파트(118㎡)을 보유한 50대 C씨는 종부세 전자납부 고지서에 찍힌 세액에 혀를 내둘렀다. 지난해 200만원이 안 됐던 종부세가 올해 56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많아졌기 때문이다. C씨는 "10년 전부터 살고 있던 집이 지난해 재건축이 확정되면서 아파트값이 폭등했고 집값 상승으로 이 아파트 공시지가가 두 배 이상 올랐다"며 "외벌이인 월급보다 내야 할 세금액수가 더 커 당장 생활비를 줄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종합부동산세 ‘폭탄 고지서’가 현실화하면서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는 ‘국민 98%는 무관한 세금’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지만, 시장의 체감온도와 괴리가 크다. 특히 1가구1주택자 가운데 종부세를 납부해야 하는 인원과 세액도 크게 늘어 결과적으로 정부만 세수 순증효과를 보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만 낸다?… 유주택자 대비 6.4%= 정부는 줄곧 전 국민의 2%만이 과세대상이며, 대다수 국민은 종부세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무주택자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로 실제 납부 대상자들의 체감도와는 괴리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종부세는 인별과세이지만, 세 부담은 전체 가구에 돌아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해도 1인가구를 포함한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2092만가구)의 4.5%가 종부세 고지서를 받게 된 셈이다. 2020년 기준 유주택자(1469만7000명) 수와 비교하면 6.4%에 달하는 숫자다.
정부는 그러나 지속적으로 "전 국민의 98%는 종부세 과세대상이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앞서 이억원 기재부 1차관도 정책점검회의 자리에서 "과장된 우려들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전체 국민들 중 약 98%의 국민들께는 고지서가 발송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종부세 대상 1주택자 ‘비중 줄었다’?… 실제론 10만명 ‘폭증’= 정부는 이번 종부세 고지 대상 인원 및 세액을 발표하면서 ‘1주택자 비중은 줄고, 다주택자 비중은 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중으로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는 전체 과세대상자가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1가구 1주택자를 포함한 전체 1주택자 중 올해 종부세를 내야 하는 인원은 총 40만명으로, 지난해(29만6000명)에 비해 불과 1년새 약 10만4000명 폭증했다. 1가구 1주택자는 12만명에서 13만2000명으로, 그 외 1주택자는 17만6000명에서 26만8000명으로 각각 늘었다.
세액 기준으로도 1가구 1주택자는 지난해 약 1100억원에서 올해 2000억원으로 늘었고, 이를 제외한 1주택자는 약 2000억원에서 4300억원으로 늘었다. 전체 1주택자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3100억원에서 올해 총 6300억원으로, 1주택자들의 전체 세액 부담이 1년새 2배 이상 뛴 셈이다.
결국 정부의 부동산 과세 정책이 다주택자들에게 집중된 것은 맞지만, 집값이 폭등한 여파로 1주택자들에게까지 종부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세부담 상한 적용으로 과도부담 증가 방지? 고지액 급증에 지방까지 사정권= 정부는 이날 실수요자 보호 조치로 ▲공제금액 공시가격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인상 ▲고령자 공제 등 상향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 특례 도입 등을 언급하며 세부담을 완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언급된 사례와 같이 종부세액이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도 급증했으며, 증가폭 역시 지난해의 10배까지 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가 공시지가를 현실화한다는 이유로 종부세 부담이 터무니없이 커지면서 다주택자들의 조세 저항이 심해져 사회 갈등만 늘어날 것"이라며 "종부세 납부금액이 늘어나면 소유자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국민경제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을 2035년까지 시세 대비 90%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올해와 같은 집값 수준이 유지된다면 종부세 대상 범위는 매년 넓어질 수밖에 없어 종부세 대상을 2%로 한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종부세는 매년 부과하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세금 영향력을 단기가 아닌 10~20년 길게 봐야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종부세 폭탄이 현실화되면서 조세저항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부동산 온라인 게시판에는 종부세 위헌청구 소송을 제기하자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강남 일부 아파트에서는 실제로 위헌 소송을 위한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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