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는 모습./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처벌 여부를 노사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법령 해설서가 나온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수사와 처벌 여부를 사례를 통해 제시하게 될 것"이라면서 "법·시행령의 취지 등을 설명하면 기업 입장에선 막연함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지난 1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가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법과 시행령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법과 시행령의 취지를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을 처벌하는 중대재해법 발효시점이 두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구체적인 가이드북을 제시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해설서에는 처벌 대상이 되는 사례 등이 구체적으로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안 장관은 "중대재해법의 시행 목적은 처벌이 아닌 사고예방"이라면서도 "CEO가 어떤 점을 위반하면 처벌받는지 등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정부가 기업의 청년채용을 독려하는 것과 관련해 "대기업이 (청년을) 훈련시켜 직무에 투입하는 것은 산업 발전에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청년채용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8000억원 늘린 4조3600억원으로 증액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임시공휴일 대상에서 제외돼 관심을 모았던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에 대해선 "실태조사가 최근에 마무리됐다"면서 "적용할지 말지, 적용할 것이라면 어떤 로드맵을 갖고 할 것인지 등 전반적으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대선과정을 통해 부각되고 있는 '주4일제' 논의에 대해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고 중대재해법과 중복 논란이 불거진 건설안전특별법 발의와 관련해선 "설계 영역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중대재해법과 중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년 1월27일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현장에선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많다.▲8월 가이드북 발간에 이어 조만간 법령 내용을 상세히 안내하는 법령 해설서를 배포할 계획이다. 시행령이 어떤 의미에서 마련된 건지, 앞으로 수사할 때 어떤 부분을 위반하면 처벌되는지 등을 담을 예정이다. '이런 사례에 해당하면 CEO가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는 식의 구체적인 내용이 될 것이다. 고용부 초안에 대한 노사의 의견을 듣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중대재해법의 목적은 처벌이 아닌 예방하는데 있다. 취임 후 세 차례 불시점검 현장을 다녀왔다. 감독을 통해 처벌을 하려는 게 아니라 사업주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영세사업주들이 안전보건관리체계 개념을 몰라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지원하겠다.
-기업 임원들을 만나 청년고용을 늘려달라고 당부했는데.▲기업이 수시채용으로 가는 건 준비된 인력을 쓰겠다는 뜻인데 그걸 하지 말라고 할 순 없다. 다만 청년을 만나보면 과거와 달리 당장 직무경험이 없으면 지원해봐야 안 될 것이란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소프트웨어(SW) 업종을 예로 들면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청년을) 훈련시켜서 직무에 투입하는 것도 산업 발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직무와 관련된 일경험과 훈련경험을 제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에 수시채용을 하되 가능하면 공개채용도 장점이 있으니 같이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지 공채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 건 아니다.
-기업은 굳이 안 뽑아도 되는데, 정부 요구로 인력채용하는건 아닌가.▲예를 들어 기업이 몇 년간 인력 2만5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면 이 가운데 잉여인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청년고용 응원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만난 기업들에 인력양성, 일경험 내지는 협력업체 근로자 훈련, 채용 과정에서의 피드백 등을 강조한다. 일경험을 중시하는 기업채용 풍토를 감안하면 이들 인력은 어디든 취업할 준비를 갖추게 된다. 필요한 사람을 기업이 뽑는 건 당연하다. 고용부가 '사람을 많이 뽑아달라'고 강요하진 않는다.
-친환경에너지 정책으로 노동전환 문제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내연기관차와 석탄발전소 근로자의 노동전환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지난 7월 말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기후변화와 산업·노동 연구회를 발족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데, 내연차와 석탄발전 노동조합원 중 민주노총 소속인 분들도 많은 상황인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부, 양대노총 등이 참여하는 '자동차산업 노사정 포럼'에서도 대화를 하고 있다. 다방면으로 노동 전환 얘기가 진행되고 있는데,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기존 회의체를 더 키울 것인지 새로운 기구를 만들 것인지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요율 인상 외에 일반회계로 이관해야 사업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지속적으로 일반회계 전입을 늘리고 있다. 올해만 해도 1조600억원이 일반회계로부터 전입됐고, 지출 항목도 2115억원이 고보기금에서 일반회계로 전환됐다. 고보기금 지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 고용유지지원금 지출은 올해 1조4000억원에서 내년에 6000억원으로 줄어든다. 경기회복으로 실업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반회계로의 이관 작업도 재정 당국과 협의해나갈 방침이다. 예를 들어 모성보호 급여 일반회계 전입 부분이 협의 대상인데, 쉽진 않다.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는 어떻게 보나.▲우선 5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지난달까지 실시했고 일부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최종 정리하고 있다. 근로시간, 휴가, 해고, 직장 내 괴롭힘 등은 (법에서) 적용 제외돼 있긴 하지만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어느 부분이 부담되는지 등을 물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당장 적용하자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제는 적용여부를 논의할 때가 됐다. 적용할지 말지, 적용할 것이라면 어떤 로드맵을 갖고 할 것인지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 된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주4일제는 시행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지금 주 52시간 근무 제도는 법정근로시간 주 40시간에 최대 12시간을 더해 52시간이다. 하루에 8시간씩 5일간 일하면 되는 체계다. 주4일제 시행이 주 32시간 근로를 의미하는 건지, 주 40시간을 유지하자는 건지는 명확하지 않다. 주 32시간 근무라면 임금 관련 논의가 발생할 수 있고, 법으로 규정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반드시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건 우리나라 연평균 근로시간이 1952시간인 만큼 일주일에 52시간 미만으로 줄여나가는 것이다.
대담=최일권 경제부장정리=문채석 기자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